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실패담

2014년 12월

다시 시작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다

제자훈련실패담 인병식 목사_ 천안 온누리교회

원고 요청을 받고 묵상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 봤다. “제자훈련에 실패가 있을까? 가룟 유다로 인해 예수님의 제자훈련은 실패한 것인가?” 결론은 제자훈련에 실패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패의 과정이 없이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있는 것이다.
『캣츠 : 고양이에게 배우는 9가지 혁신원리』의 저자 스테판 C. 런딘은 자신의 책에서 “실패는 숨기고 제거해야 할 망각의 대상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내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학습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잘못한 것이 실패가 아니라, 실패했다고 다시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실패라는 것이다.
제자훈련 목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목회가 행복하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면서 저지른 실수를 통해서 목회자인 나 자신이 온전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져 가고, 교회가 조금씩 건강한 믿음의 공동체로 세워져 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인도하는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제자훈련 목회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을까? 먼저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인 나를 돌아봤다. 제자훈련 초기에는 CAL세미나를 통해 받은 은혜와 열정이 내 안에 너무나 뜨거운데, 제자훈련 목회 철학인 한 영혼 철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서 오는 실수를 했다. 아직도 내 안에 의식이 바뀌지 않았는데, 열정만으로 성도들의 의식을 바꾸려고 했던 것이다.
제자훈련은 목회자의 과다한 열정 이전에 한 사람 철학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목회 철학의 변화를 위해서 CAL세미나에서 고(故) 옥한흠 목사님이 강의하신 오디오 테이프를 구입해 서재에서 듣고, CD를 구입해 운전하면서 이동 중에도 계속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그러면서 목회자인 내 의식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바르게 이해하고 철저히 준비하라
두 번째 실수요인은, 제자훈련 인도자인 내가 제자훈련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서 생겼다. 특별히 1기생들에게는 지금도 이 부분에 대해 미안함과 동시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 당시 제자훈련 시간에 내가 질문할 때, 훈련생들은 죄인처럼 취조받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고민하면서 기도하던 중에 남서울대학교에서 실시하는 가족 코칭 세미나에 지원하게 됐다. 90시간 동안 코칭에 대한 실제적인 질문법을 배우고, 질문법에 대한 책을 구입해서 공부하면서 제자훈련의 질문 기술들을 익혔다. 또한, 매년 제자훈련 기수마다 새 교재를 구입해 매번 새롭게 준비하면서 교재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하게 됐다.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라
세 번째는 나의 조급함이 제자훈련에 대한 실패를 불러오게 됐다고 생각한다. 훈련하면서 열매가 보이지 않고, 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좌절했다. 영적으로 침체되고 의욕을 잃으면서 제자훈련 사역의 실패를 맛봤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제자훈련은 ‘기다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성도들도 변화를 위해서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데, 왜 목회자인 나는 기다리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스스로 기다림의 훈련을 하게 됐고, 이후에 훈련받은 성도들의 삶 속에서 열매가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됐다.


훈련생의 눈높이에 맞추라
네 번째는 각 훈련생의 신앙수준에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모든 기수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원칙만을 강요한 것이 문제였다. 우리 교회는 전체 성도의 90% 이상이 처음 교회를 나오거나 처음 예수를 믿게 된 분들인데, 이들에게 너무 원칙만을 강요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제자훈련은 한 영혼에 대한 사랑과 은혜의 원리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너무 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니 “제자훈련은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그래서 훈련의 목표는 높게 정하되, 훈련생의 눈높이에서 시작하고 서서히 수준을 높여갔더니 모든 훈련생이 낙오자 없이 수료하고 변화됐다.


실패는 귀한 성공을 얻기 위해 치르는 값
많은 사람이 성공하기를 소원하면서 실패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가치 있는 성공 전에는 반드시 실패가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 캐릭터 대통령상 5회, 문화체육부 장관상 5회를 수상한 ‘뽀로로’는 연간 로열티 수익만 100억에 달하고, 1조 원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갖고, 전 세계 12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 역시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제자훈련을 시작했다가 실패해서 낙심하고 있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넘어지고 실수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를 배웠다고 생각하자. 귀한 것을 얻기 위해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인병식 목사는 칼빈신학교와 광신대학교, 개신대학원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천안 온누리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