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의국제화 유승렬 선교사_ 아프리카 가나
나는 사랑의교회라는 온실 속에서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했다. 2002년 사랑의교회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전문인 선교사 훈련만 받고, 아무 연고도 없는 아프리카 가나로 파송받아 사역지로 나갔다. 사역지에 대한 충분한 조사도 못했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선교지에 도착했을 당시 현지 사람들은 전문인 선교사에 대해 알지 못해 나는 선교사 대열에 끼지 못했다. 교인들은 나를 집사라고 호칭했다. 16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하나님께서 가나로 오게 하셨고, 이미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셨는데, 믿음이 부족해 쓸데없이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던 것이 송구할 따름이다. 나는 사랑의교회 ‘전문인 선교사’라는 목적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너무 좋다. 하나님께서 나 같은 사람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시는 일을 지켜보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사역지의 문화 파악이 우선이다
선교를 시작하려면 현지인들의 기질과 문화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인들에게 무언가를 베푼다고 생각해 이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겸손하게 교제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우리나라보다 기독교가 훨씬 앞서 들어왔다. 그러나 교회가 이들 가운데 온전히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서구 선교사들이 아프리카에 기독교를 소개할 때 물질 위주로 그들 위에 군림하고, 현지인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나는 장점이 참 많은 민족이다. 이들은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을 잘 돌보며 무엇보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그런 반면 단점도 두드러진다.
첫째, 물질 만능주의다. 물질을 우선하다 보니 부정부패가 심하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목회자들도 물질에 약하다. 흔한 예로 가나에는 한국의 ‘굿 뉴스’(박옥수의 구원파)가 돈을 주면서 대형교회, 유명한 목사를 앞세워 대형 집회를 매년 하고 있다. 둘째, 매우 이기주의적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없으면 무관심하다. 셋째, 시간과 약속 개념이 희박하다. 넷째, 정직하지 못하다. 거짓말이 보편화돼 있고 남의 것을 잘 훔치며, 신용 사회가 아니다. 다섯째, 감사가 적다. 여섯째, 책임의식이 없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일곱째,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추측하건대, 이런 문화는 동부, 서부, 남부 아프리카 모두 대동소이하다.
왜 아프리카에 제자훈련이 필요한가?
아프리카는 좋은 민족성을 가지고 있지만 훈련된 지도자들, 특히 영적 지도자들이 없기에 사회는 내부로부터 무너져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고 있다. 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뀌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훈련된 교회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잘 안다. 문제는 제자훈련을 시킬 교회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가나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성도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축복받으려면 교회에 헌금 많이 하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주일예배 시 3~4번씩이나 헌금을 하게 한다. 심지어는 담임목사의 사진을 집에 걸어놓고 기도하면 더 많은 축복을 받는다고 가르치며 공공연히 담임목사 사진을 팔기도 한다. 교인들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교회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교회에 나와 축복받고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춤추며 해소하기 위해 나온다.
교단의 경우 많은 브랜치 교회를 운영하면서 모든 헌금을 본부로 보내게 해 본부만 살찌고, 선교와 교인 양육에는 주력하지 않는다. 목사들은 헌금의 많은 부분을 TV나 대형 길거리 광고판 등에 광고비로 사용해 교인들을 모은다.
이런 폐단에 대한 염증을 느낀 지식층들이 초교파(Interdenomi-national)교회를 설립했다. 초교파 교회들은 장로회에서 운영하는데, 담임목사는 4년마다 외부에서 초빙하고 그에게는 결정권을 주지 않는다. 담임목사는 4년 임기 후 사임하기에, 굳이 교인들의 양육에 열심을 내지 않는다.
가나의 지정학적(영적) 위치는 정말 중요하다. 모슬렘화되고 있는 인근의 많은 나라 속에서 복음의 깃발을 높이 들고 기독교를 지키는 중요한 선교적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 나라의 기독교가 계속 이렇게 지속된다면 과연 서아프리카는 어떻게 될지 염려스럽다.
서아프리카의 마지막 기독교 국가인 가나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우선 양질의 훈련을 받은 교회 지도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 지도자를 통해 제자훈련으로 좋은 교인들이 많이 양성돼야 한다.
