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성돈 교수 _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성경에 나타난 제자도의 유형』 (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
제자도(Discipleship)에 대해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 과거 진보진영에서는 ‘작은 예수’라는 이름으로 예수님을 닮아가며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적도 있었고, 요즘은 알다시피 제자훈련을 통해서 변화받아 예수님을 본받는 삶을 강조하고 있다.
제자도, 성경으로 돌아가서 보자
쉽게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진보진영과 복음주의권에서 비슷하게 제자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해에 있어서, 또는 그 결과에 있어서는 상당히 다른 양태를 보여 주었던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
이와 같이 ‘제자’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쉽게 제자나 제자도를 이야기하지만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 단어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사용되면서 관용화가 되어서인지, 그 본뜻과는 거리가 있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본 책은 ‘맥 매스터 신약 연구 시리즈’의 첫 권으로 출간되었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맥 매스터 신학대학의 후원하에 매년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관심사이거나 또는 관심사가 되어야 할 주제를 갖고 연구한 책들을 발간할 예정으로 보인다.
그 첫 열매가 ‘제자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에는 13명의 유명한 미국의 신약 학자들이 ‘제자도’라는 주제에 대해서 신약 각 권을 통해 접근해 가고 있다. 이들이 써 놓은 글은 신기하게도 학자의 연구에 바탕하면서도 우리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이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편집자가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각 저자들을 인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쉬운 언어와 방법론으로 제자도 연구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쉬운 언어와 방법론을 가지고 깊이 있는 연구와 폭넓은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혹 독자들에게 ‘연구’라는 단어가 불편하게 들린다면 공부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그 공부를 이루신 학자들에게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서 저술되어졌다는 사실이다. 무려 13명의 학자들이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성경의 본문과 방법론을 가지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 각자의 방법론이 어떤 것이다고 알 필요까지는 없지만 현재 신약을 다루는 학자들의 방법론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의 저자들이 학자들이다 보니 보통 우리가 들어왔던 이야기식의 제자도에 대한 설명이 없고, 직접 본문을 깊이 있게 파헤쳐 들어가면서 우리를 성경 안으로 깊숙이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앞에 제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성경의 본문을 일일이 손으로 짚어가면서 펼쳐 보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성경의 본문들을 깊이 있게 바라보도록 하면서, 때론 저자들은 성경의 저자들이 때론 직접적으로, 또 때론 간접적으로 우리들에게 제자가 무엇이고, 어떤 삶을 요구받고 있는지를 성경의 제자들의 설명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제자도를 보는 마가·마태·누가의 미묘한 입장
특히 재미를 더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마가, 마태, 누가의 공관복음서를 보는 시각이다. 이 세 저자들은 동일한 사건과 이야기를 가지고 아주 미묘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성경에 싣고 있다. 예를 들어서 12제자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보자.
마가는 12제자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 마가에게 있어서 그 열둘은 허점투성이고 깨닫지 못하는 둔한 자들이었다. 마가가 이렇게 이들을 표현한 것은 이들의 선생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고, 또 하나는 이를 읽는 독자들이 이들의 허물을 통해서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가의 이러한 입장과는 다르게 마태는 조금 관대하게 12제자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마태는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이들이 맡게 될 중요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누가는 훨씬 더 호의적이다. 이는 ‘교회의 지도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사도행전에서) 준비되고 있는 사람들로(누가복음에서) 본 사실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117페이지).
특히 누가는 마가와는 정반대로 열두 제자를 그리스도인의 제자도가 갖추어야 할 특성들을 보여 준 본보기로 여겼던 것 같다. 이러한 성경의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관점들을 보면서 우리는 성경이 우리들에게 제자에 대해서 어떤 뜻을 전하려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가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헌신으로 인도
이외에도 본서는 바울서신에 관해서도 특별한 통찰력을 보여 주고 있다.
비록 바울은 제자라는 표현을 즐겨하지 않았지만 그는 제자라면 ‘하나님과 같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특히 로마서를 통해서 그것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그리스도와 합하는 것으로, 그리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주어진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데살로니가전서에서는 거룩함으로, 고린도전서에서는 본받음(imitatio)으로, 빌립보서에서는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갖는 것으로 표현된다. 본서는 그 주제들에 대해서 그냥 감동적 설교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에 대한 논리적 설명으로 우리를, 지식을 통한 감동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본서의 힘은 무엇보다도 본문이다. 학자들의 깊이 있는 접근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우리는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진진함으로 본문이 직접 전해주고 있는 제자도에 대해서 깊이 있게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지식은 우리로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헌신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조성돈 교수는 독일 킬대학교 신학석사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신학박사(실천신학)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목회사회학: 현대사회 속의 기독교회』, 공저로는 『그들은 왜 가톨릭 교회로 갔을까?』, 『시민사회 속의 기독교회』,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