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박주성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신다(시 121:4). 우리의 대적 마귀도 쉼 없이 우는 사자같이 삼킬 자를 찾으며 두루 다닌다(벧전 5:8). 그러나 우리는 육신을 가진 존재이기에 쉼과 회복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자훈련 훈련생들은 훈련을 잠시 멈추고, 여름방학을 갖는다. “도끼를 갈지 않아 날이 무디면 그만큼 힘이 더 든다. 그러므로 도끼날을 가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전 10:10, 현대인의성경).
투 다이내믹 코리아와 비슷한 제자훈련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가 됐으며, 이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그러나 실상 한국은 다이내믹을 넘어서 투(too) 다이내믹하다. 사회 전체가 쉼이 없이 달리고 있다. 이것은 비단 사회 분위기만의 문제가 아니며, 제자훈련에도 그 증상들이 나타난다.
제자훈련은 지금까지 살아온 있는 그대로의 신앙의 민낯을 말씀의 거울에 비춰 보며 자신의 삶을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그러기에 제자훈련은 지금껏 우리의 삶을 지배해 온 근간을 흔들어 놓는다. 제자훈련은 마치 장교로 임관하기 위해 기초 군사 훈련을 받는 기간과 유사한 훈련 시간을 갖는다. 기초 군사 훈련 기간에는 수많은 얼차려를 받고 PT 체조를 한다. 얼차려와 PT 체조는 표면적으로는 실수에 대한 벌로 주어지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이는 훈련생들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훈련 중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훈련생 입장에서 기초 군사 훈련은 제정신으로 받는 훈련이 아니다. 그러나 교관의 지도를 따라 정신없이 구르고, 넘어지다 보면 기초 체력이 길러지고, 사고 없이 기초 군사 훈련을 수료하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는 훈련에도 쉼과 회복의 시간은 필요하다.
영혼의 쉼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11장 29절에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으로 번역된 헬라어 단어 프쉬케를 영어 성경은 영혼(soul)으로 번역했다. 공동번역과 <현대인의 성경>에서도 영혼으로 번역했다.
우리 영혼은 쉼이 필요하다. 영혼의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예수님께 배우는 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진정한 쉼은 무위(無爲)가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멍에를 메는 데서 찾아야 한다.
예수님의 멍에를 멘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예수님과 이인삼각(二人三脚)을 하라는 뜻이다. 예수님과 이인삼각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상과 성공이라는 멍에를 메고 이인삼각을 해 왔다면, 이는 마음의 쉼이 없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이끄는 대로 폭주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옛적 길, 선한 길을 선택해 그리로 가야 한다(렘 6:16).
밀려오는 과제물에 삶이 떠내려가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예수님의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춰야 한다. 내 삶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지만, 조바심내지 않고 예수님의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출 때 영혼은 쉼을 얻을 수 있다.
예수님께 배우는 배움이 필요하다
예수님과 이인삼각을 하기 위해서는 예수님과 함께 멍에를 메고 예수님께 배워야 한다. 여름방학 동안 일상적으로 해 오던 과제물과 매주 훈련 모임이 없으면 훈련의 요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이인삼각을 하기 위해서는 여름방학 기간에도 예수님께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영혼의 쉼을 위해서는 여태껏 시간에 떠밀려 놓쳤던 부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첫째, 제자훈련 2권 교리 부분을 공부하며 놓쳤던 부분을 다시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열두 광주리’ 질문을 통해 상반기에 받은 은혜를 차곡차곡 눌러 담아야 한다. 둘째, 매주 한 번씩은 D형 큐티를 하면서, 다른 많은 과제물에 떠밀려 누리지 못했던 성경 묵상의 은혜를 체험하며 묵상력을 길러야 한다. 셋째, 무게감 있는 독서를 하면서 신앙과 삶이 교회와 한 방향으로 정렬돼야 한다.
특별히 인도자는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독서 과제를 주는 것이 좋다. 요즘 훈련생들은 SNS 시대에 적응돼 있어 짧고 자극적인 글에 익숙하다. 그러나 진정한 영혼의 쉼을 위해서는 양서를 통해 예수님께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올여름 훈련생이 읽을 만한 도서로는 밥 버포드의 『하프타임』, 콜린 스미스의 『손에 잡히는 성경 이야기』를 권하며, 깊이 있는 성경 읽기를 위해서는 D형 큐티의 동반자 『무디 성경 주석』을 추천한다.
육신의 쉼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는 육신을 가진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막 6:31)라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는 제자들의 형편을 배려해 주신 것이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학기 중에 부여하는 과제물보다는 훨씬 적은 양의 과제물, 매주 훈련 모임을 하지 않아 생기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 이때는 육신의 쉼을 통해 하반기 훈련을 감당할 만한 체력을 길러야 한다. 체력을 보강하면서 하반기 훈련을 위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다이내믹은 냄비 근성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물론 냄비 근성일지언정 한 번도 끓어오르지 못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냄비처럼 한번 끓어올랐다가 식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은혜의 일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가뭄에 단비처럼 드물게 체험되는 은혜가 아니라 은혜가 일상적으로 부어지는 역사가 나타나는 것이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역동적인 제자훈련이 냄비 근성의 표출로 끝나지 않으려면 속도를 조절하며, 그리스도와 호흡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상반기 훈련을 통해 정신없이 신앙의 기초 체력을 길렀다면 이제는 훈련의 열매를 제대로 맛보며 감당해야 할 하반기의 은혜가 기다리고 있다. 여름방학을 통해 주님과 속도를 맞추고, 주님께 인생의 속도와 삶의 지혜를 배우며, 하반기 은혜의 그릇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