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7년 04월

목회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교회 리더십 『직분론』(국제제자훈련원)

서평 정근두 목사_울산교회

목회의 바쁜 일정 속에서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라는 느낌과 함께 적어도 내게는 넘볼 수 없는 성역처럼 여기다가 <디사이플>을 읽으며 “어, 잡지가 읽혀지네”라는 감격을 넘어서서 이번에는 “어, 단행본도 읽혀지네”라는 새로운 감격을 이 서평을 쓰면서 맛보고 있다. 
  목회자가 가장 바쁜 주말에 진 게츠의 『직분론』을 꼼꼼히 읽었다. 심지어 주일예배 사이사이에 잠깐의 휴식시간까지 틈을 내어 읽었다. 그런 가운데 큰 깨달음을 얻었다. 책에 대한 감동을 넘어 이런 각오로 읽는다면 일주일에 단행본 한 권은 오히려 여유롭게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어서 지금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리더십 문제로 고민하는 목회자를 위하여
진 게츠의 『직분론』은 무엇보다도 직분에 대해 성경적으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은 크게 보면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실질적인 첫 부분인 제2부 ‘성경 이야기’는 신약성경을 연대기적으로 살피고 있다. 책 전체의 반에 육박하는 분량을 사용해서 직분에 관한 신약서술을 당시 역사적 틀에서 차례로 살피고 있다.
  두 번째 제3부 ‘성경적인 관찰’에서는 앞서 연대기적으로 살핀 것을 영적 리더십에 관해서 명칭, 기능, 리더십의 선택과 임명, 복수 리더십의 개념, 수석리더의 필요성 등 열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요약하며, 동시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제4부에서 다룰 초문화적인 원리를 추출하여 새롭고 적절한 형식을 창조하는 데 필요한 논의의 기반을 삼고 있다.
  세 번째는 제4부 ‘초문화적 원리와 적용’인데, 말하자면 1세기의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과 그 기록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교회 리더십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과 조화되고 앞서 살펴본 역사를 통해서 배운 것을 가지고 우리 시대에 적합한 ‘직분론’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직분론』이라는 책을 대하면서 여기서 무슨 깊은 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만나려고 한다면 약간 실망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 목회자로서 현장의 필요를 가지고 한 지역 교회에 세움 받은 장로들과 함께 성실하게 성경을 공부한 결과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만족을 줄 것이다. 달리 말해 뭔가 깊이 있는 현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약간 실망스러울 테지만, 목회 현장에서 리더십 문제로 고민하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에게는 오히려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내용은 성경적인 리더십에 관한 깊은 연구라기보다는 오히려 단순 간략한 서술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저자의 접근 방식은 결코 이 책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당한 논지로 현재와 접목
그렇다고 결코 이 책의 진지한 학문적인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 예를 들면 “몇 살이 되면 은퇴하라”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성경이 주지 않기 때문에 ‘평생 장로’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결론을 내리려 드는 경우는 자기 생각으로 성경을 이해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침묵을 근거로 논지를 펴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올바르게 지적한다. 그보다는 언급하지 않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성경은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하며, 때로 침묵은 하나님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모든 지역 교회가 특정 문화에서 장로들이 다스리고 목양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형식’을 발전시키기를” 원하신다고 주장한다. 성경에서 추출한 초문화적 원리를 토대로 문화적 환경에 맞게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는 형식 문제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 성경적인 원리는 불변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형식은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경이 침묵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들은 모두 ‘형식의 자유’라는 영역에 속한 것으로 각 지역 교회가 그 시대에 어울리는 성경적인 형식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진 게츠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므로 직분의 기능과 그 형식을 구별해야 하는 것은 “결코 변해서 안 되는 것”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변해야 하는 것”으로 구분해야 하는 것이며, 이런 사명을 각 세대가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한 논지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성경적이고 실제적인 텍스트
핵심 논지를 떠나서 진 게츠의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유익은 추천의 글에서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가 언급한 것처럼 “책상이 아닌 목회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분자들이 하나님의 교회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자신이 시도했던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좋았던 이야기와 함께 실패했던 아픈 이야기도 공개하고, 오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운 각 방안이 갖는 장단점도 각각 정직하게 들려주어서 오늘 우리로 하여금 균형 감각을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철저하게 성경적이고 실제적”이란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의 평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마지막에 다루고 있는 자신들이 당면한 구체적인 문제로서 승계계획에서는 미국식 실용주의적 접근방식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을 간략하게 스텝 1, 2, 3로 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이런 실용적인 접근방식은 미국이 전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많은 부분에서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우리 한국 교회가 가장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저자가 몸담은 교회에서는 7년의 승계기간을 정하고, 사람을 택해서 후임으로서 준비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후임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우리 현실과는 달리 강단으로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은 모든 일들을 서서히 내려놓고, 다른 사람은 조금씩 더 사역을 맡아가고 있는 과정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혼자 듣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기에 직접 읽어 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나는 목회자로서 그 바쁜 주말에 이 책을 읽기 위해 사용한 10시간을 결코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성경을 사랑하고 잘 아는, 그리고 목회경험이 풍부한 선배를 만나 내 목회를 돌아보고 새롭게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복된 주말여행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바쁜 목회의 현장을 잠깐 떠나 자신의 목회를 진단받고 새롭게 구상하게 되기를 바란다.

 


정근두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와 남아공 포체프스트롬 대학교를 졸업했다. 두레교회와 탄포리교회를 개척하고, 현재 CAL-Net 울산 지역 팀장, 사단법인 ‘월드비전’ 울산 지회장, 울산교회 담임목사로 시무중이다. 저서로는 『구원사의 서곡』, 『영광의 소망 그리스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