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성인경 _ 국제라브리선교회 한국지부 대표
때로는 영화 한 편이 설교 한 편보다 긴 여운과 영향을 남긴다. 또 영화 한 편이 그 사회를 읽는 문화코드가 되기도 한다. 최근 관객 1,000만 명 동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라는 영화도 바로 그런 긴 여운과 영향을 남기는 영화 중에 하나이다. 나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는데, 근래에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그러나 메시지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우리 시대 문화 코드를 따라, <왕의 남자>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감상하도록 복선이 많이 깔린 다원주의적인 영화이다. 예를 들어, 왕의 권력까지도 한바탕 광대 짓으로 희화화 할 줄 아는 장생에게 초점을 맞추어 볼 수도 있고, 여자보다 더 예쁘고 잘 빠진 꽃미남 공길의 위험한 사랑에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고, 연산이나 녹수, 처선과 육갑의 인생과 처세술도 초점이 될 수 있다.
진짜 왕의 또 다른 정치적인 남자 중에 하나였던 처선의 시각으로 보면, 광대와 권력 그리고 인생은 다 같은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과연 이준익 감독의 말대로 과연 <왕의 남자>는 “매너 좋은 반골영화”일까? 역사 해석의 면에서는 반골기질이 보이지만, 매너 좋은 영화라고 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나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지만 어쩐지 여운이 깔끔하지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남사당 이야기를 끌어들여서 인간 세상의 핵심 고리로서, 동성애를 때로는 매우 상징적으로 혹은 농염하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광대 장생(감우성 분)과 그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분)과의 질투하는 관계 그리고 공길과 연산군(정진영 분)과의 끈적거리는 관계 속에 관음적인 동성애 코드가 짙게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권력 풍자가 핵심이고, 동성애는 주변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영화, 연극, 방송계에 동성애를 문화코드로 끌어들인 최초의 동성애 영화는 <화분>(1972)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자 배우들이 벌거벗은 상체를 드러내고 침대에 누워서 애무를 하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와서 탤런트 홍 모씨가 커밍아웃을 함으로 동성애 신드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뒤이어 시작된 퀴어 영화제는 동성애 관련 영상물의 수입 및 확산에 불을 붙였다.
당시 정부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영화제를 허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동성애가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윤리적 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인권 문제로 급부상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이 모든 문화에 동성애 코드가 확산되도록 했다.
우리는 문화 속에 나타나는 동성애 코드를 보면서, 성적 소수집단으로서 동성애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같이 아파해야 한다. 그러나 CF, 드라마, 영화 등 문화속에 나타나는 동성애 코드는 현실의 반영이기는 하나 아직 동성애 자체가 한국 사회에 공인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것은 기독교와 교회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성애 교회와 동성애 목사가 더 나오기 전에 단호한 설교와 따뜻한 사랑을 통해 예방도 하고 치유도 해야 할 것이다.
성인경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동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국제라브리선교회 한국지부 대표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대답은 있다』, 『프랜시스 쉐퍼 읽기』, 『나의 세계관 뒤집기』, 『아담과 문화를 논할때』, 『진리는 시퍼렇게 살아 있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