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유민주 기자
부전교회 박성규 목사에게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달라고 하자 초등학교 2학년 시절,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었던 때를 떠올린다. 당시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선물로 받은 어린이 『천로역정』을 읽고, 비록 어렸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십자가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박성규 목사. 그에게 독서란 여전히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통로이다. 이제는 목회자로서 다양한 책을 접하며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고자 노력한다는 그의 독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평소 독서 습관은 어떠한가 나의 경우 책을 빨리 읽기보다는 천천히 정독하는 편이다. 그렇게 읽어 나가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각주 달듯이 책에 적어 놓는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목차 전에 여백 페이지들이 있는데, 그곳에 해당 책에서 참고하기 좋은 이론이나 설교 때 쓰기 좋은 예화 등을 페이지 수와 함께 간단히 적어 놓는다. 그러면 나중에 ‘아,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지!’ 하며 필요한 부분이 기억났을 때 내용을 참고하기에 유용하다. 이처럼 나만의 주석을 달아놓음으로써 책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좋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비유를 하자면, 나는 ‘목적이 이끄는 독서’를 하는 편이다(웃음). 특강을 할 때는 목회 원리를 다룬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설교를 준비할 때는 예화 적용을 위해 자서전이나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이렇게 고른 책 중에서도 잘 솎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신학석사 시절 강희천 교수님께 배웠던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책에 아무리 많은 챕터가 있더라도, 각 챕터의 소제목들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만약 제목에서 일관성과 논리의 흐름이 없으면 비판받아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면 책의 목차를 보고 그 흐름을 읽는 훈련을 했고, 지금까지 이 기준으로 읽을 책을 고르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인간 내면을 깊게 통찰하고 삶을 실제적으로 다루는 고든 맥도날드의 저서를 좋아한다. 그 자신 역시 인간적으로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났던 경험이 있기에 통찰이 매우 탁월하다. 또한 오브리 맬퍼스의 책도 좋아하는데, 21세기의 교회 개척과 성장 과정 등을 실제적인 통계와 함께 성경적으로 다루고 있어 유용하다. 특히 사람에게 라이프 사이클이 있듯이 교회에도 교회의 사이클이 있고, 그 사이클을 따라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이 목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제자훈련 가운데 힘이 되었던 책은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학자 핸드릭 크래머의 『평신도 신학과 교회 갱신』, 『커뮤니케이션』이 평신도 신학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로서 힘과 용기를 얻었다. 저자는 목회자와 평신도가 다 같은 하나님의 백성임을 강조하면서 평신도가 왜 목회자보다 열등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교회사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그리스도의 4중직, 즉 왕, 제사장, 선지자, 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목회자와 평신도는 계급의 구별이 아닌, 직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순수복음과 사회봉사의 조화를 이루어야 함도 강조하고 있는데, 비록 저자의 의견을 모두 지지할 수는 없어도 중세에 잠들었던 평신도 신학을 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유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