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2010년 01월

디사이플 클리닉 l 제자훈련 밥상, 그 원칙과 의미는?

제자훈련컨설팅 박시온 기자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음식을 함께 먹을 때 친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식탁 교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제자훈련에서도 한 공동체로 모인 제자반 식구들의 식탁 교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식탁 교제를 위해 훈련생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 훈련생들은 식사 준비 자체에 큰 비중을 두거나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자는 훈련생들이 식사 준비의 원칙과 식탁 교제의 의미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각 지역과 교회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제자훈련 밥상의 원칙을 세우고 적용하고 있는지, 4개 교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Case1 광주중앙교회 _ 원칙이 문화가 되도록, 원칙을 세운 취지를 이해시켜라
광주중앙교회(담임: 채규현 목사)는 가정에서 제자훈련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1기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1식 3찬의 원칙을 세웠다. 훈련생의 가정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한 사람당 5~6천 원 정도의 식사를 주문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제자훈련을 담당하는 이병욱 목사는 “전라도 지역은 음식 문화, 정 문화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식사를 간단히 대접한다는 것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심방 중심의 전통 교회였던 우리 교회에서 교역자들이 성도들의 가정에 심방을 가면, 성도들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식사를 준비하곤 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제자훈련 모임 때에는 1식 3찬의 원칙이 훈련생들의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든 훈련생들도 제자훈련 모임을 위해서 식사를 풍성하게 준비하려는 경우가 많았고, 원칙을 잘 지켰을 경우에 도리어 민망해하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이런 풍토 속에서 식사 준비의 원칙을 잘 지키도록 인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1식 3찬의 원칙대로 하지 않은 것을 용인했을 때, 훈련이 진행될수록 반찬의 가짓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훈련생의 가정에서 1식 3찬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4가지 반찬을 준비했는데 그것을 용인하면, 그 다음 훈련생은 5가지를 준비했고 또 그 다음 모임에는 6가지 반찬이 나왔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자훈련 모임을 준비하는 훈련생과 그 가정에서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되고, 훈련생이 훈련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식사 준비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객이 전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광주중앙교회에서는 1식 3찬의 원칙이 일종의 제자훈련 모임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인도했다. 많은 종류의 반찬이 나올 경우, 인도자는 세 가지 반찬을 제외한 나머지 반찬들을 식탁에서 내리도록 하거나 벌금을 받았다.
조금 완고하다 싶을 정도의 방법이었지만, 훈련생들이 훈련에 집중하도록 인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인도자는 훈련생들에게 “식사 준비를 최소화 하십시오. 훈련이 더 중요합니다. 식사 준비 때문에 그날 훈련 준비에 방해를 받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권유했다.
이병욱 목사는 “식탁 교제는 단지 함께 식사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훈련 인도자가 훈련생들에게 1식 3찬이라는 원칙을 세운 취지를 잘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했다.
제자훈련 모임에서 식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훈련생들이 식탁 교제의 영적 의미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즉, 한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훈련생들이 친밀한 교제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병욱 목사는 훈련생들이 이러한 것을 경험했을 때, 식사 준비의 원칙을 잘 따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Case2 부산호산나교회 _ 식사 준비는 배려와 섬김, 절제의 훈련 기회다
부산호산나교회(담임: 최홍준 목사)는 인도자의 가정에서 제자훈련 첫 모임을 진행한다. 이때 인도자가 어떻게 1식 3찬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훈련생들에게 보여준다.
손배성 목사는 “인도자가 먼저 제자훈련 밥상의 기본 메뉴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비빔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김치, 이런 식으로 검소하게 차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후에 훈련생들도 그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각 훈련생이 1년에 두 차례 정도 식사를 준비하는데, 남자 훈련생들의 아내들은 남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식사를 멋지게 준비하여 대접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1식 3찬의 원칙을 지킨다 하더라도, 훈련생들의 경제적 격차에 따라서 3찬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인도자가 간소한 밥상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훈련생들이 적정한 기준을 맞춰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간혹 훈련생이 훈련 기간 중 직장에서 승진을 했거나 가정에 경사가 있을 경우 화려한 밥상을 차리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엄격한 기준을 지키는 것보다 함께 축하하고 교제를 나누는 것에 중점을 둔다.
손배성 목사는 처음 제자훈련을 인도했을 당시 이와 같은 경우에 반찬을 내려놓았던 적이 있는데, 음식을 준비한 훈련생이 시험에 들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모든 훈련생이 식사 준비로 인해 시험에 들지 않고 제자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상황을 고려하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1식 3찬과 간소한 메뉴의 원칙을 잘 지키도록 강조하고 있다. 물론 식사 준비가 제자훈련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제자훈련이 곧 섬김의 훈련이기 때문에 이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이런 부분을 통해서 훈련생들은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손배성 목사는 “가난한 자와 부한 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의도로 준비했다고 해도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절제하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원칙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훈련생들이 이런 부분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른 이들을 배려하며 섬기는 훈련과 절제하는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남자 제자반을 인도하고 있는 손배성 목사는 친밀하고 은혜로운 제자훈련 식탁 교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 제자훈련의 식탁 교제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의 모임에 익숙한 남자들도 성령 안에서 모이는 것을 더욱 사모하게 됩니다. 성령께서 하나 된 공동체를 이루어가시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제자훈련을 시작하고 3주차까지 서로 서먹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탁 교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곧 제자반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Case3 광주사랑의교회 _ 먼저 성도들의 의식과 상황을 이해하고, 원칙을 적용하라
광주사랑의교회(담임: 박희석 목사) 역시 가정에서 제자훈련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박희석 목사는 “1식 3찬이라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이 원칙을 꼭 지키라고 많이 강조했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도록 합니다. 인도자가 지나치게 원칙을 고수했을 때, 훈련생들이 상처를 입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부임하여 그가 제자훈련을 시작했을 때, 훈련생들에게 식사 준비에 대해 인도하면서 “먹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훈련이 목적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훈련생들에게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또 훈련생들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훈련생들은 1식 3찬의 원칙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가 한 번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세 가지 반찬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지고 나가세요.” 그러나 훈련생들은 온갖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설득했다. 결국 그는 훈련 시간에 훈련생들이 은혜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양보를 했다.
또한 초창기에 그는 훈련생들이 훈련 전에 너무 많은 양의 식사를 하지 않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훈련 전에 너무 많이 먹는 훈련생의 경우, 훈련 시간에 졸려서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한 훈련생이 그에게 이렇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목사님, 식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저는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서 다시 밥을 먹습니다.”
박희석 목사는 “저는 먹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이 훈련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우리 교회 성도들의 의식과 각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꼭 이 원칙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먹는 것을 규제했을 때, 저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났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 원칙에 매여 있지 않으면서도, 훈련생들이 적절하게 식사 준비를 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인도 방법을 생각해냈다. 광주사랑의교회에서는 부부가 같은 시기에 제자훈련을 받는 경우가 한 기수 당 50%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가정의 경우 적어도 5주에 한 번씩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그는 첫 모임 때 모델이 될 만한 훈련생을 세워서 메뉴를 정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자 그 다음 차례로 준비하는 훈련생들도 그 모델을 따라 적절하게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제자훈련을 할 때 식탁 교제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희석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제자훈련에서 식탁 교제의 역할과 가치가 크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훈련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식탁 교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으니까요. 각 가정마다 김치 맛이 다 다릅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이러한 것을 오픈하고 나누면서 훨씬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말씀의 풍성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교제의 풍성함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먹는 것은 제자훈련에 필수적인 코스죠.”

