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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4월

나에겐 매일이 기적입니다!

과월호 보기 엄숙정 집사(서울시 강남구 도곡1동)

 둘째 하준이를 낳고 얼마 안 돼 아이에게 장애가 있음을 알게 됐다. 두 가지의 희귀 난치 질환과 20여 개의 진단을 받았으며, 죽을 고비를 세 번이나 넘겼다. 나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휴직을 해야 했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급기야 어느 날 나는 하나님께 하준이를 좀 데려가시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그 순간 축 늘어진 새처럼 작은 체구를 들썩이던 하준이는 산소마스크만 치우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주님 앞에 납작 엎드려 울며 회개하고, 나와 연약한 하준이를 하나님께 온전히 맡긴다고 고백했다.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나를 가만히 안아 주셨다.
그 후에도 하준이의 상태는 회복과 악화가 반복됐고, 심지어 무호흡성 경기(뇌전증)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함께 계셨고, 하준이를 위해 중보기도 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오히려 담대할 수 있었다. 하준이는 2년 동안 액체만 먹는 식이 치료를 하고 2015년에 경기 완치 판정을 받았다. 11세인 지금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나에겐 하준이와 함께하는 매일이 기적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죽음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이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괴롭고 마음이 아팠다. 연약한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어느 날 파스텔 톤의 꽃들이 만발하고 부드러운 살랑바람이 불어오는 동산 위에서 하준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 품으로 달려와 안기는 꿈을 꾸게 하셨다. 그리고 이 땅에서의 삶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은 사라지고 죽음도 두렵지 않게 하셨다.
하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너 근심 걱정 말아라”, “내 주의 보혈은”이라는 찬송은 하준이와 우리 가족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며, 우리 가정의 고백이다. 하준이는 부족한 나와 우리 가정을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선물이며, 우리 가족이 평생 주님 앞에서 근신하며 깨어 기도하도록 돕는 복의 통로임에 감사, 또 감사드린다.