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2016년 02월

광야 같은 시간 속에서 목자로 빚어지다

순장리더십 우정희 집사_ 대구 대흥교회

목자로 파송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기 일쑤였고, 부족한 것도 너무 많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해 나아갈 때 우리 목장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많은 가정을 세우셨다. 우리 목장은 하나님의 은혜로 다른 목장들의 부러움을 사는 목장이 됐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를 돌아보다
처음 목장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날 즈음에 위기가 찾아왔다. 2009년 목장 분가를 하자, 이전의 목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목원들의 개성이 너무 강했다. 예전에는 처음 목장에 오는 분이 있으면 목원들과 함께 심방을 가기도 하는 등 목원들이 함께 힘을 모았었는데, 새 목장 식구들은 이 같은 방법을 부담스러워했다.
우리 목장은 영적 결속력이 잘 생기지 않아 힘들어하다 결국 세 가정은 교회를 떠나고 두 가정만 남게 됐다. 세 가정 중 두 가정은 다른 교회에 정착했지만 한 가정은 하나님마저 떠나버렸다. 나는 처음으로 목장의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새로운 가정이 목장에 합류했지만, 나와 목원들은 그 가정의 이혼을 지켜봐야 했다. 목장을 통해 가정이 바로 세워지고 회복돼야 하는데 분위기가 오히려 그 반대로 흘러갔으니 답답했다.
나의 영적 권면과 위로가 목원들의 가정에 전혀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와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하나님께 ‘하나님, 왜 이러세요? 가정이 깨어지는 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닌데, 왜 이러세요? 하나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계속해서 질문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기도하던 중 이전에 하나님께서 목장을 부흥케 하실 때의 나의 모습을 돌아봤다. 하나님께서는 그때와 다르게 지금 내 영혼이 메말라 있음을 보게 하셨다.
그동안 내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늦은 출산으로 인한 육아와 직장에서의 잦은 야근으로 나는 아침마다 커다란 바위를 가슴에 얹고 출근하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부족하고 몸과 마음이 지치니 기도 시간도 줄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하나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내 영혼은 점점 황무지로 변해 갔고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나는 영적 돌파구를 찾던 중 목원 여 집사님 한 분이 가정의 여러 문제들을 혼자 버티며 견뎌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문제를 두고 목장의 여 집사들끼리 매주 토요일 새벽 목장기도회를 시작했다. 그 시간을 통해 목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면서 내 영혼과 목원들의 영혼은 조금씩 회복됐다. 

 

탈진 속에서 믿음을 회복하다
그러다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목원 중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가정이 있는데, 너무 바빠 모임에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많지 않은 목원들이어서 이 가정이 빠지니 목장 모임을 해도 3명 혹은 4명이 전부였다. 다시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 직장생활도 너무 힘이 드는데 목장 모임까지 이렇게 되니 차라리 모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목원들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우리 가정도 다른 목장에 들어가 안식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우선 어떤 결정을 하든지 하나님께 기도부터 하기로 했다.
‘몇 년 동안 목원들과 함께했지만 가정별로 영적 변화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영혼 사역에 대한 회의가 찾아오고 목자도 다 내려놓고 싶은데 하나님, 어떻게 할까요? 영혼을 향한 사랑조차 잃어버린 듯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때마침 교회에서는 40일 철야기도가 시작됐는데, 마치 나를 위한 기도의 장을 하나님께서 펼쳐 주신 듯했다. 비록 매일매일은 아니었지만 수요일과 금요일만은 늦은 밤까지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즉답보다 나의 내면을 보게 하시고, 내 영혼이 먼저 새롭게 되길 바라셨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나를 건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나 자신과의 관계도 회복되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다
하나님께서는 목원들의 가정을 봐도 변화의 열매가 없어 답답하고, 나 또한 지치고 힘든 현실로 인해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가 무너졌음을 보게 하셨다. 그러자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인정하며 신뢰하는 믿음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또 내 생각과 감정으로 목원들을 보며 판단했음을 깨닫게 하시고, 하나님의 눈과 마음으로 영혼을 바라보게 하셨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이 깨끗해지길 원하셨다. 예전에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4일 동안 회개했던 모습을 생각나게 하시면서 내 마음이 더 깨끗하고 정결해져서 내 속에서 생명수가 흘러나오길 원하셨다.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히 사모하며 기도했다.

지금 나의 목장 사역은 광야의 때를 지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 시기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고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기를 기대하신다. 담임목사님께서는 항상 “더 있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더 큰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더 좋은 축복들을 소망하며, 하나님께서 행하실 크고 놀라운 일들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씩씩하게 주님의 길을 걸어간다. 우리 목장 모든 가정에 부흥의 불이 임하고,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큰 부흥을 소망한다.

 

 

우정희 집사는 대구 대흥교회에서 1999년 제자훈련을, 2000년 사역훈련을 수료했다. 그리고 2005년 8월 목자로 파송돼 현재까지 목장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