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기독교세계관 추태화 소장_ 이레문화연구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엄태화 감독)가 시작되면 익숙한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울린다. 한국에 아파트 붐이 일기 시작한 게 1970년대 즘인가 싶다. 집(House)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안심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가. 일상의 노동을 끝내고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그야말로 최상의 안식이다.
게다가 그 집이 피와 정을 나눈 식구들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공간이라면 그곳은 에덴동산을 닮아 가는 집일 것이다. 집은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과 영혼이 함께 깃든 사랑의 공간이 바로 집(Home, 가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시 127:1).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집이 언제나 그런 공간이지만은 않다. 언제 어떻게 거친 파도를 만날지 알 수 없다. 자연 재해가 찾아오면 집이 무너지고 사회는 혼란에 빠지며, 집을 잃고 실향민이 된 이들은 안전한 거처를 찾아 방황한다.
영화 속 도심에 우뚝 서 있는 황궁아파트는 지진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마지막 공간이다. 집을 가진 자와 집을 잃은 자들이 극한 상황에서 만난다. 여기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인간 생존, 욕망과 갈등이 대립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벌이는 생존 투쟁, 그야말로 ‘난리와 난리의 소문’이 흉흉한 종말론적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