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06년 06월

<다 빈치 코드>는 단지 ‘영화’일 뿐이다!

문화읽기 최은호 목사 _ 동숭교회

최근 대중문화계에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다 빈치 코드>. 우리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그리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다. 우리의 신앙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 새롭게 각색하여 ‘감히’ 결혼이 어떻고, 딸이 어떻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기독교 일부에서는 격앙된 목소리로 <다 빈치  코드>에 대해 법적, 물리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다원화 사회에서 특정 문화 텍스트의 유통을 막으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각계각층의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또 물리적으로 막는다고 막아지지도 않는다. 핵심은 <다 빈치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여 지혜롭게 대처하고 수용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요즘 대중문화계에 뜨겁게 불고 있는 ‘팩션’ 바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소설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영화에로까지 확산된 팩션은 2006년 문화계를 주도하는 트렌드이며, 그 대표적인 상품이 <다 빈치 코드>이다. 팩션(faction)은 허구(fiction)와 사실(fact)이라는 두 단어가 결합하여 만든 합성어이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역사적 사실에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만들어진, 사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허구적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를 말한다.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현 시대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문화현상으로서, 소설 『단테클럽』, 『히스토리언』, 『이중설계』 등과 영화 근래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의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대개 팩션은 하나의 사건을 실마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사실적 소재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사실적 단서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며 현실과 허구,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팩션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과 상상의 혼동이다. 사실을 소재로 하지만, 그것을 엮고 살과 피를 붙인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각 장면에서 묘사되는 세부 내용에 집착하기보다는, 작가가 펼쳐내는 상상력의 세계를 음미하면서 작품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감상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팩션은 어떤 장르보다 독자들의 몫이 중요하다.
<다 빈치 코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팩션의 최대 히트작이다. 그러므로 먼저 사실과 허구를 정확히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사실로 판명한 내용에 대해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우리가 절대 진리라 믿었던 내용조차 전복하며 스릴 넘치게 전개하는 작가의 상상력을 맛보는 정도면 된다. 사실 <다 빈치 코드>는 예수와 교회에 대한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상업주의적 대중문화 텍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은 아니다.

<다 빈치 코드>의 진짜 문제는 신성모독이라기보다는, 작품을 논쟁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으며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현대 문화의 상업주의적 속성이 아닐까 한다. 교회가 진정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특정 종교적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이유만으로 일시적인 흥분에 사로잡힐게 아니다.

 


최은호 목사는 장신대와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했으며, 동숭교회 문화선교 담당 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또한 안양대 겸임교수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