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임종구 목사_ 대구 푸른초장교회
나는 종종 제자훈련(discipline)을 제자교육(education)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정중하게 꼭 제자훈련이라고 말해줄 것을 부탁한다. 왜냐하면 훈련과 교육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敎育)은 가르치는 것이지만 훈련(訓鍊)은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이다(마 28:10).
제자훈련이 훈련이 되기 위해서는 교실에서의 가르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자리에서 열매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숙제는 어쩌면 제자훈련만의 전유물 또는 제자훈련의 뚜렷한 특징(trademark)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자훈련 과제를 살펴보면, 교재 예습과 독서, D형 큐티, 말씀 암송, 설교요약과 같은 지성적인 영역과 기도와 큐티, 예배생활과 같은 영적, 감성적 영역의 생활숙제가 의지적 영역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믿음의 내공과 근육이 단련된다.
인도자는 이런 전인격적인 부분에서 훈련생들이 성장하도록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믿음의 성장이 더 세분화되어서 지적, 영적, 인격적, 정서적, 관계적, 경제적, 사회적 성장의 측면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생활숙제의 유익한 점 네 가지
첫째, 생활숙제는 의지를 기르게 한다. 훈련생들은 의지를 동원하는 데 미숙하다. 아는 데서 끝나는 것과 숨으려고 하는 감정을 다독여서 생활숙제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이성의 뼈를 꺾어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으로 세워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코스가 된다.
둘째, 생활숙제는 말씀을 생활의 현장, 삶의 장소로 옮겨오게 한다. 수업에서 이론은 다룰 수 있지만 가정, 직장, 섬김, 절제, 효도, 자녀양육을 모두 커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생활숙제는 이런 숨어있는 말씀 적용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현장학습이 된다.
셋째, 생활숙제는 길고 긴 제자훈련에서 청량제의 역할을 한다. 일종의 특별수업인 셈이다. 연습만 하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학습의 흥미는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생활숙제는 정식경기를 앞두고 연습한 것을 가지고 실제 시합에 나가 필드에서 뛰는 것과 같다.
넷째, 생활숙제는 훈련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훈련생의 가족은 물론 직장동료들과 소그룹 공동체의 다른 지체들에게까지 제자훈련의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섬김을 받은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 훈련생의 자기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생활숙제는 구체적, 상식적으로 내주기
생활숙제를 낼 때 주의할 점들이 있다. 숙제의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5월 가정의 달 숙제를 내면서 “가족들에게 잘해주자” 이런 식으로 숙제를 내줘서는 안 된다. 생활숙제일수록 매뉴얼이 분명해야 한다. 또 현실 가능한 숙제를 내야 한다. 지금 훈련생들의 상황들을 고려해서 실천 가능한 상식 차원의 숙제를 내야 한다.
제자반이 비슷한 연령대의 동질 그룹인지, 아니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생활숙제 자체가 성경적이고,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생활숙제 자체가 비윤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이면 제자훈련은 위험해진다.
생활숙제는 교재의 내용과 제자훈련의 목적과 동일한 흐름을 가져야 한다. 가령, 일천번제를 드리라든지, 영적 꿈을 꾼 것이 있으면 해석해서 오라든지, 방언을 받기 위해서 작정기도를 하라든지 하는 식의 생활숙제는 제자훈련의 범주 안에 있는 내용이라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생활숙제를 낸 후에 그 결과를 세심하게 체크하고, 최선을 다한 훈련생들에게는 아낌없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
생활숙제의 사계(四季)
첫째, 봄이다. 내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제자훈련 입학예배가 2월 첫째 주에 있고, 봄 학기가 2월부터 6월까지, 가을 학기가 9월부터 12월까지로 진행된다.
물론 훈련생들은 1월부터 큐티를 비롯해 반편성 등이 이뤄지고, 입학 전 필독서적을 읽는 등의 준비를 하게 된다. 봄 학기는 제자훈련의 틀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봄 학기의 생활숙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입학예배를 위한 몸가짐, 마음가짐 준비(이발이나 머리손질, 입학예배 때 입을 옷을 손수 다림질 등)하는 일
■순장님, 기도 후원자님께 감사의 카드 보내기, 순장님께 반찬 선물이나 간단한 마음의 선물 증정하기
■직장 30분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 청소하기
■설날을 맞아 집안 복음화를 위한 계획 제출하기, 설날에 설거지 봉사하기
■3월 첫째 주 봄맞이 집안 대청소하기, 집안에 기도의 골방 만들기
■봄나물 반찬 선물하기(태신자, 순장, 힘들어하는 교우 등)
■새 학기 맞아 자녀들에게 맛있는 간식해주기
■가정의 달 특별 생활숙제(남편은 처가 방문, 아내는 시댁 방문)
■봄맞이 가족 보양음식 해주기
■남편 구두 닦아주기, 아내를 위해 설거지, 쓰레기 분리수거 해주기
■배우자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옷 사주고 외식하기
■스승의날에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선물하기
■어린이날 자녀들을 위한 사랑의 이벤트하기
봄 학기 생활숙제의 하이라이트는 가정의 달 특별 생활숙제이다. 5월 어버이날을 앞두고 남자 훈련생은 처가를, 여자 훈련생은 시댁을 1박 일정으로 방문한다. 형제들은 장인 장모를 위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해서 대접하며, 장인 장모의 발을 씻어드리고 기도를 해드린다.
