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의용 소장 _ 교회문화연구소
『인사이드 아웃 교회 개혁 이야기』
(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방송을 하면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이 글을 읽는 목회자 여러분도 어느 한 주일 설교문을 놓고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한 어휘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좋겠다. 그 다음에는 최근 한 해 동안의 설교문을 놓고 한번 살펴보시라. 어떤 어휘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언어는 문화의 씨앗이라는 말이 있다. 설교자가 어떤 특정 어휘를 많이 사용했다는 건,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것이 그 공동체 문화의 ‘씨앗’이 된다. 여러분 교회의 문화의 씨앗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씨앗을 어떻게 가꾸어가고 있는가?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화’라는 말은 항상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사실 세계에서 ‘교회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우리나라다. 그렇지만 ‘교회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독교 문화’라는 포괄적인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개 교회의 문화를 집중해서 조명한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세계적인 교회 문화를 이룬 한국 교회들이 이제는 개 교회의 사례를 사실 그대로 정리하는 작업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땜질 처방과 급조된 프로그램 찾기는 이제 그만!
최근 출간된 『인사이드 아웃 교회개혁 이야기』는 미국 교회의 것이긴 하나, 개 교회의 현장 사례에 포커스를 맞춘 참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로버트 루이스와 웨인 코데이로라는 두 사람의 목회자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로버트 루이스는 아칸소 주 리틀록의 초교파 교회인 펠로십바이블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다. 이 교회는 지역사회를 효과 있게 변화시키는 모델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전략적 방법들을 사용하여 주변 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또 다른 저자인 웨인 코데이로는 하와이에 있는 뉴호프크리스천펠로십교회의 담임목사다. 이 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교회 중의 하나로, 1995년에 코데이로의 인도 아래 시작되었는데, 교회 설립 후 첫 6년 동안에 거의 8천 명의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목회하는 뉴호프교회와 펠로십교회의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 저자들은 ‘인간의 육체와 영혼이 하나이듯이 교회와 문화도 하나’임을 강조한다. 문화가 없는 교회는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는 것이다.
부제 ‘습관과 문화를 바꿀 때 온전한 변화가 시작된다’가 말해주듯, 이 책은 교회를 개혁하려면 ‘교회 문화’를 바꾸라는 메시지를 이 시대 교회들에게 던진다. 이 시대 목회자와 리더들이 각 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땜질 처방과 급조된 프로그램을 찾아 ‘교회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따갑게 지적한다.
이에 앞서 ‘교회 안의 문화에’ 시선을 돌리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지적은 오늘날 한국 교회에도 시의적절하다. 많은 한국 교회들이 잘되는 교회를 무작정 벤치마킹하려 하고, 부흥하는 교회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껴 쓰고 있는가.
교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서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진정한 변화는 안에서 일어나며, 교회에 필요한 진정한 문화의 터전은 바로 교회 구성원들의 안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변화는 이미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거나 다른 교회의 접근법을 베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 문화의 그 근본부터 바꾸는 데 있다. 이런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서 새로운 습관과 가치들이 우리 교회가 행하는 모든 일의 중심을 이루게 되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교회가, 그런 교회를 찾으며 절박하게 부르짖고 있는 세상 속에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교회 규모가 아니라 성도의 삶이다
나는 이 책에서 리더십과 관련한 두 가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비전 중심의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소통 중심의 리더십이다. 뉴호프교회를 이뤄온 데에는 비전을 공유하려는 리더의 역할이 크게 기여했다. 땅을 갈아 옥토를 만드는 일은 리더 혼자 할 수는 없다. 교회는 기계 뭉치가 아니라 인체와 같은 유기체다. 여러 지체를 하나로 묶어 유기체로 만드는 것이 바로 ‘비전’이다.
어떤 사역자에게 “지금 뭐 하고 계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을 보면 그 공동체에 비전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공동체라면 3초 내에 누구라도 그 공동체의 비전을 명확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목표나 비전이 불분명한 교회, 있다 해도 비전을 지도자만 알고 있는 교회, 잘못된 비전에 매달리는 교회가 얼마나 많은가?
이 책에서는 목회자나 지도자 그룹이 성경 말씀에 기초한 명확한 비전을 평신도들과 공유함으로써 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리더들이 그것을 삶으로 수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교인을 교회의 이익을 결정해주는 ‘고객’이 아니라 ‘양’으로서 바라봐야 하며, 재정이나 의사결정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도 주문한다. 리더는 기업 정신이 아니라 십자가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교회에서 “이건 아무개 목사의 세상이네”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성경의 문화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목회에서 중요한 것은 그 교회의 규모가 아니라, 그 교회 성도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있느냐라고 강조한다. 교회의 규모에 목을 매는 지도자들이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소통의 사각지대를 경청으로 막아라
펠로십교회에서 중시하는 리더십은 소통이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경청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이 교회는 어디서도 소통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가동시키고 있다.
첫째는, 새신자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새신자로부터 교회와 목회자의 첫인상, 설교의 소통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다. 그래서 가급적 새신자들에게 ‘교회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으며, 그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준비한다.
둘째는, 포커스 그룹의 운영이다.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해당 계층 사람들로 소그룹을 구성하여 그들로부터 기탄없이 의견을 듣는 것이다. 소수의 리더들이 모든 의사 결정을 독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 교회가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셋째는, 설문조사의 실시이다. 설교 내용, 예배 시간, 교회의 민감한 현안 등에 있어 교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체계적인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교회의 문화는 한 마디로 ‘경청의 문화’인 것이다. 이를 통해 교회 운영 전반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도록 다리를 만들고 있다.
에드워드 홀이라는 학자는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소통 없는 교회 문화는 상상할 수 없다. 소통이 없이 이룬 교회 문화는 허약하며, 잘못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가 경청해야 할 목소리다.
그럼에도 두 저자는 “교회 문화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고백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진짜 힘든 것은 목회자와 지도자의 리더십을 바꾸는 일이리라. 성경에 기초한 비전을 교회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낮은 자세로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래서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여, 그들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며, 그 과정의 보람을 함께 나누는 리더십만이 교회의 습관과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