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11년 02월

상하이한인연합교회 엄기영 목사

목양실인터뷰 안소영 기자

본질과 원리에 충실한 글을 읽으라

엄기영 목사의 최근 관심사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국한된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백성, 즉 예수의 제자들을 세워가는 것에 대해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삶에서 인상적인 책이 있었나 캠브리지 7인 중의 한 명인 D. E. 호스트의 『내가 지도해야 한다면』(로뎀)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이 있다. 이 책은 지금도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주 얇은데 본질적인 리더십을 다룬다. 제대 후 복학해서 이 책을 접했는데, 그 당시 리더십 하면 유교적, 군사적인 사회체제 속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고 지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책에서는 리더가 자신의 실력이나 영성을 가르치기보다 옆에 있는 사람들 안에 있는 이성과 양심, 성령님의 일하심을 존중해서 그 사람 스스로가 어떤 문제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내가 어떻게 영향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리더는 주님과 가까이하며 주님의 지혜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정말 굉장한 인사이트를 줬다.

중국에 있어 책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편과 인터넷을 통해서 구한다. 최근에 아이패드를 구입하면서 이북(e-book)을 많이 접하고 있다. 그중에 하인리히 아놀드의 『공동체 제자도』가 있는데, 참 좋더라. 저자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1981년에 네비게이토 식으로 처음 제자훈련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 당시 제자훈련은 개인 구원에 훨씬 초점을 맞추었다. 그 사람이 거듭나고 구원의 확신을 갖고 신앙이 잘 자라 다른 사람을 재생산하면 좋은 제자로 여겼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도 그렇고 이 책에서 말하는 바도 그렇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우리가 본질적인 하나님 나라의 백성답게 사는 삶이 제자다운 삶임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의 구원과 영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더불어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최근에 한국 교회가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것 역시 나만 잘 믿고 우리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우리는 더불어 공동체로서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앎이 행동으로 이웃들을 향해 나타나야 한다. 이것이 그동안 너무 약했다.

담임목회를 하다 보면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책을 설교나 성경공부를 위한 자료로 보게 되는 일이 많다. 그게 정말 마음의 무거운 짐이다. 책에서 중요한 말들을 많이 따내고, 그 말을 인용하는 것에 급급하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좀 더 묵상하고 삶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자꾸 말쟁이가 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가 바뀌어가는 것도 많이 느낄 텐데 한때는 번뜩이고 반짝이는 리더십에 관한 책들을 찾기도 했다. 나도 무언가 성장하고 성취된 결과들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그런 것들에 마음을 많이 빼앗겼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성경의 원리로 가면 갈수록, 나는 더욱 더 파묻혀지고 감춰지길 바라게 된다. 오로지 주님 앞에서 주님 가신 길을 조용히 걷게 된다.

후배 목회자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원리에 충실한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현상과 방법론적인 책들은 분명 우리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나, 본질과 원리가 확실해야 균형 있는 가르침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옥 목사님이 말씀하신 본질이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닌, 평신도들을 잘 돕자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평신도들 자체에 대한 귀중함보다, 교회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평신도 동역조차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본질은 흔들리면 안 된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보라. 설교를 잘하려 하기보다 성경의 원리를 잘 가르치는 데 목적을 가지라.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