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편집부
문화이슈_자발적 고난을 통한 예수 따름이란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책임연구원
감당할 수 없는 깊이와 무게로 다가오는 누군가와의 운명적 만남이 있듯, 어느 책과의 만남도 그러할 때가 있다. 나에게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가 그러한 것 같다.
도시생활이 주는 소비적 삶과 그 생활이 주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홀연히 버몬트 시골로 들어간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 조화로운 삶을 살고자 스스로 먹을 거리를 생산하고, TV가 아닌 독서와 글쓰기, 음악, 토론 등으로 삶의 성숙을 일구며, 늘 이웃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살려 했던 두 사람.
무엇보다 마지막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그가 이르고자 한 조화로운 삶을 장엄하게 마무리한 남편 스콧 니어링의 삶과 죽음은 아직도 먹먹한 울림과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들의 도전적인 삶의 기록 앞에, 문득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삶’이란 무엇인가 묻게 된다. ‘예수 따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그리스도가 그러하신 것처럼 세상의 넓은 길에서 탈주하여 하나님 나라의 존재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세계의 물질주의를 뛰어넘어 참된 자기성찰의 길, 참된 돌봄의 길, 함께 있음의 길로 걸어가는 것 아닐까.
그러한 깨달음은 결국 이 사순절을 ‘예수 따름’의 온전한 의미를 배워가는 레슨의 시간으로 다시 삼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한 자기포기(kenosis)와 자발적 고난을 통하여 결국 하나님의 나라를 성취하셨듯이, 우리 또한 참된 회개와 내려놓음, 그리고 선택을 통해서만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의 의미를 배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편리함과 안일함에 젖어 있던 물질주의적 생활습성을 되돌아보고, 자발적 절제를 통해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조금이나마 실천해보고자 하는 일, 포기와 절제를 통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이른바 ‘문화금식’을 통해 더욱 더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 문화금식은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일에서 시작된다. 늘 꽂혀 있던 TV 플러그를 뽑아내고 그 시간을 좀 더 창의적인 일로 채워보는 일, 제2의 고향인 대형마트와 결별하고 번거롭더라도 동네시장에 발걸음을 해보는 일, 인스턴트 음식들을 절식하고 슬로푸드를 섭생해보는 일,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봄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일 등.
불편함에도, 당연하게 여겨온 생활의 습속들을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이 자발적인 문화금식을 통해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우리 자신의 문화적 삶을 성숙시키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공동체의 대안적 문화를 확산코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문화 전통이 성숙하게 뿌리내린 독일에선 사순절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생활 습관들을 절제해보는 7주간의 운동이 실천되고 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무려 천만 명에 이르는 독일의 그리스도인들이 이 기간 동안 TV 시청이나 인터넷 이용을 줄이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을 끊어보고,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없이’ 사는 법을 익히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공동체와 ‘더불어’ 하는 연대정신을 실천해보고자 이 절제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우리 한국 교회의 문화선교적 과제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기도회, 금식, 교회 안의 행사로만 채워지던 한국 교회 사순절기의 모습들. 하지만 그나마도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사순절의 정신이 진정 제 빛을 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생활과 문화 속에 사순정신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자발적 절제와 포기의 움직임들이 교회 안에 점점 더 공감되고 확산될 때, 사순절 이후 기쁨의 부활절을 맞이하듯, 우리의 세계는 새로운 문화의 시작을 경축하게 될 것이다.
백광훈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기독교문화 Th.D 과정 중이며, 현재 창동염광교회 교육목사와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섬기고 있다.
책 이야기_‘인문고전’ 독서가 인생을 바꾼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 저, 문학동네)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는 최근 불고 있는 고전읽기 열풍에 역사적 철학적 근거를 들어 그 중요성을 조목조목 설파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진짜 고전 몇 권을 당장 사서 읽고 싶어진다.
장한나는 왜 하버드에 갔을까? 삼류 학교였던 시카고대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이유, 알렉산더 대왕과 세종대왕의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인문고전을 선호하고, 철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자기 분야의 리더가 됐다는 점이다.
인문고전에 열광한 리더 중에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승자가 된 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가 런던의 빈민가 접시닦이에서 세계적인 금융가가 된 조지 소르소다. 전 세계 0.1퍼센트 부자들은 인문고전을 읽는다. 왜?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기업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소크라테스의 철학서나 공자의 책들은 읽기 어려워 몇 번의 포기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리드하는 자들이 인문고전 독서에 집중한 이유는, 자신의 성공보다는 바로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덧붙여 저자는 인문고전 독서 추천목록에 <성경>을 추가하지 않는 이유로 인문고전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데, <성경>은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기독교 독서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기독교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에 대해 <성경>에 기반한 비평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은진 기자>
이달의 책
고통 속에서, 이제는 내가 들려줄 차례입니다
- 『난 당신이 좋아』(김병년 저/ IVP)
갑자기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항상 웃으며 “난 당신이 좋아”라고 말하던 아내는 그 후로 지금까지 7년째 누워 있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돌보며 동시에 아빠로 그리고 목사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목회자가 공개적으로 아내 이야기를 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목회자가 썼다고 하기엔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책 제목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고통 속에 있는 한 사람, 한 가정의 이야기에 눈물짓게 되고, “하나님, 저 좀 그만 때리세요!”라고 ‘부르찢는’ 기도가 왠지 모를 공감으로 다가와 가슴에 박힌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엄마 빨리빨리빨리빨리빨리빨~리 낫게 해주세요!” 숨도 안 쉬고 ‘빨리’를 외치며 기도하는 어린 아들, 그러나 끝 모를 광야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인생. 저자는 자신의 느린 보폭에 맞춰 함께 걷고 계신 분을 이야기하며 고통 중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박시온 기자>
지구 역사의 수수께끼, 성경적으로 접근하다
- 『다중격변 창조론』(양승훈 저/ SFC)
하나님께서는 이 땅의 창조와 역사를 어떻게 이루어 오셨을까? 노아의 홍수 전후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금까지 화석, 석탄, 운석공 등을 바탕으로 수많은 학자들이 우주와 지구의 역사에 대한 논쟁을 벌여왔다. 특히 현재의 지구가 존재하기까지 일어난 격변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VIEW(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를 설립, 운영하면서 30여 년간 창조론을 연구해 온 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펼치기에 앞서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을 과학적일뿐만 아니라 성경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실제적 증거들과 성경을 토대로 지구에서 일어난 격변이 한 번에 일어난 단일격변이 아니라 수차례에 의해 형성된 다중격변이라고 설명한다.
지구 역사에는 수많은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저자는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고자 노력한 이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풀어헤치며 좀 더 성경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유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