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김익겸 기자
다락방과 순장 | 대전 새로남교회 서동우 순장
대전 새로남교회 월평1다락방은 부부 다락방이다. 일곱 가정 14명이 모인 이 다락방은 작은 교회이자 작은 천국이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하나 된 형제자매가 모인 또 하나의 가족이다. 2000년 제자훈련을 시작해 2002년 처음 월평1다락방을 맡기 시작한 순장 서동우 집사는 “섬긴다는 입에 밴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섬기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다락방에 부어 주시는 은혜가 크다”고 말한다.
서동우 집사는 386세대로 대학을 다니면서 신앙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대학원에서 선교단체를 통해 예수를 영접하고 신앙인의 섬김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곁에서 목도하며 신앙에 눈을 떴다. 그 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귀국해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새로남교회에 출석한 그는 신앙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사역훈련을 마친 뒤 그는 순장으로 섬길 것인지 고민하던 중 다음과 같이 결심했다.
“오병이어에 대해 큐티를 하면서 자신의 것을 드린 어린아이를 묵상하게 됐습니다. 그 아이는 그 식량으로 혼자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것을 예수님께 드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충분히 먹였잖아요. 그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이 나에게 ‘혼자 먹을 것이냐 나눠 줄 것이냐’를 묻고 계셨습니다. 그때 순장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미국 연구원 시절 이민 교회에서 구역장까지 해봤던 그는 이민 교회 구역 안에서 느꼈던 소그룹의 친밀감과 은혜들을 다시 나누고픈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한인 교회는 한인 숫자가 적기 때문에 구역원끼리 친밀감이 있었지만 과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우려는 첫 다락방을 맡으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처음 맡은 월평1다락방은 전임 순장들의 헌신과 탁월함 때문에 다락방 내 친밀감이 한인 교회 못지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스스로 순장으로서 부족할까 봐 염려가 됐다. 그러나 다행히 연배가 훨씬 높은 순원들은 순장을 잘 세워 줬다.
다락방을 섬기게 만드는 원동력
그렇게 시작된 월평1다락방은 5년째 되는 올해까지 기도의 다락방이 되어 가고 있다. 기도의 다락방이란 곧 응답의 다락방, 구한 것에 넘치게 응답되는 은혜의 다락방이라는 말이다. 그 동안 응답받은 기도 제목 가운데 세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1. 건물 청소를 하던 한 순원에게 종양이 발생했다. 더구나 모든 의사들이 수술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종양의 크기가 매우 컸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 휴가내기도 어려운 마당에 IMF가 막 지난 상황이어서 수술을 위한 휴가는 곧 실직이었다. 모든 순원들이 합심하여 하나님이 치유하시기를 뜨겁게 기도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종양은 온데 간데 사라져 버렸다. 검사를 진행하던 의사도 놀란 일이다.
#2. 남편 집사는 야채과일상이고 부인 집사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 순원 부부는 12명의 다락방 식구들이 모두 모이면 문 앞까지 꽉 찰 정도의 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없는 집 살림에 최대한 섬겼고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골방의 은혜’가 넘쳤다. 이 집사 부부는 차량으로 장사했던 터라 그들의 기도 제목은 ‘비 가릴 곳을 주세요’였다. 다락방 식구들은 장기적으로 합심 기도했고, 몇 년 뒤 그 기도가 응답되었다. 아파트 단지 앞 목이 좋은 슈퍼를 얻게 된 것이다.
#3. 아토피가 심한 2살 된 아이를 둔 젊은 부부는 매일밤 바통터치하며 아이를 돌보곤 했다. 병원에서 포기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고 사람 피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이는 최악이었다. 유명하다는 곳은 모두 다녀봤지만 허사였다. 그 아이를 위해 다락방 식구들은 자기 자녀의 아픔과 같이 눈물로 기도했다. 그런데 시골을 잠시 다녀오더니 하루가 다르게 낫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기 피부로 바뀌어 아토피의 상처까지 사라졌다.
그는 이 모두가 어느 누구 혼자만의 기도가 아닌 다락방 모든 식구들의 염원이 담긴 합심 기도 덕이라는 데 더 큰 기쁨을 표현했다. “이 모든 게 섬기고 싶은 원동력입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과거 예수를 믿기 시작하던 때 선교단체에서 만난 한 교수를 떠올렸다. 매주 그의 집에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사모로부터 극진한 섬김을 받았는데, 그 경험이 지금 순장으로 섬기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다. “사실 사모님에게 받은 섬김에 비하면 저는 1/10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도 함께 기도한다
현재 다락방에도 기도의 다락방 내력은 이어지고 있다. 한전에서 근무하는 안치홍 집사는 현장 공사 진행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야외에서 작업이 진행되기에 비라도 오면 일이 지연돼 주일에 진행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다락방 식구들에게 ‘0월 0일 00지역에 비가 오지 않게 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합심 기도를 요청했고 그 덕에 지난해에는 무리 없이 일이 진행됐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한두 달간 기도 요청을 하지 않았더니 “비가 무진장 많이 왔다”며 기도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강미자 집사 역시 합심 기도의 수혜자다. 내성적이던 아들이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질문하자 손을 번쩍 들어서 발표를 했다는 것. 기도 제목으로 내놓은 뒤 3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평소 얼굴이 빨개지고, 나서서 그렇게 할 성격이 아닌데 믿겨지지 않더라”며 놀라워했다. 순원 중 한 사람은 초등부 교사로 현장에서 기도의 응답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얼굴도 밝아지고 평소 대화도 없던 아이가 시시콜콜 얘기를 잘 한다며 합심 기도의 영향을 자랑한다.
