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10년 12월

대구 범어교회 장영일 목사

목양실인터뷰 안소영 기자

이제는 나보다 남을 위해 독서한다


세월이 흘러가면 독서 습관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장영일 목사도 그러했다. 이제 자신보다 양떼를 위한 독서, 잡다한 독서보다 자신의 생각을 세워가는 독서를 하고 있다는 그의 독서 여정기를 들어보았다.


책이 인생에 영향력을 미쳤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책을 가장 많이 읽던 때는 20대였다. 난 뿌리 깊은 장로교 보수 교회에서 자랐는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여러 사상적인 갈등과 맞부딪쳤다. 이전에는 예수 믿고 천당 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생 때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혼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통 그러한 상황과 부딪히면 두 가지 반응을 하게 되는데, 하나는 자기가 갖고 있던 생각을 더 강하게 유지하는 것이고, 또 다른 반응은 다른 시각들을 수용하려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난 후자였다. 그때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 책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사고의 변화를 경험했나 대학 은사를 통해서 중세의 테레사 성녀, 십자가의 성 요한, 20세기의 토머스 머튼 등 천주교 영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소개받았다. 그러다가 엄두섭 목사님의 『수도생활의 향기』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개신교에서도 이러한 수도 영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오직 구원이라는 개념에서 하나님과의 연합, 만남, 일치에 관한 책들을 참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영성은 자연스레 사회 복음화로 연결되더라. 그러다 보니 총신 출신이면서도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20대는 지적 감수성이 강해서 그러한 책들에 많이 빠져있었다.


그렇다면 30대의 독서는 어떠했나 30대 초반에 미국 유학을 갔는데, 그 기간 동안 쌓아놓은 사고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제3세계 선교신학을 공부하면서, 중국계 미국인 송천성(C. S. SONG)의 책을 만났고, 그분의 책을 비평하면서 제3세계 선교신학에 대한 대안을 찾아갔다. 또 이전에 읽었던 천주교 영성, 수도 영성, 사회 영성을 어떻게 하면 개신교 영성으로 목회 현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찾은 책이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쓴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천주교를 알았다기보다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신앙의 골격을 점검할 수 있었다. 또 김요석의 『잊혀진 사람들의 마을』은 목회자 삶의 야성을 깨닫게 했던 책이다.


목회를 하면서 책을 읽는 방향이 달라졌다 했는데 담임목회를 시작하면서는 목회에 관련된 책을 주로 읽고 있다. 방향성이 그렇게 변화하더라. 사실 다양한 책과 사고를 접한 이 시절들은 어찌 보면 방황을 했다고 볼 수 있고, 혹은 자양분을 쌓은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쌓인 사고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개신교 목회자로서 내 정체성을 다시금 깨달았을 때 만난 분이 옥한흠 목사님이다.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훈련과 교회론은 그 동안의 사상을 기반으로 쌓인 탑과 같았다.


좋아하거나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저자가 있나 근래에 감리교 김영봉 목사님이 쓴 책인데,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가지고 소설 설교를 한 『엄마가 희망입니다』이다. 그 책에 빠져들었다. 그분의 『사귐의 기도』도 참 좋더라. 생각과 사고의 스펙트럼이 참 넓은 작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자의 스펙트럼이 넓은 책이 일단 좋다고 본다. 그런 이들의 책은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아브라함 헤셸의 『예언자들』도 좋고, 신영복 교수의 『강의』처럼 고전을 재해석한 책도 좋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독서에 대해 조언한다면 고전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신학교 강의를 봐도 너무 실용주의에 빠져 있다. 기독교 고전과 일반 사회 사상사의 고전을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기독교 목사들이 뭔가 모르게 이방시하는 동양고전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고전을 읽어야 이 시대를 잘 읽을 수 있고, 사상이 튼튼해진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