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6년 11월

야곱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현대인의 일상

서평 장 빈 목사 _ 동광교회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죠이출판부)

 

 


“이 책은 야곱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준다.”
일견 도발적이라 느껴지는 이 책 추천사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이 말을 기억하며 책을 읽어 가면서, 좀처럼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는 대목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어떤 점이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된다는 걸까? 의문점을 가지고 책을 다시 읽었다. 두 번째 읽으면서 ‘아하, 이런 뜻이었구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분명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퍼 올린 ‘새로운 도전’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한다. 어느 한 대목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일탈하여 초월적인 세계로 도망가는 법이 없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이 세상을 섬기면서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끼는 대목이다. 그런 눈으로 그는 40년 이상 야곱을 만나왔던 것이다. 이 자체가 우선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라 말하고 싶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교회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 책에서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에 특별히 무게를 실었다. 그는 잘 다듬어진 성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닿은 진짜 죄인이다. 종교적인 활동이 아니라 삶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께 발견된 자이다. 사실상, 야곱의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마음으로부터 조용히 ‘아멘’이라 말하고 싶은 대목이다. 성인이 아닌 죄인의 이야기, 죄인인 주제에 하늘의 복을 받고자 속임수까지 쓸 수밖에 없었던 순수하지 못한 한 인간의 이야기, 그래 바로 나의 이야기지!
그러나 이 책의 또 하나의 강점은, 한 개인의 이야기 속에서 보편적인 진리를 발견해 낸다는 점이다. 일상의 우물에서 진리의 생수를 퍼내는 지혜를 배운다는 점에서 또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야곱의 이야기는 아주 개인적이기에 보편성을 띠고 있다.” 그런데 그 야곱이 성인이 아니라 죄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죄인의 이야기가 보편적 진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죄인인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특징은, 야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탁월한 집필 능력이다. 물론 이 책에는 열여덟 살 이후 40년 이상 야곱의 이야기를 보고 또 보았던 저자의 집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얻게 된 지혜들을 글로 적어내는 저자의 능력이 없었다면 이 귀한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야곱의 일상과 현대인의 일상을 연결하다
그는 야곱의 일생을 추적하며, 지루한 일상 속에서 진리의 보화들을 캐내고 있다. 특히 야곱의 시시콜콜한 일상생활과 현대인들의 삶을 연결하며, 오늘에 유효한 메시지를 찾아내는 저자의 혜안은 가히 감동적이다.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곧 하나님의 거룩한 역사라는 저자의 투철한 인식론적 전제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극히 개인적인 일로부터 현대 문화비평으로까지 이어지는 대목에선 저자가 가진 풍부한 지식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또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여러 신학자와 인문학자들의 글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점, 그것들을 지적 정보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야곱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 속에 적절히 배치하여 적합성을 갖게 하는 점 등에서 역시 대가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신선한 도전으로 다가온 대목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야곱 이야기를 전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일생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야곱의 이야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태에서 부활까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사신 예수님의 삶에서 드러나는 이 땅에서의 현실적인 영성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저녁식사에 빈번하게 초대되는 인기 손님이셨고, 세리와 어깨를 같이하셨고, 창기와도 기꺼이 만나셨고, 낚시를 가셨고, 목공소에서 일하셨다. 진정한 영성은 천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처럼 완전하게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야곱과 함께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 삶을 사랑하게 해 준다. 일상이란 단어는 흔히 지루함이란 말로 이어지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무엇보다 자기 일상을 사랑하라고 촉구한다. 아니, 한 손으로 야곱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현대인의 손을 잡고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일상을 사랑하며, 그 속에서 영적으로 풍성한 삶을 살도록 안내한다.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카이로스의 순간을 맛보게 해 준다고 할까?
그렇다. 우리는 야곱의 이야기에서 ‘길을 걸어가기 위한 영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성이 바로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힘이다. 이 영성으로 야곱은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인생 여정의 마지막 대목에서 하나님과 씨름하게 된다. 감사한 것은, 하나님은 ‘일상에 파묻혀 현실에 안주하는 종보다 열정으로 가진 아들과 딸’을 원하신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정과 영성으로 나아오는 자녀들에게 마침내 복을 주신다. 저들이 자격이 없어도 말이다.
이렇듯 저자는 야곱의 파란만장했던 일생 속에서, ‘길을 가는 영성’과 ‘인생 마라톤을 완주하게 하는 열정’을 발견하여 우리에게 제시한다. 또한 인생이란, 본향을 향해 돌아가야 하는 귀향길이라고 전제하면서 모든 인생은 ‘돌아오는 도상에 있는 탕자’임을 역설한다.
“야곱은 구약 성경의 돌아온 탕자이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번의 귀향으로 초대한다. 하나는 하나님에게로, 또 하나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할 수는 없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저자가 지적했듯이, 인생이 하나님께로 돌아서게 되는 전환점에서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네가 누구냐?”(창 27:18)라는 질문이다. 늙어 눈이 침침한 아버지의 이 질문 앞에서 야곱은 자기 이름을 밝힐 수 없었다. 야곱은 “나는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 후로 야곱은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야곱은 하나님과 대면하여 필사적으로 매달려 씨름을 하며 하늘의 복을 간구한다. 그때 하나님의 사람이 야곱에게 묻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20년 동안 피해온 질문,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일생 동안 회피하는 질문, 그러나 이 질문은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선물을 주시기 위해 던진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때 비로소 그는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라고 대답하여, 이스라엘로 거듭나게 된다. 
저자가 책 말미에 제안한 다음의 글은 우리에게 던져지는 마지막 도전이 아닌가 한다.
“영성은 특별한 장소, 특별한 사람, 삶의 어떤 특별한 경계선 안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영성은 우리의 삶 전체에서, 특정한 구역이 아니라 매일의 삶 한복판에서 우리를 찾으시는 하나님께 반응하는 것이다. 하여 이 땅에 뿌리내린 영성을 지니게 될 때 우리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된다.”
지금도 하나님은 이렇게 묻고 계신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장 빈 목사는 한신대와 한신대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본부, 한국신학연구소 등에서 사역했고, 노래모임 ‘새하늘새땅’ 대표와 찬양선교단 ‘예사람’ 단장을 역임했다. CBS ‘장빈 목사의 샬롬 여러분’을 진행했으며, 현재 동광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새벽에 떠나는 62일간의 느헤미야 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