아내들 역시 남편과 함께 음식을 해서 대접하고, 부모님을 위해 용돈과 작은 선물들을 전달하며 자녀들과 함께 어버이날 노래를 불러드린다. 이 생활숙제를 위해서 자매들에게는 4월 중 준비 방문을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한다. 가령 시댁을 방문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피고, 시부모님들의 건강도 살펴보게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 생활숙제에 아주 큰 비중을 가지고 진행한다. 어떤 훈련생은 10년 동안이나 소식 없이 지내던 부모님과 상봉한 경우도 있다. 동기 훈련생들이 수소문해서 찾아낸 부모는 쪽방에서 병드신 모습으로 계셨다. 병원에 모셔 치료도 하고, 못 다한 공경을 해드리며 사역훈련을 받을 때 천국환송예배를 드렸다. 이같이 생활숙제는 이론의 교실에 숨지 않고 삶의 모습에까지 확장하게 하며, 하나님의 말씀의 영향력을 세상에 미치게 한다.
둘째, 여름이다. 제자반의 여름은 6월 한 달 막바지 수업과 함께 지나간다. 우리 교회는 제자훈련 교재 2권 과정을 끝내고 교리시험을 친다. 그런데 훈련생들 사이에서는 교리시험을 거의 ‘고시’수준으로 받아들인다.
이 무렵 훈련생들은 독서실과 도서관을 찾아 교리시험을 준비한다. 선배들의 시험 문제지와 교리 요약지를 들고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또 여름철 생활숙제는 새생명축제를 위해 태신자들을 위한 섬김의 생활숙제들이 많이 나간다.
■헤븐 튜우립축제에 태신자 초청하기
■태신자에게 식사 대접하기
■힘든 교우와 이웃을 위해서 장봐주기
■가족을 섬기기 위한 휴가 보내기
■방학 중 여행 다녀오기
■전 교인 여름수련회 때 자원봉사자로 섬기기
셋째, 가을이다. 제자훈련의 가을학기는 오랜 여름방학을 끝내고, 3권 과정 생활편 진도가 나간다. 자연스럽게 생활숙제도 가족과 가정을 중심으로 한 숙제가 많이 나간다. 훈련생들은 자신의 가정을 돌아보고, 훈련생으로서 가정을 교회로 세워나가게 된다.
우리 교회는 특히 가정예배가 자리 잡도록 지도한다. 가정예배가 1년 동안 훈련의 과정에서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것이다. 가훈을 만들고, 가을철 40일 특새를 드리면서 가정예배와 함께 제자훈련이 가정에까지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가정예배는 일방적인 예배가 아닌 가족들이 순서를 나눠 맡고, 가장이 일방적으로 훈계하는 방식의 예배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기도제목을 내놓고, 함께 기도하는 분위기기가 되도록 지도한다.
■가훈 만들어 붙이기
■가을맞이 가족 보양음식 해주기
■자녀들 간식 만들어 주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추수감사헌금 드리기
■중추절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섬김으로 봉사하기
■9월 가계부 쓰기
■가을 40일 특새 도전하기
■가정예배 드리기
■부부가 한 가지 운동을 함께하기
■은혜로운 언어생활을 위한 성명서 발표하기
넷째, 겨울이다. 우리 교회는 12월에 수료예배를 드린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면 이제 훈련생들은 든든해 보이고 많이 성장한 모습들이다. 겨울철의 생활숙제는 훈련생 상호 간에 서로를 축복하고 섬기는 숙제가 나간다.
■푸른초장합창제 참여하기
■헤븐국화축제에 이웃 초청하기
■훈련 동기들과 성탄축하파티 마련하기
■제자훈련 졸업여행 참여하기
■수료 이후의 신앙과 사역 계획 짜기
■훈련생끼리 기도제목 카드 나누기
■인도한 목회자에게 감사편지 쓰기
나는 훈련생들과 생활숙제를 함께한다. 이 생활숙제는 인도자에게도 길고 긴 제자훈련 과정의 청량제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내도 제자반을 인도하기 때문에 목회자의 가정이 제자훈련 생활숙제로 인해 더욱더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또 인도자가 직접 생활숙제를 해봄으로써 훈련생들에게도 모범이 될 뿐 아니라, 어떤 생활숙제가 좋고 나쁜지를 스스로 분별하게 된다.
제자훈련을 갓 시작한 인도자는 제자훈련의 노하우가 풍부한 목회자들에게 생활숙제의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한 생활숙제는 피상적이기보다는 실제적이어야 하고, 고상하기보다는 수수해야 하며, 형식적이기보다는 감동적이어야 한다.
생활숙제는 제자훈련에서 배운 성경 말씀과 교훈이 가슴으로, 삶의 자리로 내려오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섬세하면서 동시에 평범해야 한다. 제자훈련에서 생활숙제를 잘 활용하면 살아있고 생동감 있는 제자반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임종구 목사는 대구 푸른초장교회를 개척해 제자훈련 목회철학으로 16년째 목회하고 있다. 대신대학교를 거쳐 현재 총신대 일반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전국 CAL-NET 사무총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