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10년 09월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

목양실인터뷰 안소영 기자

왜 독서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라

 

한국화가 군데군데 걸려있고 오래된 커버의 책들이 빽빽이 들어선 목양실에서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를 만났다. 한국예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독서의 이유까지, 꽤 긴 시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물음에 따라 독서가 달라지기 마련이며, 책이란 것은 자신의 생각의 뿌리를 흔들고 확장하며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 인상 깊었던 책이나 작가가 있는가? 얼마 전 『간송 전형필』을 읽었다. 이 사람은 일제 강점기 하에 조선에 살던 몇 안 되는 거부 중의 한 사람인데, 자신의 전 재산을 처분해가며 한국의 국보급 미술을 사들였다. 그는 독립이 올 것을 믿고 일제강점기 시절 이것들을 모으는 것이 자기가 민족의 혼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 이런 책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신광은 목사의 『자끄 엘륄 입문』이다. 이전에 같은 저자가 쓴 『메가처치 논박』을 상당히 인상 깊게 봤다. 몇몇 부분에서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탄탄한 성경적 근거와 사회과학적 지식으로 잘 풀어낸 책이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책이 있는가 1980년대 대학교 1학년 시절 프란시스 쉐퍼의 3부작을 원서로 읽으며 기독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됐다. 쉐퍼와의 만남은 나에게 중요했다.(그가 소장하고 있던 쉐퍼의 책 앞장에는 “대학에서 해야 할 그것을 찾은 책”이라고 쓰여 있다.) “솔직한 질문은 솔직한 답변을 가져다준다.” 쉐퍼의 이 문장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때까지 교회에서는 무조건 믿으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질문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독교 지성에 눈을 떴던 순간이다. 또 대학교 4학년 때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을 G. E. 래드의 『신약신학』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전에는 복음과 하나님 나라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국 교회는 지금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진보와 복음을 중시하는 보수로 나뉘지 않나. 복음이 없는 하나님 나라 사상으로 사회 운동에 매진하기도 하고, 하나님 나라 없는 복음이 선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둘은 뗄 수가 없다. 목회를 시작할 즈음, 이러한 사상이 통합되고 정리됐다. 나의 사상과 사역의 근간, 키워드가 바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다.

 

독서의 근본적인 즐거움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뒤집는, 그 지평을 뒤집는 것을 깨달았을 때 기쁨, 본질에 가까이 갈 때의 기쁨이다. 앞서 말한 프란시스 쉐퍼의 3부작이 기독교 지성에 대해 지경을 넓혀줬다면, 『상한 감정의 치유』는 처음으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눈을 열어준 책이다. 또 레이 스테더먼의 『그리스도의 지체』는 ‘교회가 이처럼 놀라운 것이었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왜곡된 교회상으로 괴로워할 때, ‘그것이 아니다. 이것이 진짜야’라고 알려준 책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경우는 내게 우리다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고, 한국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책을 통해 문이 열리고, 그때부터 그 분야에 대한 책들을 지속적으로 보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깊어지는 것이 즐겁다.

 

독서를 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왜 독서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리스도인들이 하는 독서의 이유는 하나님과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를 더 깊이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서여야 한다. 그렇게 독서를 하면 본질을 찾으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 그렇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는 독서에 머무르면 그저 주변적인 것에 몰두하게 될 뿐이다. 그러면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변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가 흔들리기도 하고, 열리고 통합되고 넓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묻고 찾아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꼬리를 물고 독서가 확장되어야 한다. 질문은 사람마다 다르니 읽어야 할 책도 각자 다를 것이다. 그 모든 답을 줄 수 있는 책은 성경밖에 없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