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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박준영 목사_ 사랑의교회
인간이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과거의 좋은 기억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 놓았고, 또 현재의 좋은 기억들이 나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남기 때문에 나쁜 것은 서서히 잊히고 좋은 것만 남게 된다. 그래서 추억은 실제 사실보다 더 아름답게 남는다고 한다.
내 초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가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은 아마 이런 까닭일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를 덧붙이자면 여름이라는 계절을 빼놓을 수 없다. 고향인 강원도 산골에서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많지 않았다. 도시 아이들 손에 들린 게임보이는 먼 외계의 물건처럼 여겨졌고, 하교 중 들렀던 오락실 역시 넉넉하지 않은 시골 아이가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는 아니었다.
물론 산과 하천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은 어린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어 줬지만, 당시엔 게임보이나 오락실보다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절, 여름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은 게임보이나 오락실만큼 기다려졌던 여름성경학교 때문이었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여름성경학교 주제가가 지금도 귀에 선해서 마치 30년 전 그곳에 돌아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니 말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독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환호하고,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처럼 대해 줬던 선생님들로 인해 행복했다. 마당에서 벌어졌던 물총 싸움과 물놀이가 어우러진 미니 올림픽에서 뿜어냈던 어린 시절의 열정, 옛날이야기보다 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