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김창환 목사 _ 춘천온누리교회
나에게도 슬럼프가 있다고 예배시간에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슬럼프를 경험합니다. 다만 침체가 없는 것처럼 위장할 뿐입니다. 이런 나의 슬럼프는 사실 아내도 눈치 채지 못해요.” 그랬더니 앞에 앉아 있는 성도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18년 동안 제자훈련을 해온 나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CAL세미나에서 옥한흠 목사님께 들었던 첫 강의 광인론(狂人論)을 생각한다. 미치지는 않았지만 미친 듯이 하지 않으면 과정도 결과도 무너지는 것이 제자훈련이 아니겠는가. 현재 양육과 훈련을 18기째 새벽반, 낮반, 저녁반, 그리고 사역훈련 저녁반을 인도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제자훈련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힘든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힘든 것을 넘어서 가끔은 열정이 식는 경우가 있다. 훈련생이든 인도자든 말이다. 그런데 훈련생들의 열정이 식어졌다 느껴질 때는 가만히 살펴보면 여지없이 나의 열정이 식었을 때다.
인도자의 열정이 식으면, 훈련생도 식는다
많이 해보았다는 이유로 제자훈련에 대한 별 준비 없이 훈련에 들어갔을 때, 타성에 젖어 있을 때부터 전투적인 기도가 부족할 때, 묵상으로 영혼의 담금질을 하지 않았을 때, 마음이 높아져 교만할 때, 칭찬하는 소리에 우쭐할 때, 체력의 피곤으로 귀찮아지고 쉬고 싶을 때, 아직도 소그룹에 매달리느냐며 놀자고 유혹하는 친구들의 소리가 들릴 때, 나의 영성의 날개가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질 때, 제자로 훈련시켰지만 제자로 살지 않는 지체가 있을 때, 인도자가 변화되지 않고 개혁이 늦어질 때, 이럴 때 열정은 내리막길이다.
인도자가 울면 제자들의 눈물이 닦인다
내가 먼저 제자로 살지 않으면, 하나님의 간섭하심은 양심을 태우시고 성령의 탄식이 괴성을 지르듯 몸의 신경계를 자극한다. 열정 상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한 것이다. 곧 자기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다. 제자훈련은 인내다. 예수님이 나를 기다려 주시며 훈련시키셨듯이 나도 제자들에게 인내해야 한다.
나는 목사이지만 법적으로 목사안수를 받아서 목회를 한다는 생각보다, 제자훈련에서 훈련생들이 나를 목사로 만들고 나는 훈련생을 세운다는 생각의 비중이 더 크다. 제자훈련은 내가 더 훈련받는 시간이다. 훈련이 힘들기에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든 때는 없었다. 느슨해진 사고와 행동이 열정의 식었음을 대변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열정의 온도를 높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교회의 목표가 “만인을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로 삼자”였으니 더욱 그렇다. 성도들이 기도할 때마다 “만인을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로 삼자”라고 부르짖으니 정신이 차려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내가 열정이 식을 때 하는 나만의 처방을 나누자면, 우선적으로 운동을 한다. 동역자들과 1시간 정도 포켓볼을 한다. 솔직히 내기를 할 때 더 재미있다. 정신집중이 잘 된다. 호흡과 힘의 강약조절, 시선 고정, 자세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 포켓볼이다. 또 탁구를 친다. 땀을 흠뻑 흘리면 개운하다. 운동은 나를 깨닫게 한다. 정신과 자세를 바르게 할 때 잘되는 것을 알게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광야로 가는 것이다. 나의 서재가 광야이다. 나에게 슬럼프가 있다는 것을 아내도 모를 것이라 하자 아내는 “나는 알아요”라고 말했다. “어떻게 알았나요?”라고 물으니 “당신이 새벽 두세 시에 일어나 서재에서 밤새는 것을 보면 영적 고민 상태라는 것을 알아요”라고 대답한다.
나는 서재를 광야로 생각한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서 때론 감옥 같다는 생각도 든다. 광야에서 하나님과의 독대(獨對)는 겟세마네에서 통곡하며 우시던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와 계심을 경험하게 한다. 나는 나 때문에 많이 운다. 내가 울면 제자들의 눈물이 닦인다.
열정이 식는 것도 자기싸움이고, 열정이 회복되는 것도 자기싸움이다. 비교적 섬기는 사역이 많은 교회이다 보니 가끔 훈련생들도 “힘들어요. 짜증나요. 우리는 봉사만 하다 가나요?”라고 묻는다. 그럴 때 나는 침묵한다. 나의 침묵은 제자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준다. 많은 말이 열정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나님을 잠잠히 따르면 제자들도 따른다.
김창환 목사는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춘천온누리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현재 예수제자운동(JDM) 한국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