 

Case4 대전새중앙교회 _ 지역적 특성, 성도들의 상황을 고려하라
대전새중앙교회(담임: 이기혁 목사)는 교회에서 제자훈련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가정이 아닌 교회에서 모이는 이유에 대해 이기혁 목사는 “지역적으로 성도들의 생활이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집의 크기가 작습니다. 초창기에는 가정에서 제자훈련 모임을 가졌는데, 협소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모임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다른 가족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훈련생들은 모임 시작 전에 각자 식사를 하고 교회로 모인다. 그래서 훈련생들은 식사 준비 대신 간식을 준비하는데, 간식 준비에 대한 일정한 기준은 없다. 대부분 과일이나 과자 등 간단히 다과를 준비하고 있다.
이기혁 목사는 “식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꼭 식사를 준비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사가 아닌 간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훈련생들에게 주어지는 부담도 적습니다. 또 간식을 먹으면서도 충분히 아이스브레이크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전새중앙교회에서 새벽 4시 반에 모이는 남자 제자반의 경우에는 훈련이 끝난 직후 다같이 콩나물 해장국을 먹으러 간다. 훈련생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순교할 각오로 모이고 있다고 말하는 이기혁 목사는 “항상 같은 메뉴이지만 가격에 부담이 없어 좋고, 모두들 출근 전 아침 메뉴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훈련 전에 식탁 교제를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훈련 이후에 식탁 교제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 교회는 성도들이 서로의 가정 형편도 잘 알고 있고 친밀하게 지내고 있기 때문에, 훈련생들이 구지 가정을 오픈하면서 친밀감을 높여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생활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가정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교회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식탁 교제를 하는 것이 더 적절했습니다.”
이기혁 목사는 제자훈련 모임 장소와 식사 여부에 대해서 교회와 성도들의 형편을 고려하여 선택,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