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안소영 기자
도란거리는 말소리가 정겹다. 깔깔거리면서 웃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그러더니 가족들과 교회, 그리고 나라를 향한 절절한 중보기도가 뜨겁게 펼쳐진다. 친근한 분위기 속에 범상치 않은 영적 파워가 느껴지는 주부들이 모인, 산성교회(담임: 허원구 목사)의 둥지(산성교회 소그룹 명칭)의 모습이다. 이 둥지 순장 채지연 집사의 표현에 의하면 “육적 양식도 잘 먹고 영적 양식도 잘 먹으며 쑥쑥 큰다”는 이들. 이들의 성장일지를 공개한다.
권찰로 섬기는 신부영 집사가 “우리 둥지에 오는 것은, 마치 아이들과 남편을 다 보내고 햇볕 쬐며 차 마시는 기분이다”라고 슬며시 자랑하기 시작한다. 그만큼 편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은경 집사도 “우리 둥지를 통해 말씀과 은혜를 나눌 때 얼마나 힘이 있는지 느끼게 돼요”라며 거든다. 혼자 하는 큐티와는 달리, 여러 사람과 함께 은혜를 나누는 것이 신앙을 얼마나 견고하고 넓게 만들어주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둥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더니 끝이 없다.
그런데 이 둥지 이야기 말미마다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채지연 순장에 대한 이야기다. 웃는 소리가 커서 교회 어디에 있어도 다 알 수 있다는 농담과 함께 자랑스럽게 하는 이야기는 “우리 순장님은 열정과 섬김이 정말 놀라워요”라는 말이다.
이채은 집사가 “우리 순장님은 사람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소그룹을 이끌어가는 것이 보여요”라며, “교회에 든든한 백이 생긴 느낌이에요. 남편이 있는데도 말이죠”라고 덧붙인다. 신부영 집사도 “내가 처음 이 둥지에 왔을 때는 맡고 있는 소그룹이 3개더라고요. 낮에 하나, 저녁에 하나, 그리고 소그룹에 못나오는 한 사람을 위해 또 하나가 더 있었죠. 그 모습이 얼마나 열정적이던지”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정작 채지연 순장은 “어떤 한 사람과 약속하고는 잊고 외출한 적도 있어요. 정말 잘하는 순장 아닌데”라며 쑥스러운 듯 끼어든다.
10년차 베테랑 구역장
채지연 순장은 분가도 수차례 시킨 10년차 베테랑 순장이다. 평범한 주부로 보이는 채지연 순장이지만 그의 지론을 듣다 보니 영적 권위가 느껴진다.
“저는 화초를 너무 좋아하는데, 어떤 화초는 하루에 한 번, 어떤 화초는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줘야 해요. 우리 둥지 식구들도 마찬가지에요. 사람의 성향 따라 제가 섬겨야 할 부분이 달라요. 그 부분을 빨리 알아차리고 그들의 필요한 부분을 섬기려고 해요.”
그래서 새로 순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그 사람의 영적 상태이고, 그 다음은 그 사람의 성격 장단점이다. 이제는 웬만하면 한눈에 파악이 된단다.
이런 그 역시도 처음 소그룹을 맡으라고 했을 때 여러 차례 거절한 전력이 있다. “정말 못하겠다고 말했어요. 나이도 어렸고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모세의 떨기나무를 생각나게 하시면서 네가 가르치려고 하니까 힘든 거다, 넌 심부름꾼이 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말씀을 전할 때마다 덜덜 떨리고, 내가 무슨 이야기했는지도 전혀 생각이 안 나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연약함도 하나님께서 쓰시더란다.
고난은 성장 가이드
채 순장이 자신의 연약함이 다른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일이 있다. 채 순장은 신앙 1세대, 집안이 독실한 불교라서 핍박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생긴 마음이 “예수 믿으니 잘되어야 해”라는 생각이었다. 특히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딸이 처음에는 곧잘 하다가 점차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어찌나 견디기 힘들던지, 데리고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시더란다.
그러면서 문득 깨달았던 것이 ‘내가 자녀를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 내 방법대로 키웠구나’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공부보다 말씀을 함께 보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 키우려는 데 전력했고,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내가 그를 회복시키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현재 아이는 많이 달라졌다. 말하고 공부하는 태도가 확 바뀌었다.
이처럼 자녀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았을 때 더 잘되는 것을 목격했으니, 채 순장은 이를 수시로 둥지에서 나누게 되었다. 비슷한 나이의 엄마들은 대부분 같은 문제를 갖고 있기 마련이고, 소그룹은 영향력을 주고받기 쉬운 공간이다.