가나 교회와 사랑의교회 CAL세미나
나는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왜 사랑의교회 전문인 선교사훈련을 받게 하셨는지, 왜 나를 가나에 보내셨는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영적 훈련 때문이다. 그들을 사랑의교회 CAL세미나에 참석시켜 훈련시키면 지도자들부터 충분히 바뀔 수 있고, 저들로 인해 가나에 새로운 복음의 불길이 확산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무려 10년간 기도하며 CAL세미나에 가나의 교회 지도자들을 참석시키기 시작했다. 먼저 교단은 장로교단과 감리교단, 독립교회로는 ‘Victory Bible Church’(이하 V.B.C), 초교파 교회는 ‘Legon Interdenominational Church’(이하 L.I.C)와 ‘Accra Ridge Church’(이하 A.R.C)이다.
이디오피아 장로교단이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받아들여 진행 중에 있다. 여기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제자훈련을 교회 부흥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컨퍼런스 위주로 몰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영향력 있는 초교파 교회인 L.I.C를 택해, 그 교회에 출석해 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사랑의교회의 제자훈련을 그대로 하도록 유도한다. 꼭 변형시켜야 할 것이 있으면 매월 기도모임을 통해 논의해 결정한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현재 이들은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받아들여 훈련받고 있다. 예전에는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그저 월급쟁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제자훈련에 열심이다. 다른 건강한 초교파 교회와 교단, 그리고 독립 교단에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기까지 한다. 나는 이들 중에 하나님께 붙들려 가나는 물론, 아프리카 전체를 변화시키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나오기를 소원한다.
첫 번째 제자훈련 모델 교회는 L.I.C교회다. 창립연도는 1978년(4명의 가나국립대학교의 교수가 창립)이며 교인 수는 약 1,500명이다. 아내 김경옥 선교사가 음대 교수로 일하고 있는 가나 국립대학교 내에 있는 초교파 교회로, 전 대통령이 교인으로 있다. 교인들 중 다수가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지식층이고,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가나에서 영향력이 크다.
2004년 교회 지도부에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소개했을 당시에는 외국인이 교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훈련을 거부했다. 그러나 계속 교회에 출석하며 이들과 신뢰를 쌓아 갔다. 그리고 2009년 담임목사님과 부목사 2명을 사비로 사랑의교회 CAL세미나에 참석시켰다.
2010년 계속된 기도와 권유로, 특히 보하마 담임목사의 권유로 부목사와 장로 2명이 교회의 항공료 지원을 받아 CAL세미나에 참석했으나, 역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11년 24명의 사랑의교회 단선팀(팀장: 국중석 안수집사)이 가나에 와서 L.I.C에 제자훈련을 소개하고, 기도로 철저히 준비한 시범 다락방, 의료봉사, 부채춤 민속 공연 등을 선보이자, 교인들은 제자훈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2년 장로 4명과 담임목사(재수강)가 CAL세미나에 참석했다. 2013년 5명의 장로가 CAL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리고 드디어 13명의 CAL세미나 팀이 장로회를 설득해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2014년 담임목사가 12명에게 제자훈련을 했다(사랑의교회 제자훈련 교재와 <날샘> 사용). 그리고 2015년에는 담임목사와 12명이 사역훈련을 마쳤다. 2016년 담임목사와 부목사 2명 등 총 36명이 제자훈련을 시작했고, 박주성 목사님을 주강사로 제1회 L.I.C 제자훈련세미나 개최했다. L.I.C가 주도해, 이용석 목사님이 가나에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소개(A.R.C, V.B.C, 장로교단, 침례교단)했다.
예배 중에 성도들 앞에서 사랑의교회 교재로 훈련받은 12명이 최초의 다락방 리더로 파송받았다. L.I.C 교회는 가나국립대학교의 30,0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갓 신학대학교를 마친 전도사를 영입해,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사역훈련까지 마쳐, 파송받은 12명의 순장이 연초부터 시범 다락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제점을 보완해 교회에 맞는 맞춤형 다락방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현재 사역훈련 중인 48명이 2018년에 CARECELL(이 교회 다락방 명칭)에 순장으로 파송되면, 최소 50개 이상의 다락방이 형성될 것이다. 지금은 사역훈련반 외에 12명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계속해서 다락방 리더를 양성할 예정이다. 2020년 오정현 목사님을 주 강사로 제1회 서아프리카 CAL세미나 개최를 준비 중이다.
