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우은진 기자
넥스트사랑의교회 김일영 목사는 어린시절 부모님이 사주신 만화로 된 백과사전을 통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억지로 읽어야 하는 책보다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읽으라”고 권한다. 맛있는 음식이 몸에 좋듯이, 맛있게 읽는 책이 정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만화처럼 유쾌한 그의 독서관을 들어보자.
인생에서 책과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동반자’라고 할까? 어린 시절, 나는 밥 먹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수학여행을 가도, 가방에 책을 먼저 챙겼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항상 독서라고 대답해 왔고, 힘든 일이 있어도 책을 들고 항상 앉아 있다. 이제는 읽고 쓰는 일을 평생 해야 하는 목사와 교수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운명적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스승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동반자가 되었다.
평소 독서습관과 즐겨보는 장르는?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책을 빨리 읽는 편이고, 책의 요점을 빨리 파악하는 편이다. 읽다가 별로인 책이면 속도를 더 내서 빨리 읽어버리고, 수준 있는 책이면 다시 읽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수십 권짜리 전집을 읽어도 일단 한 질을 다 읽고, 그중에 좋았던 것은 다시 정독해 읽는 스타일이다. 책을 소장하는 것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어서 읽은 책에 비해서 소장하는 책은 많지 않다. 요즘은 거의 교회 목양실에서 읽는 시간이 많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으며 책과 대화하는 버릇이 있다. 책 안의 주인공이나 저자와 무언가를 계속 주고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스토리를 좋아하고, 역사 서적과 전기, 소설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멋도 모르고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루쉰의 『아큐정전』, 스탕달의 『적과흑』 등을 읽으며, 이해가 안가 어려워했던 생각이 난다. 한때는 만화에 빠져 살았던 적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 IVF 동아리를 만나 좋은 기독교서적을 많이 접했던 것 같고, 지금은 신앙서적과 일반서적의 비율을 6대 4정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 인생의 책’이라고 불릴 만큼, 영향력을 준 책과 저자는? 첫 번째는 당연히 ‘성경’이고, 두 번째는 故 옥한흠 목사님의 『평신도를 깨운다』이다. 또한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칼 로저스의 『사람 중심 상담』이라는 책이다. 목회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 전공자들에게는 유명한 책이다. 『20세기 교회를 움직인 100권의 책』 같은 책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전 작가로는 톨스토이를 제일 좋아한다. 우리 시대에도 이런 대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현대 작가로는 프란시스 쉐퍼, 헨리 나우웬, 필립 얀시, 미셸 푸코, 시오노 나나미를 좋아한다. 어렵게 써놓은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솔하게 저자의 철학이나 인생의 정수를 담아 낸 책을 만날 때 가장 기쁘고 그런 책을 써준 작가들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는 이어령, 김훈, 만화 작가로는 이현세, 허영만, 이노우에 다케히코를 꼽는다.
독서에 대한 권면을 한다면?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내가 읽은 책의 수준이 나의 수준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쉐퍼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쉐퍼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칼 바르트의 책을 읽었다고 칼 바르트 같은 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드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프란시스 쉐퍼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고전과 명저들을 다시 읽으며 한 권의 책을 남길 수 있길 소망한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