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김영생 집사 _ 우리은행 지점장
“비전이 없는 리더는 심장이 없는 것과 같으며,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비전”이라고 빌 하이벨스 목사님이 강조한 것처럼, 직장인에게도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비전이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 크리스천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자신의 인생을 바칠 만한 비전,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리 은행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크리스천 신입행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비전에 불타야 할 젊음의 때에 비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의 야망을 가진 사람은 많이 있으나 하나님 나라의 꿈과 비전에 사로잡힌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크리스천 젊은이들은 이 시대의 다니엘처럼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을 꿈꾼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고백 뒤에는 “지위”를 통한 자기 영광, 세상의 영광을 향한 동경이 감추어져 있다.
하나님 나라의 꿈과 비전에 사로잡혀라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을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가슴 벅찬 비전이 없기에,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돈과 권력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결국 크리스천 리더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세상의 가치관에 물들어 미지근하고 타협하는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1997년,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은행이 문을 닫고 은행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던 IMF 한파가 닥쳐왔을 때, 그 당시 내가 몸담고 있었던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동남은행, 동아은행 등과 같이, 기업체의 부도와 함께 부실은행이 되어 문을 닫게 된다는 소문이 은행 내에 나돌면서, 다급해진 신우회 형제자매들이 순번을 정해 기도를 하게 됐다.
어느 날 새벽, 은행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은행 하나쯤 망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으며, 네가 다니는 은행이 망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하나님의 이 음성을 듣게 되자 더 이상 내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한 생계수단으로써만 은행을 망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는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처음 입행할 당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비전이 떠올랐다. 나는 1982년 사랑의교회 대학부에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내 마음에 부은바 되어” 십자가 사랑에 날마다 감격하며 오직 예수, 오직 복음을 위해 철저히 쓰임받기를 사모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한일은행이 바로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할 나의 선교지요,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져야 할 사역지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기도제목은 “이기적이고 어두운 직장 문화가 십자가 복음으로 변화되어 정직과 감사, 사랑과 섬김이 지배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은행이 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비전을 위해 각 개인과 신우회가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지는 것이 주님의 뜻이기에, 형제자매들에게 40일 아침 금식을 선포하며 다함께 회개와 헌신의 기도를 드리도록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40일 금식기도가 끝나는 마지막 날인 7월 31일, 은행 문을 내리는 대신 상업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우리은행이 탄생하는 벅찬 응답을 주셨다.
성취보다 사람 중심의 리더
이러한 비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집중하셨던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나 성취가 아닌 관계이며, 인간관계가 우리 삶의 전부”라고 릭 워렌 목사도 강조했다. 대부분의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승진, 실적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관계조차도 이를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관계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업무와 실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하루하루 삶에 치여 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영업과는 상관없는 본점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작년 말에 지점장으로 처음 발령받고, 달성해야 할 영업실적으로 인해 짓누르는 마음의 부담감과 강한 압박을 경험하면서 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관계에 집중하지 못하는가를 더욱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에 대한 염려와 부담감을 안고 기도하는 과정을 통하여 오히려 “예수를 나와 관련된 모든 일에 해박하고 대단히 유능하신 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분을 ‘주’라고 부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달라스 윌라드의 말처럼, 모든 업무와 영업에 뛰어나신 주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단순히 좋은 결과보다는 하나님의 방법과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실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며, 최선을 다하고 온전히 주님을 신뢰할 때 어떤 결과든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마음의 짐을 주님께 맡겨드림으로 자유함과 평안을 체험하게 되었고, 마땅히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상사와 직원,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의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하는 데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고 브레넌 매닝이 말한 바와 같이, 이렇게 관계에 집중할 때 직원과 고객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섬길 수 있게 되어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되고, 필요한 실적을 채워주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랑과 섬김의 리더십
리더십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사랑과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것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통해 변화된 성품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20년 이상을 은행에서 보내면서 하나님께서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한 영혼의 가치를 깊이 있게 깨닫게 하셨고, 사랑과 겸손의 성품으로 다듬어 가셨다.
나를 여러 가지 이유로 질책하고 인격적인 모독을 주는 상사를 만나게 하셨을 때,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를 통해 내 안에 진정한 사랑이 없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고,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과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마 5:44~45)”라는 말씀을 붙잡고,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중보기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도응답으로 상사의 마음을 얻게 하셨고, 하나님께서는 나를 높여주심으로 높은 경쟁력을 뚫고 은행 내 경영혁신관련 마케팅 강사로 선발되는 축복을 주셨다.
