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남지영 집사_ 동일로교회
정신없는 셀모임
처음 셀리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는 셀리더를 할 자격이 없다’였다. 왜냐하면 좋은 제자가 좋은 스승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좋은 셀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셀모임을 수시로 빠지기 일쑤였고, 마지못해 모임에 나가기도 하던 불량한 셀원이었다.
그러던 중 이사를 하면서 교회를 옮기게 됐고,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새신자들로 구성된 셀의 리더를 맡게 됐다. 셀원 중에는 아기 엄마들과 초신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첫 셀모임 때부터 난관을 만났다. 아가들이 싸우고 울며 뛰어다니고 다치며, 똥을 싸고 음료를 엎지르는 통에 엄마들은 지쳐서 대화도 제대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는 육아와 살림에 지친 몸으로 나온 엄마들을 데리고 교재 진도를 나가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 과의 3번 문항까지 하는데 2시간이 걸릴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떤 때는 셀모임 하던 아이 엄마들이 아이들을 따라 밖으로 다 나가버려 나 혼자만 멀뚱히 벽을 보고 말할 때도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며 성경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교구 부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셀모임을 도저히 할 수 없으니 그냥 내가 임의로 주제를 정해 한두 장 프린트를 해서 나누면 안 되겠냐고 하소연하자, 부목사님은 그래도 훈련 방침대로 해야 한다고 권면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힘들어도 나아질 거라며 기도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땐 목사님의 말이 야속하게 들렸다. 그래도 부목사님께 순종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후 셀원들이 듣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혼자 열심히 진도를 나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셀원들은 너무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말씀을 사모하는 이들로 변화하다
또한 나는 스스로 부족한 사람임을 잘 알기에 기도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모임 전마다 부족한 사람을 주님께서 세우셨으니 성령님께서 친히 셀의 주인이 돼 달라고 기도했다. 모임을 통해 셀원들과 함께 말씀을 더 알게 되고 은혜를 받았다.
그러자 성령님께서 우리 셀의 주인이 되셔서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비록 초신자, 새신자들로 구성된 셀원들이었지만 차츰 말씀을 사모하기 시작했고, 애기를 업고 땀을 흘리면서도 내 옆에 다가와 앉아 말씀을 받아 적는 모습들을 보며 감사했다. 이를 통해 나는 애기를 봐 주며 밥 먹고 수다 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반드시 말씀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츰차츰 우리 셀은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서로의 경험과 적용을 나누며 기도하는 모임이 돼 갔다. 셀모임을 시작할 때는 아이들을 봐 주고, 함께 밥 먹자는 생각이 컸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말씀을 통해 그들을 영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내 생각이 변화되자 셀원들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육체적으로는 곤고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 모임이었지만 은혜와 삶의 변화, 기도의 응답 등이 나타났다. 잘 믿어지지 않았어도 말씀에 순종했더니 문제가 해결된 경험, 셀에서 함께 기도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간증, 믿어지지 않던 하나님이 어느 순간부터 믿어지고 따르고 싶어졌다는 고백 등을 나누면서 하나님에 대해 점점 더 알아 갔다.
어느 셀원은 편하게 차 마시고 엄마들이랑 수다 떠는 모임보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아이 업고 서서 땀 흘리며 말씀 듣는 셀모임이 더 좋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듣자 눈물이 났다. 그 셀원은 얼마 전에 아기가 많이 아파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우리를 위해 음식까지 정성스럽게 차려 놓고 자기 집에서 모임을 했기 때문이다. 셀리더를 하면서 가장 큰 은혜를 받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셀원 한 명 한 명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셀리더로서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실수투성이 삶을 살았고 또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셀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실패담뿐이었다. 실패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셀원들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셀원들이 말씀을 사모하자 점차 그들의 예배까지 회복됐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모임의 방해자로 여겨진 아이들이 오히려 더 예배를 잘 드린다는 사실이다. 내가 셀원들과 말씀을 나누고 있으면 성경책을 들고 와 펼치고,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말씀을 가리키며 나를 바라보는 아이도 있었다.
셀원들의 기도 응답 간증을 들을 때마다 나는 큰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말씀을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가능해지고, 변화되는 것을 직접 보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예수님께서는 그분의 이름으로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함께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셀모임은 예수님께서 함께하시는 가장 작은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셀 원 한 명 한 명을 각 가정과 직장의 선교사로, 성령님께서 거주하실 만한 거룩한 성전으로, 어둡고 맛을 잃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세우고 싶다.
삶의 선교사로 파송받은 셀원들
우리 셀에서 암송하는 성경구절은 에베소서 4장 11~16절 말씀이다.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으로 셀을 위해 기도하던 중 받은 말씀이다. 지금은 아기 엄마인 셀원들을 데리고 제자훈련 교재와 함께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도 공부하고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셀원이 내년 3월이 되면 복직 예정인데, 제자훈련을 받고 교리문답도 배워 복직 후 반 아이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세워 나가고 싶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으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과 제자훈련 교재의 출애굽기를 병행해서 같이 공부하는데, 내용이 연결되거나 이쪽에서 배운 것의 질문이 저쪽에서 답변될 때가 종종 있어 감탄하곤 한다. 비록 공무원 단지에 살고 있는 셀원들이 많아 이사도 하고 복직해서 헤어진 셀원들도 있다. 하지만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고 신앙을 고백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한 시간들이 그들의 삶의 영역에서 작은 씨앗이 돼 삶의 선교사로 열매 맺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남지영 집사는 동일로교회 셀리더로 사역하고 있으며, 새가족부 교사와 섬김이, 여자 공동체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