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클리닉

2014년 12월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기쁨, 가정 심방

교회학교클리닉 이승욱 집사_ 인천 은혜의교회

은혜의교회는 담임목사님 한 분 외에는 전임 교역자가 없다. 대신 평신도 사역자들이 사명자로서 공동체를 섬기는 행복한 교회다. 담임목사님인 박정식 목사님은 『평신도는 없다』라는 책을 쓰셨고, 은혜의교회 모든 성도와 교사 역시 스스로 평신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부름 받은 특권을 누리는 성도인 동시에 보냄 받은 사명자로서 맡겨진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담임목사님께서는 목회자로서 “평신도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역을 감당하신다면, 나의 비전은 평신도로서 “평신도는 없다”는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동일한 마음으로 은혜의교회의 300여 명의 교사는 영유아부터 고등부까지 1,300여 명의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의 ‘땅끝’을 지정학적인 개념보다는 ‘세대 간’(generation to generation)으로 재해석하면, 교사의 직분은 봉사자가 아닌 사명자일 것이다.
다음 세대의 한 부서 리더로 섬기는 사람을 우리 교회에서는 SL(Step Leader), ‘한걸음 리더’라고 말한다. 은혜의교회 교육부서에는 현재 가정주부부터 다양한 직업을 가진 12명의 SL이 교육부서의 리더로 섬기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에서 7년 이상 훈련을 받고, 다음 세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 인정받은 사명자들이다.
나 역시 한 명의 사명자로서 청년 때부터 주일학교를 섬기다가 2011년부터 SL로 중등부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의 중등부 사역 중 공동체 정착에 가장 도움을 주는 핵심 사역인 ‘가정 심방’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2011년, 가정 심방의 필요성 인식
‘중학생은 외계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과의 소통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나눌 때는 아이들과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의 삶을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전달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심 끝에, 아이들의 삶을 알아가기 위해 개인적인 만남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무리 속에 있을 때 속마음을 보이지 않는 듯해서 일대일로 교회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런 심방의 생각을 품고 있을 때, 중3 제자반 아이가 부모님이 예수님을 믿지 않고 있어 고통스럽다며 기도 부탁을 해왔다. 고백을 들으니 더욱더 아이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 아이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결국, 그 아이의 가정을 방문하고 복음을 전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시는 못할 일이구나!’ 집을 찾는데 30분간 근처에서 뱅뱅 돌았고, 주차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시작한 도전은 가정 심방에 대한 큰 부담감만 남기고, 한 번의 도전으로 끝나고 말았다.


2012년, 요일을 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졌다.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교사 한 분에게 심방을 함께 다닐 것을 요청했다. 다행히 함께 심방을 해주시기로 하신 선생님은 인천 지역의 길을 잘 알고 있는 분이셨다. 그래서 심방의 원칙을 세웠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가정 심방을 하기로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연말까지 두 달간 원칙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정말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심방을 갔다. 요일을 정하니 분주한 일상에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것이 심방이 자리 잡게 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2013년, 심방 대상과 목표 정하기
2012년 10월부터 시작한 심방이 두 달간 지속됐고, 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이제는 처음처럼 심방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았다. 심방이 정착되니 ‘어떤 아이들’을 방문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생겼다. 우선은 중등부 전체를 대상으로 교회에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얼굴도 모르는 장기 결석자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들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어렵게 만난 아이들은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가정 심방을 통해 교회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아니, 기억으로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 심방이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의 가정생활을 볼 수 있어, 청소년을 이해하는 통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역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만족감이 커졌다. 아이들의 상황과 아픔을 알지 못한 채, 일주일에 한 번 설교하는 것을 사역의 전부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느꼈다. 장기 결석자를 위한 가정 심방이 정착된 후, 무작정 심방을 가기보다 체계적인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됐다.
바로 교회를 징검다리 꼴로 출석하는 아이들이었다. 장기 결석자가 되기 전의 아이들이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이후 징검다리 형태로 출석하는 아이들의 명단을 담임교사에게 요청해서 받았다. 담임교사로부터 받은 명단 덕분에 사전 정보가 확보돼, 빈집 앞에서 맥없이 돌아오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이들을 만나 가정을 방문할 수 있는 확률이 80% 이상 높아졌고,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평균 7명을 만날 수 있었다. 심방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면서, 담임교사들은 자신의 반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이 심방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동안 장기 결석자를 심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교사들 사이에서 오고 갔다. 이것이 교사가 심방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고, 심방으로 인해 한 영혼이 돌아오는 기쁨의 감동을 공유할 수 있게 돼 교사들 간의 결속력이 생겼다.
매년 11월에 있는 ‘한 영혼 대축제’를 앞두고, 한 달간 중등부 모든 교사가 동참하는 ‘대심방’이 이뤄졌다. 이번 ‘한 영혼 대축제’는 재적에는 있지만 나오지 않는 ‘잃은 양’에 초점을 맞췄다. 축제 당일 담임교사는 자신의 반 아이들이 모두 나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대심방을 했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일주일에 한 번 자체적으로 심방을 시행했다. 교사들의 열심에도 불구하고 축제 당일에는 많은 아이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마음이 있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계속 심방을 다녔고, 그 결과 2달이 지난 12월부터 장기 결석자들이 출석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혼자 오기 부담스러워서인지 친구까지 데리고 왔다. 돌아온 아이 중에는 감동적인 고백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만 1년 동안 매주 쉬지 않고 심방을 해도, 심방으로 인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없어 소심해졌던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그리고 심방을 하든, 어떤 사역을 하든 1년을 꾸준히 해야만 그 사역의 결과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좋은 결과는 선생님들이 자진해서 심방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간 꾸준히 심방한 학생들의 기록을 남겨둬, 새 학기에 반 편성을 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됐다.

