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깨운다

2016년 02월

가장 많이 읽힌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

문화를깨운다 신국원 교수_ 총신대학교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학자요 작가였던 C.S. 루이스(1898~1963)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 일반인들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금세기 가장 많이 읽힌 기독교 변증가!” 타임지가 1947년에 그를 소개했던 표지 제목이다. <크리스채니티 투데이>도 “지난 40년 동안 미국 복음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저술가”라고 그를 칭송한 바 있다. 루이스는 영문학을 전공한 평신도지만 설교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무신론자에서 회심한 변증가
『순전한 기독교』는 루이스가 남긴 40여 편의 저술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이다. 그는 한때 신앙을 잃고 무신론자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 같은 친구들의 영향으로 1929년 회심한 후 위대한 변증가로 거듭났다. 그 과정은 간증적 자서전인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엿볼 수 있다.
루이스는 바로 이 경험이 『순전한 기독교』의 근간이 된 방송 강연을 부탁받은 이유라고 했다. 그는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대화처럼, 대중적이며 친근한 말투로 강연했다고 한다. 청취자들이 복음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을 간곡히 권하고자 했던 것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단순한 기독교’나 ‘기독교 기본 진리’가 되겠으나 내용은 결코 소박한 수준이 아니다. 예컨대 첫 내용인 ‘인간 본성의 법칙’은 옳고 그름에 대한 보편적 믿음을 변증의 기초로 삼는다. 그는 옳고 그름이 취향이나 견해의 문제가 아닌 사람이면 누구나 인식하는 것이지만, 그 법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겸손하고 부드럽지만 정곡을 찌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루이스는 창조주의 존재와 그분의 율법, 그리고 이를 깨뜨린 인간의 타락이라는 성경의 핵심 주제를 명쾌하게 말한다. 여기서 그는 오늘날 극성을 부리는 상대주의 사상을 미리 내다보는 선지자적 혜안을 보여 준다.
루이스는 “하나님은 유일한 위안인 동시에 최고의 공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부인할 수 없게 들이댄 후, 바로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라는 설교를 하지 않는다. 물론 거침없이 ‘완전한 참회’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그 어떤 전도자보다 분명히 일러 준다.
루이스는 인간의 문제가 반역이요, 인간이 반역자라고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 점은 예수의 십자가가 우리를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게 하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이 점에서 그는 오늘날의 많은 설교자들보다 훨씬 목회적이며, 동시에 ‘순전’하고 근본적이고 직설적이다.

 

순전함의 의미 : 기독교 신앙의 진수
‘순전한’이라고 번역된 영어 ‘mere’는 리처드 백스터에게서 빌려온 말이다. 그는 사도신경처럼 신구교 모든 교파가 같이 고백하는 역사적 기독교 진리를 ‘순전한 기독교’라고 불렀다. 그것은 교파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루이스는 이 말을 ‘기독교의 공통되는 교리를 받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제자가 공통적으로 믿는 기본 진리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 책은 ABC에서 XYZ로 빠르게 움직인다. 변증학의 전문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자연신학에서 전제주의 변증학으로 신속히 나아간다.
사실 처음부터 이 둘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상식에 입각해 부드러운 설득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오랜 신앙인들도 쉽게 삼키지 못할 깊은 도전을 직설적으로 들이댄다. 그는 복음을 제대로 안다면 ‘아멘’할 수밖에 없는 순전한 기독교를 가감 없이 제시한다. 바로 그런 태도가 루이스를 향해 ‘변증의 본질’이라고 한 반틸의 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루이스의 설득은 치밀하고 예의 바르며 따뜻하고 품격이 높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결국 메시지는 그것이다. 하지만 왜 루이스가 불신자들에게도 그토록 존중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는 탁월한 논객임에 틀림없다. 동시에 그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최대한의 애정을 품으며 예의 있게 복음을 제시한다.
그는 기독 지성인이 불신자에게 다가가는 좋은 모범을 보여 준다. 그를 ‘가장 많이 읽힌’ 기독교 변증가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무도 듣지 않은 설교는 안 한 것과 마찬가지이고,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은 쓰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루이스는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변증가다.

 

온전한 기독교 : 참회와 제자도의 통합
『순전한 기독교』는 단순함을 넘어 ‘온전한 복음’을 포함한다. 사도 바울은 복음에 대한 교리적 설명 이후 반드시 윤리를 덧붙였다. 그래야만 온전한 복음 즉 ‘순전한’ 기독교가 되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이 전통을 따르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기독교 진리는 ‘더 어려우면서도 더 쉽다’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루이스는 그리스도가 우리의 전부, 우리 자신을 원하신다는 점을 역설한다. 우리를 종교적 의무로 괴롭히려 하지 않고, 아예 죽이러 왔다라고까지 말한다. 기독교 윤리는 단순하지만 급진적이고 근본적이다.
복음이 우리의 온전함을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의 최종 목적지는 절대적인 온전함인데, 그것을 막는 유일한 원인은 우리 자신뿐이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온전함은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아니라, 속까지 흡수되는 염료와 같은 변화를 뜻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이상주의가 아니라 ‘순전한 기독교’다.
루이스는 설교하려 하지 않는다. 기독교 진리의 문턱까지로 이끄는 안내자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책 1부만 현관에 머물뿐, 2부는 복음의 방 안까지 들어가고, 3부는 기독교 윤리, 4부는 성숙한 영성, 즉 창조주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랑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사실 이 책은 1, 2부의 기독교 변증(The Case for Christianity)에 다른 두 책을 더한 것이다.
이 책은 분명히 단순한 변증서를 넘어선다. 여기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고백했고 실천한 진리와 윤리, 즉 순전하고 온전한 기독교의 전부가 들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기독교 진리와 삶에 대한 타협 없는 증언과 신선하고 진솔하면서도 겸허한 설득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