그 영향력은 안영애 집사에게도 미친 듯하다. 안 집사 역시 자녀에 대한 마인드가 변화했다. 올 초 그가 낸 기도제목은 “아이가 반 3등, 전교 10등”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도제목이 바뀌었다.
얼마 전 안 집사가 무심코 아이에게 “너 오늘 죽으면 구원받을 것 같니?”라고 물었다. 그런데 아이가 쭈뼛대면서 “아니요, 4년간 기도하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교회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워낙 잘 지내는 아이라 당연히 구원의 확신이 있을 줄 알았기에 굉장한 충격이었다. 아이의 손을 붙들고 눈물로 기도하고 축복했단다. 아이의 영적 상태를 알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이렇게 아이와 나누게 해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슬픔이 변해 춤을 추다
순간의 고난이 하나님께 올려졌을 때 소망으로 변화하는 것은 크리스천이 가지는 특권이다. 이 둥지에도 그런 사건이 있었다. 박근옥 집사의 투병이었다. 박 집사는 신장이 좋지 않아 이식받았고, 오랜 기간 기다리다 다시 다른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그 신장이 맞지 않아 다시 떼어내야 했다.
이 상황으로 둥지 식구들은 함께 기도로 뭉칠 수밖에 없었다. 채 순장은 박 집사의 남편과 아이를 염려해 밥과 국을 해 날랐다.
박 집사는 “기도라는 것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내 뒤에 든든하게 진이 쳐진 느낌이 드는 거예요. 우리 둥지와 교회의 진이죠. 그래서인지 몸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 둥지 식구들을 찾게 돼요.”
그러나 그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12일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둥지 식구들 역시 힘들었다. 채 순장은 “왜 하나님이 이렇게 하시는지 알 수가 없어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의 고통을 통해 놀라운 일을 계획하셨다. 교회를 다니지 않던 남편이 아내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퇴원하자마자 교회로 가자고 말한 것이다. 여전히 이틀에 한 번씩 투석을 하는 고통이 있지만 지금 이 부부는 함께 하나님께로 나가고 있다.
싹이 트고, 훌쩍 자라고
이처럼 여러 사건을 통해 자라고 있는 둥지 식구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님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채 순장과 몇 년을 손 맞춰오며 멋진 팀워크를 자랑하는 권찰 신부영 집사도 마찬가지다. 같이 새벽기도를 다니면서도 둘이 모이면 어찌나 은혜를 나누기가 바쁜지, 그들이 자주 가던 분식집 주인이 “교회 성도들이 모이면 교회 욕만 하는데, 이렇게 은혜를 나누는 이들이 신기하다”며 산성교회에 다니게 될 정도였다.
이제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이미숙 성도도 있다. 초신자인 이미숙 성도는 지금은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의해서 둥지에 처음 왔다. 그랬지만 모임에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참여한 날에는 조금 앉아 있다가 약속 있다며 나가기 일쑤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이상하단다. 소그룹 모임이 편하고, 주일에 교회에 안 가면 불안하단다. 이제는 다락방에서 눈에 띄게 많이 변화한 사람 하면, 첫손에 꼽힌다.
그보다 더 생짜배기 초신자인 김경희 성도는 취재가 있던 날 처음 참석했다. 남편이 아파서 처음으로 교회를 나갔는데 이상하게 눈물도 많이 나고, 하나님께 모든 상황을 올려드리겠다는 기도가 나왔다고 고백을 한다. 그러면서 이 둥지 예배가 참 평안하다고 나누는 김경희 성도를 통해 이 둥지에서 또 다른 변화의 싹이 트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을 세우는 둥지
채 순장은 이렇게 사람이 자라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성장하면 각 자의 자리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세우는 소그룹, 이것이 그가 갖고 있는 소그룹에 대한 비전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장했다 싶으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자리로 이끌고, 교회 여러 훈련의 자리를 권한다. 덕분에 주일 아침 6시 반에 모여야 하는 1부 예배 성가대는 3분의 1이 이 둥지 출신 식구들이다. 여러 차례 분가가 이뤄진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채지연 순장은 소그룹에 대해 이처럼 이야기했다.
“믿음 좋은 사람이 제 옆에 너무 오랜 기간 있었다면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을 세울 수 있어야 해요. 내 둥지에 몇 명, 이건 절대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 두 명이면 나에게 맡겨진 두 명과 함께 성장하면 되는 거예요. 일꾼은 내 둥지가 아니라 교회,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자신은 하나님께 맡겨진 부분을 잘 감당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채 순장, 부모가 애들이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하면 귀엽듯이 둥지를 보는 하나님의 심정도 그럴 것이라고 즐겁게 말하는 둥지 식구들을 보면서 이 소그룹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가 한층 더 기대됐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