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8년 04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함께 했던 영적 거인의 대서사시

서평 권영준 교수 _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어메이징 그레이스』(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


 

 


굴뚝소년(Chimney boy)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일곱 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을 발가벗겨서 좁은 굴뚝이나 하수도로 들여보내 하루 열다섯 시간씩 청소를 시키는 나라가 있었다. 죽거나 다치도록 하는 어린이 인권보호가 전혀 안되었던 나라가 있었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성매매가 횡행한 나머지 런던에 거주하는 미혼여성의 1/4이 매춘부였고, 런던 시내에 거주하는 사망자 중에 1/8이 알콜중독 노숙자였다.

 

 

영국을 변화시킨 윌버포스와 클래팜 공동체
이 나라가 바로 산업혁명 직후 영국이다.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생기면 무조건 결투를 하기 일쑤였고, 둘 중 하나가 죽어도 허용되는 나라가 영국이었다.
  극심한 빈부양극화, 피폐한 농민들의 삶과 도시근로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은 서민들에게 모든 희망을 앗아갔다. 더욱이 갈수록 증가하는 흉악범과 강간범들, 돈 뿌리는 선거와 부패, 매관매직, 물질만능주의는 상류층의 부패와 하류층의 타락을 동시에 가져왔다. 특히 국가 재정수입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노예매매사업으로 미래가 참담하기 그지없어 보였던 이 나라가 바로 250여 년 전의 영국이었다.
  그런데 이런 영국이 어떻게 당시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빅토리아 왕조(1837~1901)라는 영국 역사상 가장 안정되고 강성한 시대를 맞게 되었을까? 빅토리아시대는 역사상 가장 영토가 넓은 막강한 대영제국이기도 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들의 투표권 허용과 남녀평등의 선거법 등 민주적 기본질서를 세우는 시기기도 했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고결한 의무를 다하는 사회지도층의 전통을 법과 제도로서 확립했던 본격적인 선진국의 시대를 열었던 시대이다.
  이렇듯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영국이 어떻게 가장 성결하고 막강한 빅토리아시대를 열고, 그것을 토대로 오늘날과 같은 대표적인 신사의 나라,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전 세계에 확산시킨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나라가 되는 찬사를 받게 됐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5천 년 인류역사와 함께 해왔던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동시에 당시의 사회적 악습을 철폐했던, 하나님의 정치인 윌버포스와 그와 함께한 클래팜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녕 그들은 영국을 당시에 가장 선진화된 모범국가로 변혁시켰다.

 

 

위기 상황에서 민족을 구한 지도자
건국 60주년을 맞는 올해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역사적 소명은 ‘선진화’를 이룩하는 초석을 놓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언론들이 선진화를 외치고 있다. 아마도 4월 총선에서도 선진화가 가장 큰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선진화를 무수히 외쳐왔지만, 오히려 선진화를 위한 전진보다는 후퇴한다는 느낌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선진화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지도층들은 많지만, 그들의 삶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실망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신정부 출범 후 첫 번째 내각 인선에서 드러난 온갖 부패 스캔들의 당사자들이 사회지도층들인 것만 봐도 우리 현실의 슬픈 자화상이 드러난다.
  선진국이 무엇인가? 경제적으로만 부유해진다고 존경받는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직과 감사가 넘쳐서 존경받는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을 형성할 때, 선진국이 되는 것을 역사 속에서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정감 넘치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 것인지를 명약관화하게 보여주셨다. 그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다.
  내우외환으로 쓰러져가는 위기의 국가를 반석 위에 다시 세워놓고, 자신은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조용히 사라져간 평신도 지도자 윌버포스다. 이미 가스 린(Garth Lean)의『하나님의 정치인』(God? Politician, 1987년)에서 그의 삶이 소개된 바 있다. 그 덕에 클래팜 공동체가 정감운동의 역사적 모델로 잘 이해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에릭 메택시스(Eric Metaxas)가 2007년에 저술한 윌버포스에 관한 전기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가 새롭게 번역출간 되었다.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세상에서 영향력을 미쳐야할지 고민하며 기다렸던 성도들에게 좋은 도전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정직과 감사 그리고 겸손한 삶
특별히 이 책은 가스 린의 책과는 달리, 매우 읽기가 쉽고 흥미진진하게 저술되었을 뿐만 아니라 윌버포스 삶의 일부분만 다루지 않고, 인간적인 모든 면들까지 포함한 그의 삶 전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기존의 책들은 영웅적 장점들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책은 인간적으로 약한 부분과 환경적 배경에 대한 설명들이 매우 충실하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윌버포스가 어려서부터 늙어죽는 날까지의 대부분의 삶을 친숙하면서도 은혜가 넘치는 역사의 강물에서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예순 살이 넘은 윌버포스가 장차 그가 꿈꾸던 사회를 만들어갈 주인공인 14개월짜리 아기 빅토리아와 만나는 장면은 역사의 큰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많은 매력들이 있지만, 특히 이 책을 정독한 후에 이안 그러포드(Ioan Grufford) 주연의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다시 보면 좋을 것 같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함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영상 속에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맛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끼는 것은 넘치는 은혜를 통해 정직과 감사의 삶 속에서 많은 열매를 맺으면서도 어찌하면 윌버포스처럼 한없이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윌버포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바꾸기 힘든 물꼬를 바꾸는 사역의 찬란한 성공자가 됐지만, 그는 늘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해 아주 겸손해 했다.
  더불어 자신이 다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가슴 아파했다. 그것은 윌버포스가 매일 십자가 앞에 나아가 무릎 꿇는 믿음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권의 저서로 부르기에는 너무나 감동적인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가 함께 하셨던 영적 거인의 아름다운 삶을 진솔하게 나타낸 대서사시이므로, 모든 이들에게 적극 일독하기를 권장한다.

 

 


권영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University of Pennsylvania 경영대학원, Wharton School(경영학 박사)을 졸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