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권혁률 기자 _ 기독교방송 TV
<상황 1> 회사일로 주일에 출근한 김상수 집사는 오전 11시 대예배 시간이 되자 살짝 자신이 다니는 교회 홈페이지로 들어가 주일예배 인터넷 생방송을 시청했다. 부장님이 부르는 바람에 목사님 설교 도중 2, 3분을 놓치기는 했지만 영상으로나마 주일을 성수할 수 있어서(?) 흐뭇한 날이었다.
<상황 2> 미국에서 근무하는 안용진 권사는 비록 고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고국에서 출석하던 교회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곤 한다. 비록 한두 주 전의 것이기는 하지만 20여 년을 듣던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들을 수 있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 3> 전업주부인 조숙자 집사는 얼마 전까지 만해도 틈만 나면 교회집사님들과 어울려 심방을 가고 교회가 펼치는 여러 봉사활동에 손길을 보태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하는 재미에 푹 빠져, 다른 여집사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시간이 없다고 사양하곤 한다. 그렇다고 불건전한 채팅에 빠진 것은 절대 아니다. 다른 교회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서핑하는 일이 그렇게 은혜가 되고 재미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웬만한 교회는 대부분 인터넷홈페이지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서비스한다. 뿐만 아니다. 여러 기독교방송국이나 인터넷사이트에서도 설교코너를 갖춰놓고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와 성서연구, 특강 등을 제공하고 있다. TV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스타 목사’까지 탄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라디오방송을 통해 환우와 장애인, 미처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교인들이 방송설교를 청취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곤 했다. 또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창구 구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블과 위성텔레비전, 특히 인터넷을 통해 영상예배를 이용하는 기독교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 파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영상예배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리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때와 장소를 초월해 어떤 목회자의 설교도 접할 수 있게 됐으며, 그 용이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라디오와 TV, 인터넷에 이어 조만간 DMB를 이용한 휴대폰 예배, 차량 내 예배까지 등장할 것이다.
이로 인해 영상예배가 가진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언론에는 오스트리아에서 현지 한인교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주요 교회를 웹서핑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대체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 한인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수시로 듣다보니 막상 주일예배 때 본 교회 예배에는 소홀하게 된다는 고백도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고 하여 영상예배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태도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말씀을 사모하는 이들이 어떤 시간, 장소에서라도 말씀을 보고 들으려는 의지를 탓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신체적,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반드시 영상예배가 필요한 이들도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혹은 ‘말씀쇼핑’을 위해 영상예배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자제를 권하고 싶다. 개인적 신앙성숙을 위해서는 영상예배를 잘 활용하면 좋은 ‘보조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리스도 공동체의 살아 있는 친교를 대신하는 ‘대체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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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률 기자는 서울대 국사학과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현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건강교회운동 위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 사회위원회 위원, 기독교방송 TV보도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독교 커뮤니케이션>(공저, 예영) 등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