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10년 06월

성남제일교회 홍정기 목사

목양실인터뷰 안소영 기자

앵무새가 아닌, 내 삶의 지정의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정적인 성격이라 책이 곧 친구였다는 성남제일교회 홍정기 목사. 그는 책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자신은 맛도 없고 멋도 없다며 책에 얽힌 이야기를 다음처럼 풀어놓았다.


책을 가까이 하게 된 동기가 있나 집이 어려워서 책을 살 수 없었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주는 일을 시키셨다. 그때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그 뒤에는 공부와 경제적인 이유로 책을 잘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신대원을 졸업하면서 책에 대해 묶였던 마음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거의 4~5년 정도 정말 책에 집중했다. 책과 거리가 좁혀졌던 시간이었다.


그 시기에 어떤 책을 봤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로마인 이야기』다. 일본인인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일본인의 시각으로 로마를 재해석한 책이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 2권을 읽다가 충격을 받았다. 그 책 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로마인들이 장검을 가지고 산림이 울창한 곳에서 싸우다가 졌다. 그들은 패배 원인을 무기에서 찾았다. 그리고는 장검이 아닌, 단검이면서도 양날 검을 만들어 움직인다. 정말 충격이었다. 로마를 이렇게 해석해냈다는 사실에 놀랐다. 로마사가 내 안에 칼 한 자루의 변천으로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이것이 책이었다. 해석자로서의 작가라는 존재가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책을 읽는 방식을 소개한다면 요즘은 책 읽는 스타일이 점차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그 책이 말하는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내 머릿속에 연관된 수많은 주제들이 떠오른다. 그럼 다시 그 주제들을 다른 책에서 찾아가면서 보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 책 저 책을 읽어간다. 예를 들면 마르바 던의 『고상한 시간 ‘낭비’』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보면, 예배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책을 읽다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가 떠올랐다. 스토리가 무엇보다 많은 곳이 성경이 아닌가. 수많은 성경의 스토리를 한 가지로 꿰뚫는 마스터 스토리,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다. 예배는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스펙은 퇴색하나 스토리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렇게 생각의 흐름들을 따라 마인드 맵핑을 해보는 것이다. 지식과 지식이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잉태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부흥』과 사도행전 설교 시리즈와 같은 로이드 존스의 책을 정말 좋아한다. 그 외에 기독교 저널리스트라 말하기 힘들겠지만, 『모던 타임스』와 『유대인의 역사』 등의 저자인 폴 존슨을 좋아한다. 굉장히 박학다식한 사람이다. 19세기 이후의 세계 역사를 해석해나가는 시각이 세상적이지만 특별하다.

 

그러한 인문서적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가 목사라서 세상을 잘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서적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해석해내는지를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목회자는 사상적, 정서적으로 섬과 같은 자리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책이라 생각한다. 목사로서 입만 열면 예수 천당이 아니라, 문화적인 옷을 입힌 복음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이어령 선생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보면서 목회자들은 영성에서 지성으로도 넘어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앵무새와 같은 말이 아닌 내 삶의 지정의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칼의 변천으로 로마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거룩한 지식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독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이 시대는 기독교 사상의 공백시대다. 우리 초기 신앙인들은 삶과 앎이 병행했다. 나는 앞으로 함석헌 선생처럼 기독교 사상을 녹여내 큰 사상을 만들어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목회자로만은 안 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황금검을 갖고 있으면서도 꺼내어 쓰지 못하고, 녹슨 칼인 다원주의에 찔리고 있다. 이걸 이겨내려면 책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리스천 지성인들의 네트워크가 더욱 확실하게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앎과 삶이 합쳐져야 하는 이 시대, 그래서 목회자들은 더 공부해야 하고 책을 봐야 한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