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클리닉

2014년 11월

교회와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둥지사역

교회학교클리닉 임윤택 목사_ (사)보물상자 대표간사

교회 안 다니는 목사?!
나는 1992년도에 청소년 사역을 시작했다. 지난 22년간 잘하든 못하든 청소년 사역의 현장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고집스럽게 청소년부 담당 교역자로 섬겨왔다. 마치 특정한 메뉴만을 고집하며 시대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 잡고 있는, 언제든 달려올 수 있는 동네 맛집처럼 뚝심있게 청소년 사역의 현장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평생 청소년 사역을 하기로 작정하고 청소년 지도학으로 석사 과정을, 기독교 교육학으로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작년 섬기던 신부산교회의 조정희 담임목사님과 대화를 하던 중 “저는 교회 안 다니는 목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기까지 이르게 됐다.
다행히 자초지종을 들으신 목사님께서 “교회가 소외되고 사회의 어떤 공동체도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이웃을 받아들일 실력이 있어야 한다. 말로는 제한 없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교회 자체가 더 높은 곳, 더 권력과 힘이 있는 곳을 지향해서 이들을 무시하고, 오히려 이들 때문에 교회가 힘들어질까봐 염려하는 형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목사님의 그런 마음을 교회 공동체 전체가 목회철학으로도 교회론적 차원에서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잘 이해해 주시고, 교회가 배려해 주셔서 현재는 교회 밖 사역에만 집중하고 있다.

 

너무나도 다른 ‘교회 안’과 ‘교회 밖’ 현실
여기서 교회 밖 사역은 교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회 바깥에서 이뤄지는 사역이 아닌 진짜 교회 밖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말한다. 교회 안의 청소년들을 예배자와 제자로 세우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이 삶의 현장에서 지속적인 예배자로 살아가도록 교회 밖에서도 학교 모임이나 소그룹을 통해 당연히 도와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회 밖에 있는 우리 청소년의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청소년 불행지수 조사에 우리나라 11% 청소년만이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이혼율과 자살 사망률, 청소년 흡연율 세계 1위, 학업 중도탈락자 7만여 명, 가출 청소년 20만여 명, 검거되는 전체 소년범 10만여 명, 소년원 출신 성인범죄율 67%, 소년범 재비행률 76%이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 앞에 망연자실해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과 이혼, 가출, 폭력과 같은 문제에 노출된 많은 아이들이 교회의 사역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또는 가출이나 비행청소년은 교회의 관심과 보호 밖으로 철저하게 밀려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이 교회에 들어올세라 담을 더 높이 쌓고 있는 실정은 아닌가? 교회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소년법정’이라는 벼랑 끝에서 만나는 아이들
부산가정법원에서는 매주 두 차례 소년보호재판이 열린다. 재판이 열리는 날은 어떤 가슴 시린 사연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는지 일찌감치 가슴이 먹먹해진다. 소년법정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참혹한 현실, 부모들의 무력감, 안타까움, 탄식과 한숨, 흘러내리는 눈물, 꿈도 희망도 사라진 것 같은 아이들…. 어떠한 처벌이나 조치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기세의 안타까운 현장에서 나는 순간순간 청소년 사역자로의 부르심을 확인한다.
부산가정법원의 소년법정은 이미 ‘학교의 눈물’, ‘아침마당’ 등의 방송에서 ‘호통 판사’로 유명해진 천종호 부장판사님이 담당하고 있다. 천 판사님은 재판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때론 아버지의 심정으로 소년 한 명 한 명을 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신앙인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흘려보내는 법정이 되도록 노력하는 분이다.
천 판사님과 비행과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살리기 위한 사역을 의논하며, 나와 ‘보물상자’는 점점 사역의 무게중심을 비행소년들에게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많은 시간을 교회보다는 법원에서 보내고 있다. 나는 이곳 법원에서 목사가 아닌 국선보조인이다. 재판받게 될 보호소년을 접견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해, 정상참작 사유 및 적절한 처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소년위탁보호위원으로 재판 후 아이들과의 정기적인 만남과 상담을 통해 그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설교 준비를 위해 책상에 앉기보다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고 자료를 정리하며 의견서를 다듬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보물상자 날개둥지사역 이야기
법원에 있다 보면, 사회내처분을 받고 가정으로 돌아가지만 지속해서 돌봐야 할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보물상자 날개둥지사역’을 시작했다. 날개둥지사역은 마음껏 꿈을 펼치고 날아올라야 할 아이들이 가정형편과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힘들어할 때 날개에 다시 힘을 실어주고, 가정이라는 둥지를 잃어 방황할 때 따뜻하게 품어주는 둥지를 제공하는 사역이다.
범죄를 저질러 소년법정에 서게 된 보호소년이나 비행소년 중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가정에서 보호자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멘티로 선정돼 멘토와 결연식을 할 때면, 지금껏 상장을 못 받아봐서인지 증서를 받기 위해 앞에 서는 자세가 너무 어색하다. 멘토와 포옹하는 것도 어설프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계속되는 비행으로 부모로부터도 버림받은 아이들이 멘토들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물론 가출이나 추가 비행으로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느껴서인지 결국 멘토의 품에 돌아온다. 알면서도 또 속아주고 이용당해 주기도 하는, 보물상자 멘토들에게 감사한다.

