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이희자 집사 _ 사랑의교회
처음으로 하는 다락방 실습. 사역훈련 과정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다락방 실습시간이 다가왔다. 어머! 이런 세상에 퇴짜를 맞았다고 해야 하나? 거절당했다고 해야 하나? 배정받은 다락방 순장이 순장 파송을 받아 사역한 지 얼마 되질 않아 실습생이 부담스럽다고, 담당 교역자가 누구냐는 것부터 시작하여 이것저것을 묻더니 전화를 주겠다며 기다리라고 한다. 담당 목사님께 얼른 문자로 상황을 알리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 한남동 모 다락방으로 실습을 가라는 연락을 주셨는데, 그 다락방은 내가 잘 알고 있는 다락방이라 부담스러웠다. 순장님도 영적으로 훌륭한 분이고, 순원들도 모범적인 다락방이라 ‘기도와 교재 준비를 여간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험 날짜를 받아둔 수험생인 양 마음이 콩닥거리며 긴장되었다.
어찌나 마음에 부담이 되는지 매일 아침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남편을 출근시키고, 8시부터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기도에 매달렸다. 다락방 교재 <산상수훈> 중 13과 ‘온전한 사랑’을 꼼꼼히 준비하며 깨알같이 메모를 했다. 다음 문제를 연결하는 토씨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형광펜으로 눈에 띄게 표시해 두었다.
이렇게 준비한 것을 소리 내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여 하루에도 서너 번씩 읽었다. 무엇을 하든지 그 내용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내용을 다시 점검하며, 내 자신이 먼저 은혜의 강수에 잠기기를 갈망했다. 거울을 보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가상 연습도 했다.
이 과의 목표는?
1.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랑은 세상의 가르침과 어떻게 다르고, 특징은 무엇인지를 점검하라.
2. 주님이 가르친 사랑을 우리가 왜 실천해야 하는지 깨닫고, 실천을 위한 동기 부여를 하라.
3. 내 주위의 사람들 중에서 온전한 사랑을 실천해야 할 대상을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목표를 자세하게 사실적으로 잡아 주어라.
교재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입에 붙자, ‘어떻게 하면 분위기를 처음부터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먼저 성령님의 전폭적인 인도만을 위해 기도하고, 또 중보기도를 여러분들에게 부탁하였다. 튀지 않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장소를 오픈해 준 가정과 함께한 순원들에게 나눠 줄 꽃다발을 직접 만들었다. 예수님을 잘 믿고 따르는 제자가 되어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 날리는 삶이 되기를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순장을 하고 있는 남편의 위로와 격려에 용기를 얻어 비장한(?) 각오로 실습 날을 맞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보니 해외 근무로 파견을 받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잠시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는 분들이었다. 외국에서도 신앙생활을 잘하시던 분들로 이곳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려는 열정이 있었다. 그것이 감지되자 ‘왕 초보 실습생’의 마음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나님~! 담대한 마음과 지혜를 주셔서 제 입술을 주장해 주세요! 제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힘으로 사용해 주세요.”
서로의 대화가 오고가는 가운데도 기도의 창을 열어놓고 있었다. 성령님의 도우심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초반부터 돌발 상황! 서론을 읽고 나누는데 눈치 없는(?) 순원이 느닷없이 결론 부분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를 질문하는 것 아닌가. 초보는 예상 외 변수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머뭇거리며 움찔거리는 기색을 얼른 알아채고, 다락방 순장님이 빨리 받아 곧 뒷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훈수(?)를 두어서 부드럽게 넘어갔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본 궤도로 돌아왔으나 등줄기와 손바닥엔 땀이 흥건했다. 다년간 주일학교 교사와 청년부 때 성경공부 리더를 했지만, 그때와는 ‘다름’을 확실히 느꼈다. 세월이 지나 둔해진 것만이 아니었으리라. 귀납적으로 문제를 다루며 다음 문제로 넘어갈 때마다 물 흐르듯이 앞뒤 문맥을 잘 연결하기가 실습생에겐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근거리던 마음이 평온해지고, 미리 준비한 깨알 같은 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지금 누군가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 다락방으로 가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가깝게 지내던 교우들로부터 여러 통의 격려 문자가 온 것을 기억하니 코끝이 찡하였고 감사했다.
다락방에 참석한 순원들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했다. K집사님이 “원수를 원수로 원수를 갚지 말고 오히려 품고 기도하라”고 하신 말씀에 정작 자신의 문제를 놓고는 기도가 도무지 안 된다고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자, 다른 집사님도 동병상련의 비슷한 자신의 경험을 계속해서 나누었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속내를 드러내는 ‘솔직함’은 쉽게 전염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과와 관련한 삶의 진솔한 얘기가 오가며 “나는 하나님의 자녀임을 선포하라”는 L집사님의 의견에 모두들 공감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결단한 내용의 실천에 자신감을 갖기로 매듭하며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을 얻고자 기도했다.
다음 주에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믿음의 시댁이나 불신앙의 시댁에서 예수 믿는 며느리로서 어떠한 적용을 했는지 나누기로 했다. 다락방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다과를 들며 순장님과 순원들이 실습생에게 건넨 위로와 사랑을 담은 한 말씀, 말씀이 무거웠던 짐을 가볍게 해 주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어서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순장 사역의 맛과 멋! 매번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며 준비한 우리 순장님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더했다.
“순장님~! 실습 끝냈어요. 기도해 주셔서 감사해요~.”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가을 하늘을 보며 내 진한 마음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