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박지연 기자
“책을 쓰는 사람이든 읽는 사람이든, 결국 그 목적은 인생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독서에 대한 특별한 철학은 없다며 쑥스럽게 웃는 부산범천교회 김철우 목사. 하지만 책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그의 깊이는 남달랐다. 목양실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항상 자신이 가진 책을 선물하는 것도 그의 이런 독서 견해 때문이다. 소유보다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책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여기는 김철우 목사의 독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평소 독서습관은 어떠한가?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평소 내세우는 독서 원칙은 7대 3의 원칙인데, 성경을 7, 일반 서적을 3의 비율로 읽는 것을 뜻한다. 제자훈련 사역을 하면서 훈련생들에게도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독서 원칙을 강조한다. 또 어느 작가든 그 사람이 처음 펴낸 책은 최대한 사서 보려고 한다. 글을 쓰는 기술이 서투를지라도, 작가의 생각과 삶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책이 바로 첫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독보다는 정독에 더 의미를 두는 편인가? 그렇다. 수많은 신앙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홍수가 나면 정작 먹을 물이 없다”라는 말처럼 한 사람의 생애, 평생 그가 갈고 닦은 지식과 사상을 담아낸 진정한 책은 드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책을 많이 사는 사람에게 “이제는 책을 사지 말고 쓰라”고 이야기한다. 젊었을 때는 많은 책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찰과 함께 그것을 돌아보고 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을 꼽는다면?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뇌리에 저절로 떠오른 책이 세 권 있다. 첫 번째는 이청준 작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이다. 이 책은 1939년 순천에서 태어난 안요한 목사님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이 책을 읽었는데, 가슴이 많이 뛰었던 추억이 있다. 당시 주인공인 안 목사님에게 하나님이 주신 말씀, 여호수아 1장 말씀은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구절이다. 두 번째로는 김진홍 목사의 『새벽을 깨우리로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젊은 시절 평생 새벽기도를 해야겠다는 결단을 했고, 특별히 힘들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외에 옥한흠 목사님의 『고통에는 뜻이 있다』는 당시 해석되지 않았던 내 인생의 고통에 대한 재해석을 가능하게 했던 책이다.
독서를 통해 받는 유익이 있다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창’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 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열려있는 창. 독서를 통해 나는 보통 이런 가치들을 추구한다. 독서에 대해 특별한 철학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담임목회를 1년간 해보니 설교에 대한 부담이 많고, 나에게 있는 것을 나눠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책을 많이 못 읽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죄책감은 없지만 어쨌든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통찰력과 생각의 체계를 발전시키는 유익을 얻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7대 3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경은 많이 못 읽으면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