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생간증

2016년 05월

고난의 터널을 지나는 힘, 제자훈련

수료생간증 우진미 집사_ 제주 제성교회

내 신앙생활은 할머니를 통해 시작됐다. 할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셨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니며 마리아라는 세례명도 가졌다. 내가 7살쯤 되었을 때 할머니가 울산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부모님은 종교를 갖지 않은 분들이셔서 그때부터 나는 신앙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쯤 동네 언니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명목상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왔다.


남편의 인도로 제성교회에 출석하다
그러다가 믿지 않는 남편과 결혼해 객지생활을 하게 됐다. 나는 출산으로 인한 육아와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겪으면서 몸과 맘이 지쳐 갔고, 자연스럽게 신앙과도 멀어졌다. 그 후 10여 년간 어두운 터널과도 같은 방황과 고난의 시간이 계속됐다. 결혼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남편의 반복되는 음주 문제다.
내 남편은 심각한 알코올중독자다. 술만 가까이하지 않으면 너무나 다정다감한데,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 10일이고 20일이고 식사도 하지 않고 술만 마셨다. 술 취한 상태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했고, 다툼도 잦았다. 그때마다 나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홀로 뒤처리를 감당해야 했다. 나를 더욱 지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던 중 남편이 제주 제성교회 원로목사님의 전도로 교회에 가끔씩 출석하게 됐다. 물론 술 취한 상태에서 교회에 나가는 일이 허다했다. 어느 날 남편이 내게 교회에 가자고 말했다. 삶의 무게와 남편을 향한 불만으로 인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종교 문제로 남편과 다투게 될까 봐 말없이 따라 나섰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 모든 것이 나를 부르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고 섭리였다.


제자훈련으로 인도하심을 받다
교회에 나가기는 했지만, 삶에서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가정에서는 술만 마시는 남편과 사흘이 멀다 하고 다퉜다. 해갈되지 않는 갈증과 만족함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나는 겨우 주일예배만 의무적으로 참석했다. 물론 제시간에 간 적은 거의 없었다. 내 마음 한편에는 하나님을 향한 반항심과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셨는지, 이런 형식적이고 부정적인 신앙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하셨다. 바로 제자훈련이다. 김종철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 새로 부임하시면서 제자훈련반을 모집한다기에 단순한 성경공부 모임으로 생각해 가벼운 마음으로 훈련을 신청했다. 그런데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훈련 첫 시간에 깨달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김종철 목사님 특유의 세심한 배려와 쉽고 감동적인 적용들을 통해 생활 따로 신앙 따로가 아닌 내 삶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 또한 소그룹 공동체에서 지체들의 나눔을 통해 나 자신을 바로 보게 됐고, 성경책 속의 말씀이 내게 하시는 하나님 말씀으로 들려왔다. 
사실 내 안의 깊은 상처들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지체들로 인해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내 삶을 나누자 두 시간 내내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어두운 그늘에 가려 있던 내 마음의 아픔과 상처들이 주님의 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고난을 통해 나를 연단하시고 그분의 사람으로 빚어 가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제자훈련을 같이하시는 권사님, 집사님들의 따뜻한 위로와 사랑 속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이를 통해 내 안의 상처들이 조금씩 치유돼 갔으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해서도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이렇게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것이 복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뿐 아니라 목사님께서 소개해 주신 여러 신앙 서적들을 통해 안개처럼 뿌옇게 가려져 있던 내 아픔과 문제의 원인을 분명하게 보게 됐고, 거기에 대처할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여러 책들을 통해 나는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용서, 사랑을 느꼈다. 내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내가 고통 가운데 있었던 순간에도 결코 나는 혼자가 아니었으며,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늘 지켜 주시며 항상 함께하셨다는 놀라운 사실에 나는 위로받았고 감사했다.


나를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
이런 훈련 과정들을 통해 나는 정말 보잘것없다는 것을 알았고, 벌레만도 못한 자를 사랑하고 어루만져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여전히 남편은 술과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반복되는 이 생활로 인해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나는 남편을 용서할 마음을 달라고, 그를 자신의 상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한 영혼으로 바라보게 해 달라고, 그리고 그가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주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나는 제자훈련을 통해 나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빚어 가시는 그분의 손길을 경험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영적으로 성장시켜 주시고,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시켜 주시고, 선한 청지기로서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다. 또 하루하루 말씀으로 살아갈 힘을 주셨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