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박시온 기자
독서, 나를 비추어주는 삶의 이야기들
목회자의 독서생활을 엿보기 위해 서재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 목회자를 만날 수 있었다. 독서와 삶에 대한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정우길 목사와의 짤막한 인터뷰다.
평소 독서습관은 어떠한가 평소에 독서량이 풍부하지 않아서 솔직히 이런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책을 많이 읽거나, 계획적인 독서를 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필요에 의해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책은 여러 번 읽는 편이다. 여러 번 읽는 책의 경우, 다시 되새기고 싶은 내용이나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는다. 공대생이었던 영향 때문인지 사색적인 것보다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지성적인 영성 책들도 물론 찾아서 읽지만, 주로 실천적인 영성과 삶,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감동과 도전을 받는다.
그러한 책을 소개하자면 『잊혀진 사람들의 마을』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신학교 교수로 일하게 됐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러 떠난다. 하나님에 대해서 신학이론으로만 알고 있는 것 같은 스스로에게 만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호라는 마을, 즉 나병환자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함께 살며 목회를 한다. 바로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 사람들과의 삶이 담긴 이 책은 나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저자인 김요석 목사님의 삶을 보면서 나의 삶 속에서도 야망과 비전을 구별하기 시작했고, 또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이를 상기하기 위해 다시 읽곤 한다.
이 책이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때는 언제인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던 대학교 4학년 이후, 그리고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을 때 나는 하나님께 내 삶을 전부 드리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친구들이 내 차, 내 집, 성공 등에 대해 말할 때 비록 나는 무소유였지만, 그렇게 세상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과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삶과 교회가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 나는 가난한 마음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됐다. 무언가 갖게 될수록 더욱 욕심이 생기고, 사역 현장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초심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즉 가진 것은 너무 많아졌는데, 정작 그것 때문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삶의 본질이 변질됐다고 느낄 때, 목회자로서의 소명에서 벗어났다고 느낄 때 이러한 책들을 읽으며 새로운 도전을 받는다.
그때 읽는 또 다른 책들은 무엇인가 이미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진 고전인 『참 목자상』과 『목사와 설교』, 제임스 보이스의 『참 제자의 길』, 그리고 『네 신을 벗으라』, 『그리스도인의 재정 원칙』은 실제적 유익을 줬던 책들이다. 그리고 『풍요로운 가난』, 『벼랑 끝에 서는 용기』처럼 사명에 헌신된 사람의 이야기, 묻히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는 책들이 좋다. 이런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현재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만져지는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고 도전을 받는다. 이 책들은 분명 그들의 삶을 다루는 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때때로 느껴지는 나의 연약함에서 벗어나도록,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던 나의 초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곧 나의 삶을 다루는 책이기도 하다.
<박시온 기자>
짧은 글 긴 여운 『믿음은 행동이 증명한다』
뉴욕, 시카고 등의 뒷골목에 있는 노숙자들과 함께하는 저자의 삶을 통해 믿음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책이다. 믿음으로 시작된 행동이 곧 하나님 나라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안락함과 안전함 속에 안주하려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비인격화하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 때, 어떤 사람은 호화로운 침대에서 자고 또 어떤 사람은 거리에서 새우잠을 자는 현상을 낳고 있는 재난과도 같은 인간성의 파괴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이나 잠자리나 저녁식탁을 절대 개방하지 않으면서 사회 프로그램에 봉사를 자원하고, 남은 음식과 의복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 예수께서는 자선이라는 ‘원격’(distant) 행위를 찾고 계시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를 찾고 계신다.
-p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