 

2014년, 심방으로 장기 결석자 예방
중등부는 언제나 3~4월에 출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중간고사, 가족 모임이 많은 5월부터 출석률은 하락한다. 출석률과 전도율이 한해 사역 중 가장 높은 3~4월에, 이들을 공동체에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사역이 심방이다.
이때 새가족이 공동체에 정착하지 못하면, 다시 공동체에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학생들은 한 번만 주일 출석을 못 해도 공동체와 14일을 떨어져 지낸 꼴이 된다. 한 번이 두 번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회에 빠지면 계속 나오지 않을 학생들도 많다. 심방은 한 번 교회에 빠져도 두 번 세 번은 주일예배에 빠지지 않게 할 수 있다.
심방할 때 가장 많은 부담을 갖는 이는 담임교사다. 담임은 본인의 반에 심방 순서가 돌아오면, 많은 것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의 집 주소를 미리 알아둬야 하고, 언제 방문할 것이라고 통보를 해둬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만날 때는 가끔 물질적인 부담도 진다. 그렇게 딱 한 주간의 부담은 1년의 사역에 큰 활력을 준다. 가정 심방의 목적은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주일 출석을 독려하는 목적도 있지만, 심방을 함으로써 교사가 자기 반을 목양하는 심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다. 
그다음에 부담을 갖는 분은 학년 팀장 교사다. 개인적으로 길을 잘 못 찾아서 대부분 팀장님의 도움을 받는데, 10주간의 심방으로 팀장 선생님도 자신의 팀에 속한 아이들과 교사들과의 돈독해지는 시간을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을 본다.
가장 부담 없는 사람은 담당 SL일 것이다. 그냥 따라다니면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가정 심방에 가장 유익을 얻는 이가 바로 담당 SL일 것이다. 아이들이 200명을 넘어가면, 그 아이들의 이름 외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름을 외우고 있어도 자주 불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스쳐 지나갈 때는 이름 대신 “야~”라고 부를 때가 많다. 참 미안한 일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지와 그렇지 않은지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특히 누구의 이름은 알고 누구의 이름은 모를 때는 둘 다 이름을 부를 수 없다. 그런데 심방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름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 상황과 어느 학교인지, 형제자매 간의 관계도 알게 된다. 가정의 어려움이 무엇이며,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된다. 부모님들과의 교제 또한 덤이다. 그러면 한 주간은 심방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지금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가 않다. 아이들을 만나서 10분 동안 서로 별말 없이 앉아 있어도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정 심방의 시간은 부담스럽지 않도록 10분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름을 몰라서 미안하다. 앞으로 교회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하자.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꼭 선생님께 이야기해~”라고 말하고 돌아온다. 부서에서 준비한 간식을 전해주고 인증 사진을 찍고 돌아온 후 틈틈이 사진을 보면서 아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한다.
심방의 또 다른 유익한 점은 사역의 동역자인 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와의 관계는 담당 SL에게 매우 중요하다. 담임을 감당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개인적인 기도제목은 무엇인지 나눠야 한다. 하지만 따로 대화할 시간이 많이 없다. 같이 심방을 하다 보면,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담임교사와 교제를 나누게 된다.

교회는 대가족이다. 만약 내 자녀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모든 부모나 형제들은 그를 찾으러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런데 밖으로 나간 우리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나가지 않는다면 정말 가족일까? 여러 기독교학자들이 말한 신앙공동체 이론을 말하지 않아도 교회가 서로 연결된 한 몸이고 한가족이라면, 더 많이 찾아가는 것이 시대적으로 뒤처지는 진부한 발상은 아닐 것이다.

 

 

 

이승욱 집사는 백석대학원 기독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인천 은혜의교회 중등부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