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교회 조칠수 목사_ 하나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시절에 부서를 담당할 때, 임원들 개개인은 훌륭하고 좋은데 함께 일할 때는 서로가 모래알 같았다. 이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콘크리트같이 단단한 조직력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수련회를 계획했다. 수련회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기에 모두가 탐탁해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어렵사리 진행된 수련회에서 속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는 말이 있듯이, 그날 밤을 함께 보낸 후 관계가 완전히 달라졌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난 후, 임원들은 행정적으로 움직이는 관계가 아닌 진정으로 하나 된 관계가 된 것이다.
그동안 늘 바쁘고 시간이 없다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 하고 헤어지던 사람들이 수련회 이후 부서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끈끈한 관계가 돼 신나게 일하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며 ‘이래서 수련회가 필요한 것이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수련회를 준비하는데 많은 수고와 예산이 들더라도 수련회를 지속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놀랍고 크기 때문이다.
교역자 수련회와 당회원 수련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련회를 마치고 나면 교역자들과 당회원들의 일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교역자나 당회원 수련회를 운영할 때는 모임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수련회의 목적은 회의가 아니라 ‘하나 됨’
수련회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련회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물론 수련회를 통해 평가와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것이 수련회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제일 큰 목표는 멤버끼리 마음의 벽을 없애고, 그동안 사역을 하면서 관계적으로 불편했던 것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나면 평가와 계획은 쉽게 건설적이고 창조적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관계적으로 힘든 것들이 많이 남아 있고, 사역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는 상태에서 평가와 계획을 하게 되면 긍정적인 것이나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자리가 되고 만다.
교역자와 당회원 수련회는 무엇을 가르치고 지시하는 시간이 돼서는 안 된다. 교역자와 당회원들은 가르치고 지시받는 것을 넘어선 수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서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은 교역자 수련회를 하면서 그냥 방에 앉아서 서로의 장점을 말해 주고 칭찬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분위기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화기애애했다. 하나가 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칭찬과 격려하는 것만큼은 못한 것 같다.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까지는 상대방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서 말해 주는 것이다. 수련회 이후에 교역자들이 정말 하나가 됐음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누구나 나를 칭찬하고 좋게 봐 주는 모임은 좋아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교역자와 당회원이 직접 계획하는 수련회
수련회 장소 등 전반적인 모든 것들을 결정할 때, 담임목사가 원하는 대로 하기보다 교역자와 당회원이 원하는 장소와 음식으로 하는 것이 수련회에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모교회에서 교역자로 있을 때 담임목사님이 온천을 좋아하셔서 늘 같은 온천으로 수련회를 갔었고, 목사님이 수련회 대부분의 시간에 책별 성경 강의를 하셨다. 그때 수련회가 기대되지 않고, 오히려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반대로 교역자들이 원하는 장소와 음식을 선택하고 마음껏 교제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니, 그 후에도 수련회가 기대가 되고 기다려졌다. 진정으로 하나 되는 좋은 추억 때문이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좋은 장소에서 추억에 담을 만한 시간을 갖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서 편안하게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교제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나면 회의는 훨씬 쉽고 편안해진다. 수련회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계획하기보다 낮에는 주로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먹으면서 교제를 나누다가 밤에 함께 모여 필요한 부분을 다루면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당회원 수련회도 그 목적을 한마음과 한뜻이 되는 것에 맞춰 진행하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잘 풀린다. 열심히 해 보겠다고 이런저런 회의만 많이 하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마음이 갈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회의하는 시간을 줄이고, 함께 교제하며 하나 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당회원 수련회도 장로님들이 가고 싶어 하는 장소로 정하고, 맛집을 찾아 들렀다가 구경할 곳에 가서 함께 좋은 것을 보면서 하나가 되면 다른 일들은 의외로 쉽게 풀리게 돼 있다. 경건의 시간도 틀에 박히게 하기보다 자유롭게 찬양하고 말씀을 함께 나누고, 자신의 현재 고민과 기도제목을 나눈다면 너무나 은혜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된 열린 대화가 나오는 분위기 조성
