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2011년 09월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리라

교회와제자훈련 김무곤 목사(대구동흥교회)

10년 이상 부교역자로 섬기면서 훈련받은 부산 호산나교회(최홍준 원로목사)를 떠나 대구동흥교회로 부임할 때 최홍준 목사님은 “김 목사, 내가 부산 호산나교회를 부임할 때의 상황과 비슷한 형편의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잘 준비한 대로 열심히 섬기시오. 김 목사는 반드시 훌륭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오”라고 격려해 주셨고, 그 격려가 처음 담임목회자로 부임하는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생면부지의 대구동흥교회는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는 교회였다. 56년 전통이 있는 기성 교회인데다 과거 제자훈련을 통해 이미 성공과 분열의 아픔을 함께 경험하였고 그 여파로 지난 10년간 제자훈련이 중단된 교회였다. 기성 교회이면서 동시에 제자훈련을 조금 맛보다가 지금은 중단된, 이중적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교회였다.
연말에 부임한 나는 다음 해에 바로 제자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말씀으로 성도들을 하나 되게 하고, 교회의 토양을 분석하는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말씀과 기도회에 우선순위를 집중하는 가운데 전교인 새가족반을 진행하였는데, 기존 성도들 중 절대 다수가 주일 오후에 진행한 새가족반에 참여하여 큰 힘이 되었다.
한 해를 은혜 가운데 보내고, 드디어 2010년 제자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첫 번째 제자훈련 훈련생을 누구로 할까 고민하다가 피택자들 전원과 협동 안수집사들로만 대상을 좁혔다. 그래서 남자 10명, 여자 7명의 두 반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들이 나와 제자훈련을 처음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깊은 배려하심이 있었다.
이들은 권사와 집사로 피택이 되었기에 훈련에 대한 동기부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이미 제자훈련을 경험한 이들도 여러 명이었기에 훈련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눔이나 대화에도 막힘이 없었다. 단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모두가 수료했으니 얼마나 큰 힘이 되었겠는가? 거의 모든 이들이 사역반으로 올라와서 지금 열심히 훈련받고 있다. 여름방학 전 로마서 8장을 주일오후 예배시간에 모두 함께 암송했는데 훈련생들과 성도들에게 큰 은혜가 되었다. 
올해 제2기 제자훈련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1기와 달리 훈련생 모집에서부터 어려움을 만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준을 너무 높이 세운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한다. 생각만큼 제자훈련을 받을 분들이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것이었다. 남자 훈련생들은 3~4명밖에 안 될 것 같아서 내년을 기약하고, 여자반만 8명으로 한 반을 구성하였다.
사실 나는 1기가 아니라 2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2기야말로 제자훈련에 대한 경험도 없고, 정말로 변화가 필요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학기를 되돌아보면 참 감사하다. 훈련생들 모두가 새로운 은혜 속에 젖어들면서 점점 자신을 주님께 드리고 헌신하는 과정들을 지켜볼 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제자훈련 사역을 숙명으로 알고 감당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주님께서 은혜 주셔야만 가능한 여러 가지 기도제목들이 있다. 무엇보다 한 영혼이 변화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변화된 평신도 지도자들과 동역하는 가운데 교회가 훈련을 통해 체질이 완전히 달라지는 그날을 기다린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리라 생각하면서도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천천히 한 길 한 길 제자훈련 목회철학대로 한 걸음씩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