두 번째 아프리카 내 제자훈련 모델 교회는 ‘A.R.C’다. 교회 창립은 1936년이며, 교인 수는 약 2,500명이다. 초교파 교회로 현 대통령이 교인으로 있다. 교인 대부분이 지식층인 경제적으로 부유한 교회다. 최근 고령화되면서 젊은 층이 빠져 나가 제자훈련으로 재탄생하려고 시도하던 중 L.I.C의 소개로 8명의 교회 지도자들이 CAL세미나에 참석했고, 장로회의 100퍼센트 찬성을 얻어,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도입을 결정했다.
매주 기도 모임과 CAL세미나 교재 복습을 나와 함께했으며, 현재 36명의 제자훈련생을 모집 중에 있다. 사랑의교회 고성삼 목사님을 주 강사로 교회 지도자 1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제자훈련 세미나를 준비 중에 있다. 이 교회는 제자훈련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사랑의교회가 도움을 준다면 빠르게 제자훈련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한다.
Cal Alumni Ghana, 사랑의교회 섬김에 변화되다
‘Cal Alumni Ghana’는 한국 CAL세미나에 다녀온 33명의 모임 명칭이다. 이후 CAL세미나에 참석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이 모임에 회원이 된다. 이들은 가나 교계의 지도자들로 권위주의적이다. 이들에게 동양은 낯선 곳이지만 발전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저 즐기려는 목적으로 신나서 출발한다. CAL세미나를 보내려고 준비한 내게 감사를 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시설에 놀라고, 영접 팀인 가나 단선팀원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동한다. L.I.C의 CAL세미나를 다녀온 수석장로가 예배 시간에 간증을 했는데, 늘 자신들을 따라다니며 운전으로 봉사하기에 운전사인 줄 알았는데, 그분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큰 세무사 회사 사장님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것이 바로 제자훈련임을 깨달았다.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일에 인색하고, 위치가 조금만 높아도 권위주의적인 자신들의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고 간증했다.
한국의 CAL세미나를 경험한 이들은 영접팀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동했고, 주일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성전에 도착하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예배 진행과, 찬양대의 찬양에 놀란 것이다. 세미나에 참여하면 교육 내용에 또 한 번 놀라고,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에게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가나로 돌아온 이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가 달라진다.
이제는 사랑의교회에서 단선팀이나 세미나 강사가 가나로 오면, 한국에서 받은 베풂에 보답하고자 손님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대접하고,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준비해 놓고, 숙소에 모기약을 뿌리는 등, 불편함이 없게 하려고 애를 쓴다. 받는 데만 익숙해 있던 이들이 이렇게 변화된 것은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제대로 배우고 왔다는 증거다.
사랑의교회 CAL세미나는 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이뤄 낸 공동 작품이다. L.I.C의 소개를 통해 2017년 봄 CAL세미나에는 A.R.C 7명, V.B.C 2명, 장로교단 1명, 감리교단 2명, L.I.C 2명이 참석했는데 모두 은혜를 받고 돌아와 감동을 나누고, 가나의 제자훈련 도입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2018년 봄 CAL세미나에 45명이 신청했다.
전원 자비의 항공료 부담이다. 가나인들은 외국 세미나에 절대 자비로 참석하지 않는다. 가나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는 가나 교회 지도자들이 제자훈련 도입의 필요성을 느껴,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분위기다. 이 인원 모두를 사랑의교회가 받아들여 주기를 소원한다.
아프리카 사역 방향과 VISION
아프리카 사역의 방향은 건강한 두 개의 제자훈련 모델 교회와 협력해 가나와 주변 국가의 교회 지도자 양성과 아프리카에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철학이 정착되는 것이다. 나는 제자훈련 모델 교회를 만드는 과정이 물질 지원이 아닌, 자발적 헌신으로 가능해지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아프리카는 훈련된 교회 지도자가 시급히 필요하다. 건강검진센터와 암 병원이 설립되고,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국제제자훈련원 아프리카 지부와 훈련원이 본 교회의 경제 지원 없이도 잘 운영되기를, 아프리카 전역에 예수 제자의 물결이 넘쳐 나기를, 가나에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 빈민을 위한 ‘밥퍼’ 행사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유승렬 선교사는 사랑의교회에서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전문인 선교사훈련을 받고, 2002년 전문인 선교사로 파송되어, 사업을 병행하며 가나에 2개의 제자훈련 모델 교회를 세웠다. 현재 가나와 아프리카에 제자훈련 정착에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