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강명옥 전도사_ 국제제자훈련원
제자훈련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접어들면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변화’다. 구원의 확신이 없던 사람은 반석 위에 믿음의 뿌리를 굳게 내리기 시작하고, 영적으로 병들어 있던 사람은 경건의 시간을 통해 회복돼 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변화의 첫 열매는 가장 힘들게 자신을 오픈한 사람으로부터 나타난다. 이번 사건은 전반기 사역을 마무리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직전 영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 한 훈련생이 자녀 문제를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12명의 훈련생이 한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섬기며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각자 생각이 다르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제자훈련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말씀과 함께 4~5시간 동안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제자훈련 면담을 할 때부터 교역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화려한 신앙 경력을 가진 훈련생이 있었다.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와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 된 기도의 용사요, 성경을 60번 이상 읽고 말씀 사랑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늘 성경을 붙들고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훈련생이었다. 그런데 그를 둘러싸고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다른 훈련생에게 자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는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의 물건을 훔쳐 정학 처리된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을 눈물 흘리며 오픈했다. 모든 훈련생이 한결같이 위로와 격려의 말을 나누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영적으로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걸어 다니는 성경 사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훈련생이 갑자기 도발적인 발언을 해 그동안 쌓아 온 관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를 영적으로 키우지 않아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이제부터 집사님도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영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자녀 교육을 제대로 하세요. 저처럼 매일 새벽기도를 하든지, 아니면 작정기도를 하든지 해서 애초에 도적질을 뿌리 뽑아야 해요.”
그의 말에 분위기는 냉랭해졌고, 한동안 모두 조용했다. 그때 한 훈련생이 말했다. “집사님은 걸어 다니는 성경 사전이라는데 왜 인격은 그 모양이에요?” 그러자 그가 대꾸했다. “내 인격이 뭐가 어때서?” 분위기는 금방 험악해졌다. “매일 성경을 읽고 새벽기도회에 나가서 기도하면서 집사님의 문제는 보지 않으시나 보죠?” “수준이 안 맞아서 제자훈련 못하겠네.” 점점 험한 말들이 나오는데 하늘에서 예수님이 내려오셔서 다시 십자가를 지셔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이런 갈등이 생기면 훈련 교역자로서 고민이 된다. 그러나 갈등은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속에 담고 있던 것들을 털어놓으라
제자훈련 시간이 거의 마칠 쯤에 터진 일이라 그대로 봉합할 수 없었다. 놀라운 사실은 교회 안에 많은 성도들이 신앙이라는 옷을 입고 외식주의에 사로잡혀 가면을 쓴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는 미움이 가득하고 시기와 질투가 하늘을 찌르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잘 받아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날 훈련생들과 이야기하면서 훈련생 모두 그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불만이나 서로를 향한 마음의 불편함을 털어놓게 했다. 알고 보니 교역자 앞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다들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것이다.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훈련생들이 ‘우리 제자반은 안전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동안 숨겨진 갈등들이 있어도 말씀으로 잘 훈련됐기에 성령께서 인격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성경
‘걸어 다니는 성경 사전’이라는 훈련생에게 물었다. “형제가 이렇게 마음이 맞지 않고 험한 말을 할 때 예수님께서는 무엇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러자 그분이 대답했다. “글쎄요. 요한복음 13장 34~35절에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고 하지 않았나요?”
걸어 다니는 성경 사전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성경 구절이 줄줄 나왔다. 이 말씀을 중심으로 갈등의 문제를 풀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사님!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인가요?” “마지막 만찬 중에 하신 말씀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의미는 잘 모르겠어요.”
재미있는 것은 성경을 읽고 외우기는 하지만 그 말씀이 마음에 들어와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훈련생에게 요한복음 13장 34~35절을 펴게 하고 모두 큰 소리로 읽은 후, 돌아가면서 느낀 점을 말해 보게 했다. 그러자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역사하셔서 훈련생들의 심령을 찔러 쪼개시는 능력이 나타났다.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던 걸어 다니는 성경 사전 훈련생도, 자기 입장에서 상처받았다고 말하던 훈련생도, 자녀 문제를 오픈했던 자매도, 은근히 걸어 다니는 성경 사전 집사님을 질투했던 자매도 입을 열어 회개했다. 성령께서 각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5개월 동안의 제자훈련을 총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은 중간 점검을 할 때
이제 여름 방학을 앞에 놓고 제자훈련의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훈련생 한 사람 한사람을 놓고 기도하면서 처음 인터뷰할 때의 강점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말씀 안에서 약점이 얼마나 변화됐는지, 인격적인 부분에서 훈련생들 간에 어느 정도 변화된 증거가 나타나고 있는지, 여름 방학 동안에 더 준비하고 다듬어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점검하면서 여름 방학 동안 면담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평신도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훈련된다. 다혈질인 베드로가 변화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바울의 지적을 받아들이며 수정하는 모습은 진정한 제자훈련을 보여 주는 실례다. 변화된 제자들이 재생산의 능력을 갖춘 평신도지도자로 다시 태어날 때 교회는 더욱 건강하게 세상을 향해 변화를 외칠 수 있다. 제자다운 제자가 교회 안에 많아질 때,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