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유민주 기자
책을 읽는 시간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서 더 나아가 마음의 여유를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여유의 시간에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느껴보기도 하고, 생전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자유롭게 만나 보기도 한다. 손인식 목사는 이러한 점에서 독서를 바쁜 일상 가운데 찾는 마음의 휴식처라고 고백한다. 시간에 쫓기는 전쟁 같은 일상일지라도 이 휴식처만큼은 늘 찾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 히브리대학 출신의 이요엘 목사가 저술한 『고고학자들의 카리스마를 클릭하라』를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평소 고고학이나 역사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은 여리고 지역, 네게브 사막 등과 같이 신·구약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역사적 고증을 조명한 점이 흥미진진했다. 또 다른 한 권은 『내 사랑 황하를 흘러』인데, R. A. 토레이 선교사의 아들인 루벤 토레이의 생애를 그의 딸인 클레어 토레이가 저술한 것이다. 중국 선교에 생을 바쳤던 루벤 토레이가 내전 가운데 한쪽 팔까지 잃어버리면서도 선교에 헌신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저자가 있는가 한동안 C. S. 루이스의 매력에 빠졌었다. 해학적이고, 진리를 파헤치는 논리가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영국 최고의 사색가라는 말에 걸맞은 깊은 영성이 많은 은혜가 된다. 특히 『순전한 기독교』는 정말 추천할 만하다. 그와 비슷한 스타일 중에 『이것이 인생이다』를 저술한 찰스 콜슨의 책들도 흥미롭다. 높은 지적 수준에서 비롯되는 학자적인 묵상, 거기에 현장의 접목까지 잘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마치 사도 바울의 로마서 7장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목사님에게 독서란 어떤 의미이고, 평소 독서 스타일은 어떠한가 우선 독서를 3가지로 비유해보고 싶다. 첫 번째는 ‘휴식처’라고 할 수 있는데, 책을 읽음으로써 오히려 머리를 식히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은행(Bank)’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데, 필요할 때마다 계좌를 열어 돈을 꺼내는 것처럼 책에서 세상의 여러 가지 것들을 꺼내 배우고,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작가들과의 ‘대화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나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작가들이지만 마치 책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한편 나 같은 경우 목회 초기 단계에서는 시간과 타협하며 책을 읽었고, 중반 단계에서는 일종의 습관처럼 시간만 나면 책을 읽었다. 요즘에는 일부러 독서를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 책을 읽고 있다.
이민 교회 목회를 하는 후배 목회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분당 할렐루야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기던 시절, 김상복 담임목사님께 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때 내게 단번에 추천해주셨던 책이 리처드 백스터의 『참 목자상』이다. 30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정체성의 흔들림을 경험한다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는 교차점을 지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리 스트로벨이 쓴 『예수는 역사다』라는 책이다. 오늘날 목회자들에게 큰 이슈인 동성애나 교회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범신론적인 뉴에이지 운동 등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가 변호사 출신 목회자답게 법정 논리처럼 핵심을 뚫어주면서 예수님에 대한 역사성, 진정성을 세워주고 있다. 특히 미국 목회를 하는 데 있어서 각 교단 문제로 시달리는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