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이미숙 권사_ 하늘평안교회
실패한 순장, 순종을 배우다
나는 실패를 밥 먹듯 하는 순장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스스로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순장으로 사용해 주셨다. 또한 나는 부끄럽게도 순원과 갈등을 자주 만들어 내는 순장이다.
소그룹의 실패는 세상에서의 실패와는 다르다. 세상에서의 실패는 좋지 못한 결과를 뜻하지만, 소그룹의 실패는 순장과 순원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방법을 배우는 훈련 과정이다. 따라서 사실상 소그룹에서 실패란 말은 없다. 소그룹은 실패한 듯 보이나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소그룹원들은 소그룹 안에서의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결국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을 받게 된다.
소그룹을 인도하다 어려움을 만나면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제 안에 갇힐 때가 많다. 지금도 나는 고난 중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난에 갇혀 있지 않고, 고난의 자리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며칠 전 한 순원과 주일성수에 관한 의견차로 말다툼이 있었다. 나는 “주일성수를 반드시 하라”라고 말했고, 순원은 “때가 돼야 하지 억지로 하냐”라고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앗! 잘못했다’라는 생각이 들어 즉시 기도하고 말씀을 읽었다. 그리고 소그룹 채팅방에 성령께서 감동을 주신 고린도후서 1장 5~7절 말씀을 올렸다. 그런데 나와 다툼이 있었던 순원이 채팅방에서 나가 버렸다. ‘앗, 실패다! 하나님 아버지, 제 입술을 주관하시옵소서. 저의 연약한 성정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연약한 인간 순장 vs 따뜻한 인간적인 순장
순장 사역을 시작한 이후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안 맞는 순원들이 있어 구역예배를 일주일에 두 번으로 나눠 드리고, 구역 여행을 즐겁게 다녀오기도 했다. 생각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가게 돼 즐거웠고, 잘 맞는 사람들과 뭉친 것이기에 기뻤다.
그러나 마냥 즐거울 줄만 알았던 모임은 삶의 방향과 생각의 차이들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나는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하나님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생각과 방향이 같아야 하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 소그룹 안에 문제가 생기면 속앓이를 많이 했다. 순원들끼리는 갈등도 없고, 즐거운데 나만 힘들었다. 돌이켜 보면 인간적인 생각으로 소그룹을 이끌었던 것 같다.
주님 안에서 기쁘기만 했던 소그룹 모임 가운데 성령께서서 함께하시고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던 것처럼, 어려움과 갈등이 있는 소그룹 가운데도 성령께서 함께하시고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는 어려움을 통해 이전보다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기를 바라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성질 급하고, 직설적이며, 게다가 이상주의자적인 면을 가진 사람이어서 문제를 일으켰던 것 같다. 그게 내 문제점이다. 지금 나는 이 연약함이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나는 실패하고 깨닫고, 실패하고 깨닫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내가 순원들을 위해 할 일은 순원들이 젖을 먹어야 하는 때,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 때, 그리고 밥을 먹어야 하는 때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음식은 순장이 주는 게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것임을 알게 하고, 인간적이면서도 연약한 ‘인간 순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것들을 몸으로 행하기 위해서는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들과 깨달음을 얻자 신나기만 했던 사역이 어려워졌다. 물론 나는 모든 일을 주님께서 하심을 인정하고 그분께 의지한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소그룹의 실패는 순장과 순원 모두에게 사역의 실제를 알아 가는 과정이요, 성숙해지는 훈련이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임을 알게 됐다.
실패 가운데 느끼는 주님의 임재
우리 소그룹에는 타 지역에 살고 있어 함께 구역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사람이 네 명이나 된다. 그래서 우리 소그룹은 나와 집사님 한 분과 그분의 자녀 둘과 함께 구역예배를 드린다. 우리 소그룹은 리더십은 없고 순장이 문제를 일으키는 소그룹이다. 나는 실패를 밥 먹듯 하는 문제투성이 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 한 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느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넉넉한 위로와 물러서게 하시는 가르침과 가까이 오라 하시는 그분의 참임재를 깨닫는 은혜를 한꺼번에 부어 주고 계신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자 내 입에서 이런 고백이 흘러나왔다. ‘좀 바보 같은 순장이면 어때, 좀 못된 순장이면 어때, 좀 가난한 순장이면 어때, 하나님의 응답을 덜 받는 순장이면 어때, 기도 좀 못하는 순장이면 어때, 좀 외로운 순장이면 어때, 세상 습관 때문에 생각대로 잘 안되면 또 어때, 하나님께서 여전히 나와 함께하시고 연약한 나를 사랑하시니 아무 염려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자.’
앞으로도 나는 많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언제나 예수님을 닮은 순장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미숙 권사는 하늘평안교회에서 2012년 제자훈련을 수료하고, 순장사역을 시작했다. 이듬해 권사 직분을 받아 하늘평안교회의 평신도지도자로 헌신하며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