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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임채화 선교사(케냐 말린디)
숨 가쁘게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가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라고 돌아볼 때가 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때론 무의미하고 공허한 듯해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때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덧없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평범한 하루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어느 날 우리의 모습은 그 시간으로 정의된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역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이곳 현지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아직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들리지도 않고 멍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좋다. 성도들의 마음 밭이 참 곱고 아름답다.
현지인 성도들은 수시로 우리 부부를 자신의 가정으로 초대해 교제하기를 원한다. 각 가정으로 들어가 보니 그들의 사정이 훤히 보인다. 가진 것은 없어도 나누고 베푸는 마음은 넉넉하다. 가정마다 믿음이 제각각인 상태에서 우리 부부의 가정 방문으로 가족들이 교회로 돌아오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웃과 더불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나로부터 내 이웃 또한 삶의 방향을 잡고 나아갈 때, 우리는 고집불통의 자아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 주님은 “네게 있는 것을 주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내게 있는 그것은 처음부터 그분께서 주신 것이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그것, 한 번도 주려고 생각 못했던 그것, 그것은 이미 내게 있는 것들이었다.
한 번도 나누려고 생각하지 못한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그것, 즉 시간이나 약간의 물질, 친절한 말 한마디와 작은 관심조차 자아의 경계를 넘어서 주님께 방향을 잡고 나누면 일상은 감사가 된다. 어느 날 그것은 선교지에서 살며시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견고한 나의 일상이 됐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