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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행전 디사이플
『겅호』 | 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공저 | 21세기북스 | 2001년 | 180쪽 | 8,500원
고도로 조직화되고 전문화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늘 상기하며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주어진 일이니까’ 하고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어중간한 상태였다. 문제의식은 있는데 정확히 진단할 적극적인 자세와 그 처방에 맞춰 꾸준히 삶을 바꿔나갈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앤디 롱클로우’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내게 그다지 낯선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나는 종종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마치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면, 나는 그것을 모르는 것과 같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고 있으니 어쩌면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가령 앤디 롱클로우가 “세상의 모든 일은 의미가 있고 중요해요”라고 말하는 대목을 읽었을 때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건 나도 알아. 나도 내 일이 아주 무가치하다고 느끼지는 않아. 하지만 정말 귀한 가치를 지닌다고도 생각지 않지. 내가 내 일에 늘 최선을 다하지 않고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거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리고는 다음 구절을 읽었다. 책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우리는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눠 보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업무 단위별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을 일하는 것으로 착각해요. 그런 양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일이 타인에게 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내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본질을 생각하며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작은 일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렇다. 집안일은 해놔도 티가 나지 않는다. 치우면 곧 다시 더러워진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보면, 집안을 깨끗이 하는 것은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고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니, 가족들에게 유익을 준다는 가치를 지닌다. 또 집이 늘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삶을 정성스럽게 가꾸고자 하는 마음자세를 지니기 쉽고 결국 나의 영적생활에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현재 내가 맡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여 그것들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적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일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작성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삶에서 ‘겅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 가족들에게 내 일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응원을 부탁하려고 한다. 물론 그들도 나와 같은 작업을 진행하기 바라지만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 시도가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