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TIP 임종구 목사_ 푸른초장교회
가정 식탁 교제의 중요성
제자훈련 18년차인 나는 제자훈련 인도에 있어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하나는 가정에서 모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식탁 교제를 함께하는 것이다. 애찬이 있던 초대 교회에서 일심으로 기도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었다. 심지어 성경은 교회의 모임을 ‘먹으러 모일 때에’(고전 11:33)라고 표현한다.
나는 영어 단어 “Life”에서 F를 “Food”의 이니셜이라고 말하고 싶다. 식탁의 깊이는 곧 관계의 깊이를 말한다. 그러니 전인적 훈련인 제자훈련에서 어찌 식탁 교제를 제외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제자훈련을 대그룹으로 하는 것과 교회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초로 성령이 임한 장소는 공적인 성전이 아니라 사적 장소인 마가의 다락방이었다. 예수님만큼이나 집에서 식사하시는 것을 좋아하셨던 분이 있었을까? 또 루디아는 바울과 그 전도팀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으로 자신의 신앙을 표현했다. 각설하고, 제자훈련을 오래 인도한 인도자일수록 가정에서 모이는 것과 식탁 교제를 함께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식 삼찬의 원칙
나는 제자훈련에서의 식사를 소위 ‘일식 삼찬’의 원칙으로 한다. 음식 준비로 시험에 들거나, 말씀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제자훈련 밥상과 간식은 훈련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자는 제자훈련 오리엔테이션 때나 첫 수업에서 제자훈련 밥상의 원칙을 말해 주는 것이 좋다.
내 경우 가정을 처음으로 오픈할 때는 최선을 다해(?) 밥상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 번씩 훈련생들의 집을 모두 순회한 후, 두 번째 순서가 돌아올 때부터는 일상적인 식사를 준비하게 한다. 나는 제자훈련 첫 시간을 사택에서 하면서 제자훈련에서의 식탁 교제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한다.
가정을 오픈하는 훈련생 가정에 가면 그 가족을 소개하고, 가족을 위해 기도해 준다. 통상 3시간 이상 진행되는 제자훈련에서 정찬과 간식은 지치기 쉬운 훈련생들에게 힘과 위로가 된다. 나는 반드시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게 한다. 왜냐하면 3~4시간을 바닥에 앉아서 교육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간이용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를 교회에 보관해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게 한다.
수업을 시작할 때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도록 한다. 일단 모여서 기도하고 찬송한 후, 성경 암송과 암송 구절에 대한 나눔과 설명을 마친 후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는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며, 식사 시간 동안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게 한다. 수업에 쫓겨 식사 시간을 줄이거나 서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즐기면서 대화도 많이 나눈다. 식사를 마무리하면 함께 식탁을 정리하고 차나 커피, 그리고 과일과 쿠키를 나눈다. 수업할 때는 차나 간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진행한다.
식사와 간식 준비
제자훈련 식사를 준비할 때는 반장과 총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장과 총무는 훈련생들의 가정 형편을 세심하게 파악해 그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서 훈련생들이 음식과 간식 준비로 시험에 들거나 힘들어하지 않도록 한다.
직장반의 경우에는 음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교회에서 모일 경우에는 집에서 한 가지씩 음식을 해 와서 먹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반장과 총무가 주도하게 한다. 일 년 동안 진행되는 제자훈련에서 지치지 않도록 계절과일과 계절음식을 먹고, 때로는 보양음식을 먹기도 한다.
훈련생들은 사역반을 거쳐 이후 순장으로 섬기게 되는데, 이때 제자반에서의 식사 준비가 하나의 훈련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 교회 제자훈련 6기 자매반은 모이기를 좋아했고, 수업 외에도 별도로 모여 예습을 하기도 했다. 또 섬기기를 좋아했던 6기 자매반은 모일 때마다 고기를 먹어서 “제자반 肉基(육기)”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야외 수업에서도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고기 종류도 참 다양했다.
그들은 졸업여행을 가서도 고기를 먹었는데, 수북이 쌓인 묵은 김치와 고기 앞에서 찍었던 기념사진이 목양실 벽면에 걸려 있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지금은 모두 권사님이 돼 여전히 끈끈함으로 부지런히 섬기고 있다. 주님께서는 해변에서 조반을 손수 마련하시고, 지친 제자들에게 먹이셨다. 식탁의 깊이는 곧 관계의 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