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13년 04월

독서, 내면의 깊은 곳을 성찰하게 하다 * 인천 은혜의교회 박정식 목사

목양실인터뷰 백지희 기자


“청년은 책을 가려서 읽어야 하고, 중년은 책을 통한 성찰로 모순에서 벗어나야 하고, 노년은 책에서 배워야 합니다.” 인천 은혜의교회 박정식 목사가 책에 관해 전하는 말이다. 이 말에서 책에 대한 그의 깊은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실로 그의 독서량은 엄청나다. 작년에 읽은 책이 170권이라고 하니, 이틀에 한 권씩 읽는 격이다. “목사에게 독서는 생존”이라고 말하는 박정식 목사. 그런데 그가 읽는 책의 장르가 조금 독특하다. 손에 들린 책을 보니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사랑받지 못한 여자』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 같은데?  모든 장르를 다 읽는데, 시사적인 내용을 다룬 책을 좋아한다. 신간 소설이나 수필, 유명 작가의 책은 보통 나오자마자 읽는 편이다. 그 이유는 성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성도들은 세상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그들의 삶을 직접 살 수는 없다. 따라서 책을 통해 그들이 가진 사상, 그들이 보는 세상, 슬로건, 화두들을 먼저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님을 알아가듯, 세상의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인생과 내가 겪지 않은 가슴 아픈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내 인생의 책은 무엇이었는가?  20대 때 다시 예수님을 만나면서 내게 많은 영향을 미친 두 권의 책이 있다. 첫 번째는 미우라 아야코의 삶을 담은  『이 질그릇에도』인데, 이 책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는 삶이 참 가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번째 책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다. 당시 나는 폐병을 앓으며 자포자기했었는데, ‘삶은 단 하루를 살아도 소중하고 끈끈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의 위로와 도전을 받았다.

목회에 있어 추천하고 싶은 책은?  신학적 기반을 위해 마틴 로이드 존스 전집은 필수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목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다주는 옥한흠 목사님의 『평신도를 깨운다』는 여러 번 읽기를 권한다. 나 역시 지금도 자주 읽는다. 이 책과 함께 『리더십의 그림자』(게리 맥킨토시, 새무얼 리마)도 자주 읽는데, 리더십의 어두운 면에 대해 잘 인식하도록 돕는다. 또한 중년의 슬럼프를 겪으면서 도널드 맥컬로우를 알게 됐다. 자신의 실패를 바탕으로 쓴 그의 책들(『광야를 지나는 법』, 『모자람의 위안』)을 보면 문제의 화살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기보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독서 노하우에 대한 소개와 권면을 부탁한다.  매일 새벽기도가 끝나고 책을 읽기 시작해 다 읽을 때까지 계속 들고 다니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읽는다.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은 접어놓는다. 그리고 접은 부분만 다시 읽으면 내용이 머릿속에 남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상황에서 그 책을 인용하게 된다. 이전에는 가르치기 위해 메모도 하고 정리도 해봤지만, 지금은 써먹으려는 욕심을 버렸다. 내 마음을 먼저 채우기 위해 책을 읽어야 성령님께서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또한 목회자는 균형 잡힌 영성을 위해 영적인 책과 더불어 사회적인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보통 나는 책을 읽을 때 ‘다시 읽는 고전 1/3’, ‘시사성을 가진 신간 1/3’, ‘영적 도움을 주는 책 1/3’로 비율을 정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청년, 노년, 현재 나의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책을 골고루 읽어 독서의 균형을 유지하고, 좀 더 폭넓은 이해를 갖고자 노력한다. <백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