기도가 응답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감추고 싶은 이야기까지 기도 제목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안치홍 집사는 “사람들은 고민을 내놓는 것이 어려운데 우리는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도 내놓는다”며 “지금 우리 다락방은 믿음이 성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이들은 절대 외부에 말하지 않는다는 약속 아래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까지 내놓는다.
다락방의 또 다른 이름 ‘순장 지원소’
그럼에도 서동우 집사는 말씀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다락방에 대해 “실제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실현시키고 내재화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렇기에 순장으로서 영적 생명을 걸고 말씀 앞에 바로 서지 않으면 다락방 모임은 세상 모임이 될 수도 있다며 각별히 경계한다. 매주 정해진 본문을 배운 대로, 아는 대로 인도하기보다 묵상과 기도를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순원들의 삶에 인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접목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순원들로부터 그는 말씀을 쉽게 접목시켜 준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 다락방 시간이 다가오게 되면 운전대를 붙들고 다락방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깨닫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영적으로 바로 서서 순원들을 인도해야 하는 위치가 힘들고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직장 때문에 섬기기 어렵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잘라 말한다.
지난해에는 아버지와 아내의 암 수술이 1~2달 사이에 한꺼번에 발생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락방은 그때도 기도의 응원군이었다. 결국 수술도 잘 끝났고 초기 발견으로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아 그 역시 기도의 빚을 진 셈이 됐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인격적인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은혜입니다. 은혜가 아니면 일이 되지만, 은혜가 되면 일이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락방 내에서도 그는 율법적인 소그룹 인도자가 아닌 은혜 전도자로 통한다.
얼마 전부터 찬양 인도, 합심 기도, 회계 등으로 순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락방 구조를 만들었다. 찬양 인도자는 찬양을 준비해 기타로 인도하고 기도 담당자는 모든 식구들의 지난주와 이번주 기도제목 리스트를 작성해서 응답 여부까지 표시하도록 준비한다. 또한 생일, 결혼식 등 각종 기념일을 서로 챙겨 주면서 축복하고 있다.
월평1다락방의 또 다른 이름은 ‘순장 지원소’이다. 이 다락방을 거쳐 간 사람 중 6명이 순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순원 중 3명이 제자·사역훈련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순장의 책임을 막중하게 느끼는 서동우 집사는 “앞으로 더 무릎으로 나아가려고 결단 중”이라고 말한다. 늘 새벽기도에 대한 마음만 앞서고 잘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도 다락방의 순장다운 그의 고백으로 월평1다락방은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던 것보다 더 많은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가 기대되는 다락방으로 힘찬 진군을 계속하고 있다.
<김익겸 기자>
순원이 말하는 우리 다락방, 우리 순장
정혁구 집사 순장님은 복음 시대에 맞게 은혜를 강조한다.
권후남 집사 순장님은 말씀이 탁월하다. 말씀 인도할 때 도전을 많이 받는다. 격려와 힘이 된다.
주진영 집사 성경공부를 심도 있게 한다. 합심 기도하면 거의 이뤄진다는 믿음과 간증이 있다. 먹을 것도 푸짐하고 말씀도 푸짐하다. 우리 다락방은 가족처럼 서로 교제하고 섬기고 기도하는 공동체다.
최지영 성도 다락방이 교회 적응에 도움이 많이 됐다. 하나님 알아야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는 것을 실감한다.(이 말에 한 순원은 “이 부부는 적응을 잘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젊은 나이(다락방에서 제일 어리다)에 비해 정말 인격적으로 성숙했다”라고 칭찬했다.)
김창주 성도 금요일은 다락방 날이라 빨리 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솔직히 교회보다 다락방에 그런 마음이 든다. 모르는 사람 100명과 같이 있는 것보다 가까운 몇 명이 모여서 성경과 개인 얘기를 나누니까 편하다. 순장님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박인규 집사 순장님은 성경공부 내용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말씀, 기도, 찬양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가끔 땡땡이도 치고 싶지만 눈빛만으로 제압당한다.(웃음)
김미현 집사 순장님은 오래 큐티하고 소화된 내용으로 진행한다. 또한 율법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은혜 안에서 자유하게 해줘서 편안하다. 또 똑똑한데도 겸손해서 은혜를 받는다. 단점이라면 다락방이 너무 늦게 끝난다는 거다. 모두 헤어지기 싫어한다.
장재훈 집사 대학부 때 예수 영접하고 뜨겁게 생활했던 기억이 있다. 이 모임에서 다시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예수 믿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게 우리 다락방이다.
이문숙 집사 (순장의 아내이다.) 모두 장점만 얘기해서 싫은 소리 좀 하겠다. 다락방 준비하는 데, 목숨 걸고 애를 쓴다. 그건 칭찬하고 싶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없다. 다른 분들이 모두 잘해 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정혁구 집사 우린 성경공부가 좋~습니다.(일동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