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사랑의교회 김영생 집사
흔히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받고 나면, 교회 안에서 순장사역을 감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예수님의 제자로서 쓰임 받은 소명을 다했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은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치열한 광야이다. 사랑의교회 김영생 집사(우리은행 봉천 지점장)는 교회 안 보다 척박한 세상에서 크리스천들이 영향력을 더욱더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자 삼는 사역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현재 우리은행에서 제자훈련을 통해 13명의 순장과 70여 명의 순원이 있는 다락방을 세우고, 순장모임과 제자훈련을 일주일에 한번씩 인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직장 내 사역자인 것이다.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82년 3월 6일. 그날은 김영생 집사가 정식으로 하나님을 영접한 날이다. 사랑의교회가 강남은평교회로 불려지던 시절 친구의 인도로 대학부에 오게 됐다. 그 때가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예수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 1년 동안 받은 은혜가 너무 컸던 그는 십자가의 사랑을 깨닫고, 나 같은 죄인을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을까만 그날 이후부터 계속 생각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통과한 직장
그 당시 그는 헌신된 삶이란 목회자나 선교사가 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그가 ROTC로 군대를 제대한 후, 구체적인 직업선택을 놓고 기도하던 중에 은행으로 인도함을 받게 됐다. 군대에서 우연히 한국경제상황에 대해 진단한 신문 사설을 암기하다시피 했는데, 마침 그 문제가 취업 논술문제로 나왔던 것이다. 전공이 문과계열이었던 그는 다섯 가지 질문 중 나머지 네 개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고, 바로 그 문제만 자신 있게 쓸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이 직장에 나를 보내시는구나’ 하는 전적인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1차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그런데 누구나 다 통과되던 신체검사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고, 불합격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절망하던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당시 인사담당자가 우리은행에 폐결핵 전문의가 있는데, 한번 가보라는 말을 듣고 다시 검사를 받았다. 그 후 3일 동안 그는 혹시 내가 하나님 앞에 죄지은 게 있나, 무엇을 위해 은행에 들어가려 하나, 혹 불순한 동기는 없었나를 체크하며,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외치며 기도했다.
그리고 내 동기가 순수한데도 하나님께서 떨어뜨리시면, 어떻게 할까? 그는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라고 말한 다니엘의 세 친구 고백이 생각났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실 것을 확신하며, 3일 동안 마음의 평안과 기쁨, 그리고 감사 속에서 지냈다. 미리 폐결핵을 알게 하신 주님께 감사기도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합격이었다. 정밀검사 결과, 그 자신도 모르게 앓고 지나간 폐결핵의 흔적이었다는 것이다.
남보다 하루 늦게 연수에 참여한 그는 내 힘과 실력으로 은행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은행을 정복하라고 파송하신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하나님의 통치가 우리은행에 이뤄지도록 기도한 그는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찬양을 힘 있게 날마다 불렀다. 그리고 직장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뤄지도록 가슴 터놓고 그리스도를 이야기할 동지를 찾았다.
제자훈련을 통해 세워진 직장인 순장과 다락방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직장 내에서 그런 동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직장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공간이라는 것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도 없었고, 과도한 경쟁과 술 문화, 세상적 가치관에 지배당하는 동료들뿐이었다. 그는 성령의 능력을 구하며 같이 사역할 동역자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들과 함께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그룹을 변화시켜 이 민족이 변화될 수 있도록 일단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와 같은 세 명의 제자를 붙여주시도록 기도했다. 그와 똑같은 비전을 갖고, 우리은행에 뼈를 묻을 각오로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할 수 있는 제자를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우리은행의 신입사원 교육담당 교수가 된 그는 신입사원 교육 시 크리스천 명단을 입수해 한 사람씩 접촉하며 제자훈련을 진행해 나갔다. 꿈나무를 키워 직장 속에서 제자들을 키워나간 것이다. 마치 예수님께서 12명의 제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듯이 그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예수님의 12명 제자처럼 제자훈련을 직접 한 그는 13명의 순장을 세웠고, 그들이 또 다른 이들을 전도해 와 13개의 다락방 모임이 진행되었다.
지금은 70명의 제자들이 사랑의교회 다락방 교재로 말씀을 공부한다. 토요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순장모임을 직접 인도하고, 10시부터 1시까지는 다락방 모임과 함께 그가 인도하는 제자훈련 한 그룹이 진행된다. 또 평일에도 맨투맨으로 개인 접촉을 통해 전도가 이뤄지는 등 영적 재생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랑의교회에서 전도폭발훈련 4단계까지 다 받고, 제자훈련과 사역훈련까지 완료한 그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
그가 이렇게 직장 내에서 마치 개척 교회 담임목사처럼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그 이유로 옥한흠 목사의 영향력을 자신을 직장 내 사역자로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CAL세미나에서 옥한흠 목사가 제자도와 광인론을 강의하듯이 자신도 직장에서 한 사람에게 미쳐야 직장 복음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외부적으로 직장인 성경공부(BBB)모임도 함께 사역하고 있는 그는 외부 강의사역도 많다.
그러나 우리은행 본점에 있다가 지난해 봉천지점 지점장이 된 그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영업에 대한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실적은 온전히 주님께 맡겼다는 그는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매일 매일 깨닫고 있다. 그만큼 은행 영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간혹 부하직원이 잘못할 때는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엄한 사랑을 한다. 단, 자기 유익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그를 위하는 마음에서다. 또한 믿음생활은 잘하지만 직원들이 실적이 없을 때는 솔직히 사랑하기 힘들다고 웃음 짓는다. 그러나 실적이 없으면 직장 내에서 크리스천으로서 리더십을 펼치기 힘들기에 날마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인정하고, 오직 하나님만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그 신뢰가 마냥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전쟁에 능하신 하나님이 영업과 실적에도 능하게 하실 것을 믿고, 다윗과 여호수아에게 전략을 가르쳐주시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성령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민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바쁜 직장사역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때는 아내와 자녀를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시겠지”하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님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며, 내가 가장 먼저 사랑해야할 이웃이 바로 아내와 자녀들임을 일깨워주셨다고 한다.
아내와는 지금 신혼부부 못지않은 존경과 사랑을 나누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인 큰 아들이 고 3때는 직접 제자훈련을 일대일로 했을 정도로 친밀하다. 현재 재수중인 딸은 그가 직접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한양대 공대 다니고 있는 아들은 장애를 가졌다. 남들이 보면 걱정과 고난이 가득한 가정일 수도 있으나 그는 아들을 통해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과 이적을 많이 체험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삶의 모든 인사이동과 경력은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의 백으로 직장생활의 도우심을 날마다 경험한다”며 “직장 내에서 제자 삼는 사역에 앞으로 더 열심을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