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권세광 목사_ 대사교회
2006년 2월 2일, 58년 된 부산의 한 교회. 바로 이 대사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했을 때, 내 나이 37세였다. 부교역자 경험만 있었던 나에게 단독 목회는 또 다른 사역의 기회이자,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인 목회를 시작한다는 가슴 설렘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만 해도 ‘어떻게 목회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바로 그때 나는 CAL세미나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막연하던 목회에 관한 생각이 구체적인 목표로 바뀌게 된 것은 옥한흠 목사님의 강의를 통해서였다. 세미나 기간 내내 목회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밑그림이 있었다.
CAL세미나 이후, 교회로 돌아와 전체 교인을 대상으로 토양 분석과 함께 토양을 바꾸는 이른 바 ‘객토 작업’을 시작했다. 주일 오전예배를 새가족반 5주 과정으로 삼아 <유일한 구원자 예수그리스도>라는 교재를 가지고, 매 주일 설교와 함께 교인들에게 도전해 86명이 수료했다.
다음 해인 2007년 2월 제1기 제자훈련을 시작해, 그해 12월 12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그 훈련의 기간은 내게 그야말로 땀과 눈물, 그리고 온 진액을 쏟아내는 시간들이었다. 장로 제자반과 남성 제자반, 여성 제자반 등 각각 한 개 반씩 모두 3개 반을 매주 이끌어 간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사역이 아니었지만, 이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탈락자도 발생했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과유불급’이었을까? 많은 애정을 쏟고, 더 많이 기도한 이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했고, 급기야 교회 내 비 훈련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이 있었다. 토양 작업을 통해 오래도록 묵혀진 교회는 변화의 파도를 타기 시작했지만, 그 파도가 정작 우리 자신을 집어 삼키는 일이 될 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어진 2008년 제2기 제자반을 통해 16명의 수료생을 얻게 되었고, 2009년 청년대학부 제자반과 함께 드디어 제1기 사역반을 가동해 11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이 3년 동안 교회 안에서는 모든 체제를 바꾸는 일대 혁신이 일어났고, 예배당은 지하부터 지상의 전 공간이 리모델링이 될 수 있었다. 또 선교 지원의 영역이 확장되어 3개국에 세 가정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할 뿐만 아니라 경상비의 10%를 선교재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회가 되었다.
어떤 연로한 성도는 자신은 비록 제자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교회의 변화를 보며 평생을 모아온 전 재산을 아낌없이 교회 앞에 내놓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써주기를 소원하기도 했다.
또 사업의 곤란과 어려움, 가정의 난관, 신앙적 방황 등으로 낙심하고 고민하던 성도들이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제자훈련과 말씀에서 찾고, 기쁨과 감격에 젖은 일들은 우리 교회가 오늘까지 든든히 서가는 영적 자산이 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교회의 변화에 전혀 무관심하거나 또는 끝까지 반대하는 이들로 인해 ‘그냥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처음 CAL세미나에서 그렸던 밑그림, 즉 ‘교회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리고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이젠 ‘교회란 무엇이다!’라는 답으로 쓰여지고 있다. 교회는 ‘있는 것’ ‘완성된 것’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복음으로 되어져 가는 것’ ‘이 땅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또한 ‘유일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써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