 

둥지 잃은 아이들을 위한 둥지청소년회복센터
부산·경남의 청소년회복센터(사법형 그룹홈)에 멘토링, 캠프, 김장 나눔 등으로 통합지원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우리 집을 청소년회복센터로 전환하게 됐다. 청소년회복센터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가정 해체나 부모의 부재 등으로 정상적으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보호청소년들을 위한 곳이다.
그들에게 가정을 제공하고 환경을 만들어줘 범죄와의 인연을 끊고 사회에 나설 준비를 하게 한다. 지난 2010년 천종호 판사에 의해 시작돼 현재 부산 지역 6곳, 경남 지역 6곳에 이어 경기권에서도 1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현재 총 13개의 센터에 약 100명의 보호소년이 생활하고 있다.
지금 나에게는 기존 4명의 자녀 외에 8명의 딸이 생겼다. 그것도 평범하거나 모범적이지 않은 말 그대로 범죄 청소년. 위기나 비행을 넘어선 범죄로 소년법정에서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범죄 경력이 다양한 만큼이나 각기 다른 세월을 살아온 아이들과 가정을 이루고 있다.
우리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했던 건 금연이었다. 아이들은 지난 몇 년간 매일 하루 1~3갑의 담배를 피워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 집에 와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니 미치도록 힘들어하는 것이다. 밤에 몰래 꽁초라도 피워보려고 나갔다 오는 아이들과 며칠을 실랑이하며 의논하다가 최근 나름의 타협점을 찾았다. “하루 몇 개비면 참을 수 있겠니?”, “3개비요.” “7개비요.”, “그럼 3개비로 하자.” 하루 3개비씩 나눠주고 혼자 정해진 장소에서 꽁초처리를 잘하고 깔끔하게 피우도록 허용하고 있다.
금연 때문에 무단이탈해 더 큰 문제가 야기되거나 관계가 힘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이유이지만, 결국은 끊게 만드는 과정의 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그간 30년 가까이 안 만졌던 담배를 다시 만진다. 평생 담배 연기 한 모금도 안 마셨던 아내는 3~4개의 담뱃갑을 들고, 아이들이 선호하는 담배를 종류별로 나눠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이 우리 부부의 얼굴 보기를 얼마나 간절히 기다리는지 모른다.

 