여러 사람이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신선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신뢰감이 바탕이 된 대화가 있어야 한다.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가 있어야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수동적으로 움직임이 될 뿐이다. 담임목사 혼자서 결정한 것을 호응해 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공감을 하면서 함께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리고 늘 틀에 박힌 형태로 이전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롭게 시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연말 수련회에는 평가도 하지만 새해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미리 담임목사의 목회 비전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게 부서와 팀에서 비전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계획되어져야 한다. 개인적인 사역 평가는 가능한 서면으로 넘어가고, 교회 전체적인 부분을 같이 평가해 봐야 한다. 행사와 사역에 대한 피드백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의견들이 새해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사역 자료를 미리 서면화해서 준비해야 효과적
수련회 시간을 통해 평가와 계획을 동시에 해야 하므로, 교제를 통한 하나 됨이 중요한 줄 알면서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련회 전에 개인 사역과 맡은 부서 사역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계획을 준비하게 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다뤄야 할 사역에 대해서도 사역 담당자가 철저하게 기획안을 미리 작성해 오도록 해야 한다. 수련회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다 처리하려고 하면 안 된다.
연말 수련회는 11월 중순이 시기적으로 적당한 것 같다. 이때 교구 사역자들은 미리 직분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온다. 그리고 행정 담당 사역자는 지난해와 비교해서 연중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초안을 준비하고, 각 부서 팀장들 중에 연차가 돼서 교체해야 할 명단을 정리해 오며, 교육 담당 사역자는 각 교육 부서 팀장과 교사에 대한 자료를 미리 정리해 와야 한다. 수련회에서 나눌 것들에 대해서는 각 담당자가 미리 철저하게 서면화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일을 쉽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교역자 수련회 후 당회원 수련회를 진행
나는 연말 교역자 수련회를 거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연말 당회의 기초 자료로 사용한다. 사실 장로님들은 교회 전반적인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교역자들이 빈틈없이 잘 정리하면 별문제가 없는 한 그대로 받아서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교역자들이 철저하게 준비해 나누고 계획한 것을 당회원들이 보완해서 결정하는 단계를 거치는 구조가 될 때 교회 사역들이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을 경험하곤 했다.
그런데 당회원들이 볼 때 교역자들이 꼼꼼하게 잘 준비하지 못해 많은 문제와 허점이 보이면, 세밀하게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역에 있어서 교역자에 비해 상세한 부분들을 잘 알지 못하는 당회원들이 정해 놓은 것을 교역자들이 맞춰 가는 형태가 되면, 실제 사역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반기를 마치고 하는 수련회는 7월 초나 학기를 시작하기 직전인 8월 말이 좋다.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사역으로 쌓인 피곤과 스트레스를 확 풀어 버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역자들이 원하는 장소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낮에는 친밀한 교제와 맛 기행으로 심신을 쉬게 한 후, 저녁 시간에는 성경 본문을 갖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후의 시간에는 자신의 현재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기도제목도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전반기 사역을 각 팀과 부서별로 미리 정리해 온 것을 나눈다. 이때도 교회 전체적인 것이 아니면 서면화한 것을 참고로 하고, 중요한 부분만 짚어서 이야기하면 지루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행사와 사역을 함께 피드백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고치는 시간을 갖는다.
교역자와 당회원 수련회에서 중요한 것은 목양과 훈련을 책임지고 교회 사역을 전반적으로 앞장서서 진행해 나가는 교역자들과 사역을 뒷받침하는 당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 동역하는 것이다. 그래야 함께 건강한 교회를 세워 나갈 수 있다. 틀에 박힌 수련회가 아니라 늘 새롭고 건설적인 수련회를 통해 모든 교회가 건강해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