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TIP

2016년 07월

제자반의 여름방학 추억 만들기

제자훈련TIP 임종구 목사_ 푸른초장교회

빨리 지나가는 35주
나는 신학대학원 3학년이던 30세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리고 올해 교회 개척 20주년을 맞았다. 사역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고, 기억나는 일은 제자반과 함께했던 시간들이다. 제자훈련 35주는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 모두에게 꽤나 길고 지루한 시간이다. 그러나 제자훈련의 과정은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정신없이 일 년이 지나간다. 인도자는 제자반 외에도 많은 목회 일정으로 바쁘고, 훈련생들도 제자훈련 과제물 등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면 인도자와 훈련생들은 소위 일반 은총이 주는 여유와 자연스러운 친밀감을 나누는 시간도 없이 일 년을 보내 버린다.
나는 제자훈련에서 말하는 전인적 성장을 설명할 때, 정서적 성장과 관계적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지적, 영적, 인격적 성장을 이뤄도 정서적, 관계적 성장이 멈춰 버린 사람들은 공동체를 삭막하게 한다. 그런데 여름방학은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절호의 기회다. 이번 호에는 제자반과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추억과 설렘이 있는 여름방학 계획
먼저 인도자나 훈련생이 미리 여름방학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회 행사도 많고 개인 휴가를 빼고 나면 여름은 결코 길지만은 않다. ‘제자반과 여름 보내기’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할 것이 있다. 그것을 또 다른 수업의 연장이 아닌 추억으로, 그리고 의무감이 아닌 설렘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자반의 형편과 연령대를 고려해야 한다. 다음은 연령대를 고려한 여름방학 계획이다.

- 30대 남제자반 캠핑, 지리산 등반, 계곡 트래킹, 낚시, 소매물도 여행, 여름 한라산 등반 등
- 30대 여제자반 단기요리강습, 함께하는 다이어트, 자녀와 함께 워터파크로 떠나기 등
- 40대 남제자반 제주오름 여행, 안동하회마을 여행, 배낚시, 볼링 시합 등
- 40대 여제자반 기차 여행, 뮤지컬 관람, 여름 독서 모임, 전주한옥마을 여행, 동백섬 걷기 등

방학 중 모임은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닌 어느 정도 서로를 파악한 상태에서 더 깊은 친밀감과 우정을 나누기에 충분하다. 여름방학 추억 만들기의 행정적 준비와 진행은 제자반 임원들에게 일임하고 인도자는 훈련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특히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경청하는 것이 좋다. 이때 훈련생들이 의외로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들을 많이 털어놓기 때문이다.
방학 중 모임 사진과 영상은 편집해서 사진첩을 만들고, UCC를 제작해서 나누다 보면 제자반의 하나 됨이 더욱 깊어진다. 방학 중 모임을 전혀 갖지 않고 가을 개강 때 만나는 것과 그래도 방학 중 모임을 갖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일정을 내기가 어려운 제자반의 경우 다음과 같은 모임을 가지면 좋다.

- 삼복 순례 초복, 중복, 말복 날 만나서 보양식을 먹으며 서로 격려하자.
- 일일 캠핑 여름날은 길다.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돌아오는 일일 캠핑도 즐겁다.
- 벙개모임 느닷없이 모였지만 반가운 얼굴들과 예정에 없는 추억을 쌓는다.
- 프로야구 직관 퇴근길에 야구장에서 만납시다!


잊지 못할 여름방학 추억
제자반과 함께했던 기억나는 여름방학은 자연스러운 추억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해인가 여름방학을 했는데 어느 날 제자반 훈련생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여름휴가는 다녀왔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단체 SNS에 보고 싶다고 올렸더니 야심한 밤인데 갑자기 모이자고 야단이 났다. 결국 모여서 볼링을 치고, 야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정말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또 한번은 내가 워낙 천렵(川獵)을 좋아해서 제자반과 성주 계곡에서 일박했다. 나는 미리 선발대로 가서 텐트를 치고, 모든 준비를 다해 놓고 기다렸다. 어둑어둑해지자 하나둘 텐트로 모이고 우리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새벽별이 떠오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 다음 날도 살이 타도록 물놀이를 했다. 지금도 목양실에 그 계곡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찍은 단체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다. 한번은 책 읽기 좋아하는 반이 있어서 여름 내내 시원한 동네 커피숍에서 만나 제법 두꺼운 책 한 권을 완독한 적도 있다.

딱히 정해진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제자반과의 방학 중 활동은 기대감과 청량감, 신선함을 준다.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훈련생들에게 숙제 몇 가지를 내 주고 끝내는 것보다, 훈련생들과 함께 모임을 갖는다면 여름방학은 친밀감과 깊어진 대화,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선물을 안겨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