교회와제자훈련

2012년 09월

나는 목회가 행복하다

교회와제자훈련 김복식 목사_ 순천생명나무교회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 순천이라는 지역에서 2000년 11월에 교회를 개척한 후 올해로 만 11년이 되었다. 10여 년의 새내기 목회 기간 동안 목회의 즐거움에 빠져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제자훈련 때문이었다.
2006년에 CAL세미나를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 세미나는 마치 나를 어둠에서 벗어나게 하는 빛과 같았다.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르침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가 풀리는 전환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 후 2007년, 드디어 우리 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이 시작되었다.
작은 개척 교회에서 일꾼 한 사람이 얼마나 간절하게 필요하고 소중한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인다역을 해야 했던 나는 제자훈련을 통해 빨리 일꾼을 만들고 싶었다. 목회를 돕는 일꾼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기는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쉬지 않고, 연이어 받게 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마치게 했다. 그리고 2009년 제자훈련 2기, 2010년 사역훈련 2기를 서둘러 마쳤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그 후에 깨닫게 되었다.
급하게 먹은 떡이 빨리 체한다고 했던가? 어떤 성도는 한두 번 참여했다가 포기하기도 했고, 심지어 어떤 성도는 제자훈련을 받은 후 교회를 옮기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건강한 교회가 되는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제자훈련이 오히려 나에게는 아픔으로, 많은 고민과 갈등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제자훈련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제자로 세워지는 성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제를 줄여달라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말씀으로 자신이 변해가고 있음을 발견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때로는 큰 부담감에 포기하려는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했다가 웃고 울며 다시 결단하기도 하면서 어렵게 제자훈련을 마쳤다.
그들은 너무나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삶이 송두리째 변화되는 주님의 제자들로 세워져 갔다. 비록 소수이지만, 그 소수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교회 공동체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자들로 세워져 갔다.
나는 거기에서 제자훈련의 능력을 보았다. 그 후 제자훈련은 내 목회의 모든 것이 되었다. 이제는 제자훈련을 말하지 않고는 목회를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제자훈련은 나의 목회에 행복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원천이다. 제자훈련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에너지가 넘친다.
비록 지금은 2기를 마친 후 아직 3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은 제자훈련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제자훈련의 중요성이 큰 만큼,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제자훈련은 단순히 교회 공동체의 일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는 과정이다. 제자훈련 과정에 들어올 수 있도록 성도들을 충분히 준비시켜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워밍업을 해야 한다. 단순히 신앙생활을 잘한다고, 신앙의 연륜이 오래되었다고 제자훈련 대상자로 삼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제자훈련을 돌입하기 전 반드시 신앙의 기초훈련이 필요하다. 기초 양육이 이루어진 사람은 제자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제자훈련에 성공과 실패는 없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은 모든 성도의 삶에 이루어져야 할 교회의 본질이며, 목적이다. 하나님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소중한 깨달음을 주셨다. 그래서 더더욱 제자훈련에 대한 큰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전교인의 제자화’를 외치며 제자훈련의 기초 과정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돌아오는 2013년에는 제자훈련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 시작을 간절히 원하며, 기대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실 제자훈련의 은혜가 어떠할지를 바라보며 지금 나는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