가정에서 거의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불치병 아들을 예수님처럼 섬기는 아내를 보면서, 때로 나에게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큰 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십자가에 죽기까지 사랑하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5)”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 아들을 돌보는 것이 ‘짐’이 아닌 나와 우리 가정에 특별히 주어진 ‘섬김의 기회’이며 ‘특권’임을 성령께서 깨닫게 하셨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섬기는 삶’이 제자의 사명이요, 지점장으로서 제자의 발을 씻기는 주님의 심장과 마음으로 ‘섬김의 리더’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직원 한 명 한 명을 위해 기도함으로, 지점의 목표인 “실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소중한 한 인격체”로 대할 수 있었다. 직원 각 개개인의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용납하며, 칭찬과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분명한 책망을 통해 개인의 역량과 성품을 최대한 계발시켜 나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섬김의 사명이 있기에 상사와 직원, 그리고 고객을 섬길 수 있는 매일의 하루를 허락하심에 감사하며 기대함을 갖고 출근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랑과 섬김의 성품이 깊어질수록 비전의 핵심인 “한 영혼의 가치를 깨닫고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여 온전한 제자로 세우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지점과 부서를 이동할 때마다 많은 준비된 영혼들을 만나게 하셔서 주님께 인도하는 감격을 맛보게 하셨다.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했던 직원을 주님께 인도해 지금 그는 선교회의 일꾼으로 일하고 있고, 독실한 불교신자로 자부하던 직장동료에게는 다양한 질문에 답하고 삶을 나누면서 결국 그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온 가족이 교회로 인도되었다.
또한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다가왔던 후배를 주님께 인도하였는데, 몇 개월 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주님 품에 안기게 되어 마음이 참 아팠지만, 이 일을 통해 후배의 아내까지도 교회로 인도하게 하셨다.
그리고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직원에게 “우리 가정에는 불치병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천국 같은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음은 날마다 오직 가정을 만드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간증했다.
그러자 그 역시 주님을 영접하고 지금은 다락방에 연결되어 멋진 제자로 성장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다. 한 영혼이 예수님을 만나 구원을 얻고 인생의 참 목적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함은 크리스천 직장인이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 차세대 리더를 재생산하기
특히 하나님께서 40세가 넘어 우리은행 내 전임교수로 선발되어 근무하게 해주셨을 때, 하나님께서는 차세대 리더를 지속적으로 양육하는 일에 집중하게 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처럼 내 남은 삶을 온전히 쏟아 부을 우리은행의 다음 세대, 즉 신입행원 가운데 12제자-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 나라의 비전에 불타고 예수님과 영혼을 위해 자신의 삶 전부를 쏟아 부을 충성된 제자-를 세우는 일에 헌신했다. 그점으로 인해 그들과 함께 비전으로 하나된 강력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은행 내에서 사랑과 섬김의 본을 보이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셨다.
2003년부터 하나님께 충성된 베드로, 요한, 야고보 같은 하나님의 사람을 내게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신입행원들을 개인적으로 접촉하고 복음과 비전으로 도전하였을 때, 3명의 준비되고 충성된 제자를 붙여 주셨다. 그래서 토요일과 주중에 소그룹과 일대일 양육을 시작하였고, 그 이후 12명 이상의 차세대 리더를 세우게 되었다.
또한 차장, 과장급 등에서도 리더가 발굴되었고, 이들을 통해서도 영적 재생산이 계속되고 있다. 나아가 각 지점의 변화가 은행의 변화이기에 지점장들 가운데 동일한 비전을 가진 동역자들과 함께 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은행과 임원진을 위해 기도하며 크리스천 문화 확대를 위한 삶의 나눔과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바벨론 같은 직장에서 다니엘과 같은 강력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순간 열정을 갖고 헌신할 수는 있으나, 비전을 끝까지 이루기 위해서는 매일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에서 경험되는 십자가의 은혜와 사랑을 통해, 늘 영적 생동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리더 자신이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을 누리고 성령충만한 능력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살아갈 때, 직장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영향력 있는 예수님의 제자의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영생 집사는 성균관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사랑의교회 집사, BBB 우리금융모임 및 10지구대표, 우리은행 봉천동 지점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