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11년 06월

삶과 삶이 만나는 독서, 내면을 향한 여행을 시작하다(대전새중앙교회 이기혁 목사)

목양실인터뷰 박시온 기자

세월이 지나면서 깊어지는 것은 주름뿐만이 아니다. 인생이 깊어지고, 인생이 깊어짐에 따라 독서의 깊이 역시 깊어진다. 구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끝에 살아 계신 하나님을 만난 후, 온전히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았던 조지 휫필드를 좋아한다는 대전새중앙교회 이기혁 목사. 그에게는 제2의 인생의 전환점이 있었다. 그때 그는 끊임없는 고민 끝에 하나님의 실존을 경험했고, 참 영성의 삶에 눈을 뜨게 됐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좋아하는 책 장르는 무엇인가 50대에 들어서면서 영성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목회, 리더십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는데, 40대 후반에 갱년기를 겪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고, 이를 계기로 영성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떤 전환점이었는가 사역에만 집중하며 사는 목회자들 역시 중년이 되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쉼표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나의 경우 2000년도에 그 시간이 찾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로 항상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고, 당시에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있어서 하나님은 누구신가? 이기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1~2년 동안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재에서 출애굽기 3장을 읽다가 떨기나무 앞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모세의 모습을 보면서 하늘에서 먹구름이 걷히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모세를 보면서, 성경책을 가슴에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방황 아닌 방황을 하며 고독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는데, 아주 가까이 계신 하나님의 실존과 하나님 앞에서의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난 후 영성의 삶이 무엇인지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영성 책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 이동원 목사님이 소개해주신 마이클 몰리노스의 『영성 깊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면을 향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외형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사역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관계 중심적이고 내면을 향한 사역에 관심을 가지며 삶의 변화를 추구하게 됐다.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40대 후반, 50대 동료 목회자들에게도 이 책을 정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목사님에게 독서란 무엇인가 나는 독서를 삶과 삶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테크닉을 얻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책을 위한 책을 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쓴 것인지를 먼저 살펴본다. 기교 섞인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깊은 영성이 담긴 진솔한 책이 좋다.

그런 책들 중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프란시스 쉐퍼의 책이 눈에 띈다. 프란시스 쉐퍼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문화와 사회구조 속에서 하나님이 1세기 전에 주신 말씀을 어떻게 적용하고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1세기 때 마가의 다락방에서만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기름 부으심을 경험하고, 어떻게 말씀을 해석하고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제자훈련 하는 교회와 목회자의 고민이 아닌가. 그동안 복음주의가 사회적인 부분을 등한히 한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를 양극화시킨 원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올바른 통합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프란시스 쉐퍼의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