둥지 특새 이야기
7월 신부산교회 특새가 시작된 날 둥지 아이들이 물어온다.
“우리도 다 가야 해요?” “아니. 첫날만 이런 거구나 하고 볼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다 가자.” “좋아요. 맘에 안 들면 둘째 날부터 안 가도 되죠?” “그래.” “2주간 개근하면 뭐 줘요?” “기념 동판.”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좋다. 개근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고급 뷔페식사 쏜다!” 아이들이 잽싸게 대답한다. “진짜죠? 콜! 콜! 콜!”
새벽 4시, 평소 같으면 밤새 돌아다니며 놀다가 그 시간에 잠들었을 아이들이 밤 10~12시 사이에 보호관찰소로부터 걸려오는 외출제한 전화를 받고서 새벽 1시경에 잠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4시가 되면 일어난다. 물론 교회 가서 예배시간에 잠이 들지만…. 어느 날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얘기하며 노래를 부른다.
“오늘 예배 때 부른 곡 진짜 좋았어요.” “뭔 곡인데?” “마지막에 부른 곡 있잖아요.” “아, 예수 사랑하심은~.” “예, 맞아요. 특히 뒷부분이 맘에 들어요.” 그러면서 부른다. “날 사랑하세~~~ 날 사랑하세~~~”
‘그래, 너를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렴. 너희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가치 있는 존재들이니까.’
특새 개근의 고비는 있었다. 둘째 주간에 아내에게 아이들이 얘기하기를, “저 내일 안 갈래요. 깨우지 마세요.” “왜?” “그냥요. 가기 싫어요.” “그래도 가야지….” “자유라면서요!!!” “그럼 저도 안 갈래요.” “저도요.” 순식간에 3명이 특새 불참을 선언했고, 급기야 월요일 새벽 남은 2명까지 안 가겠다고 버티는 상황에 내가 긴급투입 됐다. “야! 다 일어나라! 빨리 가자!!” “저 어젯밤에 안 간다고 얘기했는데요.” “안 가는 거 없다. 다 가야 한다.” “왜요? 자유라면서요.” “아니다. 오늘은 무조건 가야 한다. 나와 2주간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다독이고 반 협박을 해서 끌고(?) 갔다. 입이 툭 튀어나와서 갔다 온 그날 오후, 아이들과 짧은 모임을 했다.
“나는 너희가 약속한 2주간 개근하는 것을 보고 싶다. 설교 말씀에 은혜 받고 손들고 찬양하는 거나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은 이번 목표가 아니다. 이번 목표는 몸을 일으켜 2주간 특새에 참여하는 거다. 왜냐? 그동안 너희는 수 없는 결심과 계획 속에서 약간의 유혹이나 번거로움이 있어도 쉽게 포기했기 때문에 성공을 경험케 하고 싶다.” “……”(시큰둥)
“만약 도전을 포기했다면, 너희 자신도 ‘우리가 그렇지’ ‘내가 뭐 잘한 적이 있나’ ‘너무 큰 목표였어’라고 생각할 거다. 너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너희에게 ‘쟤들이 그렇지 뭘’ ‘저러다 말 줄 알았다’ ‘어쩐지…’라고 반응할 거다” “……”(약간 움찔) “나는 너희에게 작은 성공을 경험시키고 싶다. 포기하면 나는 뷔페 안 쏴도 되고 더 좋다. 하지만 너희는 다음 도전에 또 포기하게 될 거다. 작은 성공을 자꾸 경험해서 성공이 습관이 되도록 해보자. 이번 2주는 무조건 가자. 아프면 업어서라도 간다.” “…그럼 내일 업고 가주세요.” “하하하하.”
2주간의 특새를 마치는 날 처음부터 시작한 5명이 2주간 개근을 했고, 나머지 3명도 함께 생활한 날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아이들은 약속을 지켰고, 특새 개근이라는 작은 성공을 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후원해 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고급 뷔페에서 차고 넘치는 풍성한 식사를 했다.

 

부모가 버리고, 학교와 사회가 외면한 아이들
올 1월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초·중·고교를 떠난 아이들은 6만 8,188명이었다. 이 중 2만 8,000여 명은 교실로 복귀했지만, 나머지 4만여 명은 돌아가지 않았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즉 매일 200명이(수업일수 200일 기준) 학교 울타리 밖으로 사라진 셈이다.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 사회의 안전망을 벗어나 더 망가져 가지 않도록 아이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 사회가 바로 서도록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그 움직임을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불행하게도 교회조차도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불량감자’, ‘불량품’이라고 낙인찍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아이들이다. 크고 작은 범죄나 비행을 저질러서 법정에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은 어릴 때 가정의 어떤 문제로 인해 사랑받지 못한 이들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부로 대하다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 극한의 아이들이다.
부모나 교사가 채워주지 못한 그 사랑의 공간에 교회의 섬김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채워져 회복되길 기도한다. 만약 이 아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깨닫게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위탁보호위원으로 제도권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돌보는 작은 실천들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나 역시 청소년기에 심하게 방황하며 결국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중퇴자로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목사가 돼 청소년 사역자로 살아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원고를 마무리하는 이 밤도 다급한 목소리로 울며 전화 온 녀석을 만나기 위해 비 오는 밤거리를 나선다. 이들 인생에 너무 심한 비바람이 불어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임윤택 목사는 22년간 청소년 사역에 전념하며 현재 보물상자 대표간사와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센터장, 신부산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